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제1도시 된 멜버른 가슴 벅찬 풍선여행 [함영훈의 멋·맛·쉼]
아침을 여는 또하나의 풍경, 카누·조정
[헤럴드경제, 멜버른=함영훈 기자] 영화 속에서나 자주 볼 법한 열기구를 타고, 거대도시 멜버른의 마천루에 황금빛 아침햇살이 깃드는 풍경을 보는 일은 참 가슴 벅차다. 때마침 멜버른이 시드니를 제치고 호주 제1도시를 탈환했다는 소식이 들려, 비행하는 여행자의 마음은 멜버른 시민을 응원하는 마음이 곁들여진다.
멜버른이 시드니를 제치고 호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에 올랐다고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이 지난 4월 17일 보도했다. 멜버른 풍선여행을 하던때는 멜버른이 비상하고 있는 소식이 들려 희망으로 가득찬 시기였다.
호주 통계청(ABS) 집계결과 멜버른 중요 도심 지역(Significant Urban Area·SUA) 기준, 이 도시 인구는 멜턴 구역 등을 포함해 487만5400명이었고, 시드니 SUA 인구는 이 보다 1만8700명 적었다. 골드러시의 진원지로 오늘의 호주를 있게한 멜버른이 초대 수도를 하다가 다시 제1도시가 된 것이다.
풍선을 타고 거대도시 멜버른의 초고층빌딩 마천루 군락과 야라강 좌우, 야라밸리(Yarra Valley) 위를 여행하는 것은 지구촌의 숱한 열기구 투어 중 참 특별한 체험이다. 아침 햇살은 멜버른 마천루를 향해 ‘골드러시’를 한다.
지구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의 신비스런 지질 위에서 열기구를 타는 튀르키예 카파도키아 벌루닝은 그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지만, 다른 나라 메트로폴리스에서는 좀처럼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벌루닝은 우리가 살고 있는 첨단도시를 발 아래 두고 창공을 나른다는 점에서 현 시대의 수퍼맨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열기구는 대기상승 때인 새벽에 한다. 그래서 고양이 세수를 한 뒤 새벽 5시15분에 호텔을 떠나 멜버른 도심 서쪽 뉴포트 파크 인근 이륙장에 모인다.
글로벌 벌루닝 리더는 “멜버른은 열기구를 타고 도심과 외곽지역을 한번에 횡단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도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장비가 얼굴을 뒤덮어 인상착의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역동적이고 낭랑한 목소리, 스포츠중계캐스터 같은 발랄함도 느껴지는 리더가 잠 덜 깨 있던 여행객들의 기분을 바꿔준다.
수백피트 상공에 박차고 오르기전 묶여있던 열기구를 풀어 늘어뜨리고, 바람빠진 풍선 같은 아파트 한 동 만한 열기구에 불공기를 주입할 때 스태프와 탑승자가 함께한다. 이 역시 멜버른 시티 벌루닝이 주는 보람찬 비행투어의 매력의 요소들을 구성한다.
열기구에 뜨면 도시는 마치 내가 그려놓은 조감도 같은 느낌이다. 하느님이 높은데서 보시며 인간 공동체를 내려다 보는 마음은 아마 이런 기분일 것이다.
동트기 전후, 멜버른의 마천루, 다양한 공원과 정원, 농장, 강물 위로 약 1시간 동안 느린 비행을 하고, 유레카 타워, 멜버른 크리켓 구장, 멜버른 공원 및 앨버트 파크 경마장과 같은 상징적인 건물과 스포츠 경기장을 내려다 본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 스타디움도 쉽게 찾는다.
마천루를 살짝 벗어나면 보이는 야라밸리는 와인산지이다. 때마침 그곳에서 아침해가 뜬다. 건물에 가려서 보이다 말다하는 일출 풍경과는 달리 산에서 나오자 마자 강력한 주홍빛을 여행자의 얼굴과 마천루 빌딩에 퍼붓는다.
유난히 강한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의 아침햇살은 초고층 빌딩들의 꼭대기 층 부터 금도금을 시작해 20여분 뒤엔 일제히 황금색으로 변색시킨다.
그레이트오션로드, 모성짙은 페어리펭귄의 퇴근길, 단데농 퍼핑빌리 증기열차 여행 외에도, 멜번 시티 상공 풍선타기 여행도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버킷리스트에 서둘러 넣자.
1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착륙하면 스태프-탑승객 모두가 원팀이 되어 그 커다랗던 벌룬을 리어커 한 개 만하게 접는다.
한국인 특유의 협동심으로 다른 벌룬팀보다 단연 앞서 마무리짓는다. 열기구를 접을 때 비로소 리더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만 60세라고 했고, 모두들 3040세대로 추정했다가 놀라고 만다. 그의 역동적인 삶, 타인의 흥을 돋우는 능력 또한 감탄스럽다.
앳된 얼굴이지만 30대 중반의 대만 이민자 아줌마 스태프 역시 승객들에게 기를 불어넣으며 A to Z 작업을 함께 했다.
K-드라마를 좋아하는 그녀는 어느새 한국인 탑승객과 원팀이 되었고, 우리는 그녀를 담임선생님 처럼 따랐다.
카파도키아 열기구보다는 50% 정도 비용이 더 들지만, 더불어 함께 했던 보람과 만족감은 훨씬 더 컸다. 다만 튀르키예 카파도키아 벌루닝은 외계 비행 부문, 멜버른 벌루닝은 첨단현실세계 비행 부문으로 나눠 각각 1등을 줘야겠다.
비행을 마치면 풀만호텔에서 조식을 한다. 스태프들이 다가와 와인을 따라주는데, 브랜드를 확인할 것도 없이, 신의 물방울 답게, 꿀맛이다.
멜버른의 새벽은 야라강 카누도 함께 연다.
멜버른의 새벽, 앞이 좀 보일 무렵이면 어김없이 카누, 조정 동호인들이 서로 합심해 뱃놀이를 한다.
어떨땐 영국 캠브리지-옥스포드 대학 라이벌전을 방불케 하는 열전이 벌어지고, 다리위로 출근길을 재촉하는 샐러리맨들이 흘깃 내려다 보며 웃음짓는다.
새벽잠 없는 여행객들은 이들 뱃놀이 풍경과 자전거 출근족들을 함께 앵글에 넣어 일출사진을 찍으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한국인들의 셔터 소리에 카누 선수들이 미소도 보내준다.
참으로 역동적인 멜버른의 아침이다. 빌딩이 아침 햇살에 노랗게 물들 무렵, 플린더스 13노선 철로 위 메트로 기차들은 승객들의 출근길을 재촉한다.
역동적인 멜버른은 청정환경 속 삶을 원하는 세계 각국 기술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새 거주지이다.
그래서 현재 멜버른의 인구는 상주인구와 기술직외국인을 합치면 시드니와 거의 비슷하다. 멜버른의 인구는 늘고, 시드니 인구는 줄어, 머지 않아 호주 제1도시가 멜버른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어떤 의심도 없다. 멜버른이 글로벌 이웃들의 인기를 한몸에 얻으면서 힘차게 비상(飛上)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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