‘자승자박’의 KBO 외인제도, 결국 수술대 오른다
외인선수 일방통행 구조 및 가성비 ‘화두’
단장들 “대체외인제 시작으로 논의 확대”
해가 갈수록 외국인선수의 주도권이 커지고 있는 KBO리그 외국인선수 제도가 결국 수술대에 오른다.
프로야구 10개구단은 오는 25일 열리는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서 외국인선수 제도 변경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올려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외국인선수 부상 이슈가 발생한 구단에서 일명 ‘파트타임 외인제’ 성격의 ‘대체 외인선수제’ 시행을 제안했을 때만 하더라도 전체 구단의 공감을 얻지 못해 구체적인 논의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개막 이후 외국인선수 부상 이슈가 여러 구단으로 확대되면서 외인제도 변경안이 공식 회의 테이블에 오르게 됐다.
현재 프로야구 외인제도는 구단이 만든 룰에 스스로 묶여있는 ‘자승자박’의 구조가 돼있다. 외국인선수 3명 보유에 3명 등록이 가능한 현 제도에 2명까지 교체가 가능하지만, 새 선수를 영입하려면 웨이버공시를 통해 기존 선수와 결별 이후에나 추진할 수 있다.
현재 KBO리그에서 에이스급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려면 100만 달러 풀개런티 수준의 대우를 해줘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경기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몸값’만 전액 챙겨주는 억울한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외국인선수 앞에서 구단의 운신 폭이 얼마나 좁은지 확인되는 사례도 나왔다. 한화가 발 빠르게 외국인투수 버치 스미스 교체를 결정한 이유도 자칫 그의 복귀 시점만 기다리다 전반기를 허송세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지난 1일 키움과의 정규시즌 고척 개막전에서 어깨 통증으로 강판했던 스미스는 최초 검진 당시만 하더라도 2주 전후만 보내면 복귀 준비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손상 부위가 겨드랑이 쪽이어서 천만다행이라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지난 17일 재검진에서는 병원별 소견이 긍정과 부정으로 엇갈리면서 구단의 계산이 복잡해졌다. 스미스는 지난해에도 일본프로야구 세이부에서 부상으로 2개월 가까이 부상병동에 오른 적이 있는데 당시 손상 부위가 겨드랑이 아래 옆구리였다. 스미스가 불안감을 떨치고 복귀할 수 있는 시점도 불투명해졌다. 한화가 새 외인투수 리카르도 산체스와 빠르게 접촉한 이유다.
스미스는 지난 3월 시범경기 때만 하더라도 새 시즌 외국인선수 판세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한화 입장에서는 가능하다면 외국인선수 빈자리 하나를 다른 선수로 임시 대체하면서, 스미스는 계속 보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스미스가 회복을 하게 되면 대체선수와의 경기력을 저울질해 구단에서 다시 판단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번 실행위원회의 관련 논의도 이같은 ‘대체 외인선수 제도’로 출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를 시작으로 그간 회의 안건에 오르내렸던 육성형 외인제도와 보유수와 1군 등록수를 달리하는 일본프로야구식 외인제도 등으로 논의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A구단 단장은 “‘대체 외인선수 제도’는 부상 선수 발생시 선수 찾고, 계약하고, 비자 받고 하는 기간이 너무 걸리니 차라리 육성형에 가까운 방식을 찾는 게 현실적이다”고 말했다. B구단 단장은 “이번에는 논의 폭이 넓어질 것 같다. 보유 무한대에 등록선수만 4명으로 제한된 일본프로야구 제도는 아니더라도, 4명 보유에 3명 등록 같은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어떤 방식이든 대체 카드 투입이 가능하다면, 팀내 외국인선수간 경쟁 구도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특정 외국인선수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일은 피할 수 있다.
국내선수 육성 문제를 화두에 두고 있는 선수협회와 소통도 필요한 문제다. 다만 외인선수 제도 변경 자체에 대한 일방적 반대는 명분을 얻기 어려운 흐름이다. 선수협회는 외인선수 1군 등록수를 유지해 국내선수에 대한 여파를 줄이면서 다른 ‘거래’를 통해 국내선수를 위한 다른 혜택안을 돌출해내는 것이 현명한 접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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