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에취!" 봄나들이가 괴로운 알레르기 비염… 완치법 없나

정심교 기자 2023. 4. 2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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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화려한 꽃이 만발하는 봄철이면 많은 사람이 주말 나들이 장소를 찾으며 행복해한다. 하지만 막상 나들이 때 꽃 구경의 즐거움도 잠시, 콧물·재채기·기침이 연거푸 찾아와 괴로운 사람도 적잖다. 바로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이다. 봄·가을 환절기 때마다 이 같은 불청객이 찾아오는 탓에 마스크가 없으면 일상이 힘들 정도다. 계속 방치하면 천식·축농증으로 진행할 수 있어 관리해야 한다. 그렇다면 완치법은 없을까. 전문의들의 조언으로 알레르기비염의 원인과 해결법을 알아본다.


꽃가루에 반응하면 계절성, 연중 심하면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은 코점막이 특정 물질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나타난다. 콧물, 코막힘, 재채기, 코 가려움증 등 증상이 그 결과다.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서민영 교수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들숨에 실려 오면 체내 화학물질인 히스타민이 분비돼 코안에 점액이 생성되고 점막이 붓는 염증반응으로 알레르기 비염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한 번이라도 알레르기 비염으로 진단받은 국민'은 전체 국민의 약 20%에 달한다. 증상이 비슷해 코감기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발작적인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가려움증이 주된 증상이며 열이 동반되지는 않는다. 반면 감기는 코 증상과 함께 열이 나고 대부분 1주일 안에 증상이 사라진다. 하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원인물질이 없어질 때까지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

알레르기 비염은 어느 연령에서나 발병할 수 있지만 소아기에 흔히 발생한다. 가족력이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부모 중 한 명이 알레르기 질환을 앓은 적 있다면 자녀에게 나타날 가능성은 더 높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 10명 가운데 4명은 3촌 이내의 가족 중 알레르기 환자가 있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계절성'과 '통년성'으로 나뉜다.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나 미세먼지가 많은 봄철처럼 특정 계절에만 증상을 보이는 경우다. 반면 집먼지진드기, 반려동물의 털 같은 실내 항원, 곰팡이 등으로 1년 내내 증상을 보이면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에 해당한다.

꽃가루에 민감한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외출 때 증상이 심해졌다가 귀가 후 사그라드는 경험을 반복한다. 경희의료원 디지털헬스센터 연동건 교수팀(국군수도병원 김정현 교수, 분당차병원 신정우 교수, 구민지 학생 연구원)이 2009~2021년 '한국 청소년 위험 행동 설문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84만 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 청소년들의 알레르기 질환 유병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09~2019년 알레르기 비염,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 청소년의 알레르기 질환 유병률은 평균 25%였는데, 코로나19가 범 유행해 외출이 줄어든 2020년엔 알레르기 질환의 유병률이 21%로 줄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알레르겐 요인과의 접촉이 제한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아가 면역치료 받으면 완치 기대할 수도
알레르기 비염 치료의 기본은 원인물질을 알아내 최대한 피하는 것이다.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애완동물 털, 곤충, 곰팡이 등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실내 오염물질이나 차고 건조한 공기, 스트레스가 비특이적인 자극으로 작용해 증상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서민영 교수는 "예전엔 알레르기의 원인 물질을 피하는 '회피요법'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현실적으로 꽃가루나 집먼지진드기 등을 완전히 차단하거나 피하기는 힘들다"며 "따라서 대부분 알레르기 비염 환자에게서는 약물적인 치료를 통한 증상의 조절이 치료의 중심을 이룬다"고 언급했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 땐 보통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해 과민반응을 억제한다. 환자에 따라 비강 내 스테로이드 요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개발된 약제들은 이전 약제보다 부작용이 많이 줄어들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항원)을 장기적으로 조금씩 투여해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면역치료'도 병행할 수 있다. 서민영 교수는 "특히 소아에서는 면역치료가 천식으로의 이행을 막는 유일한 치료"라며 "최근 면역치료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역치료는 알레르기 비염의 가장 근본적인 치료 방법으로 알려졌다.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알레르겐을 소량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양을 늘리며 주사해 면역력을 올려주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면역치료로 알레르기 비염 완치도 가능할까.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정주현 교수는 "면역치료를 받으면 비염의 원인에 따라 완치도 가능하고,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이 없이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을 관리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기에 면역치료를 일찍 시작하면 알레르기 비염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도 있다. 정주 교수는 "성장기에 있는 소아 가운데 어릴 때 면역치료를 시작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면역치료법은 치료 기간이 2년 이상으로 긴 편이다. 성인 중엔 수개월 동안 면역치료를 받아도 만족할 만한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 등 특정 시기에 심해지는 비염이라면 시기가 도래하기 전 미리 약물 치료를 시작해 비염의 발생 시기에 증상을 '완화'할 수 있고, 집먼지진드기 등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이라면 면역치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원인 물질에 대한 반응을 줄이고, 완치될 수도 있다.

심한 코막힘이나 비염 증상을 악화시키는 비강의 형태 이상, 부비동염 등이 있을 때 증상 완화를 위한 수술적 요법(비중격 교정술, 하비갑개 축소술 등)도 있다. 다만, 수술은 증상 완화의 목적일 뿐 근본적 치료 방법은 아니다.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과 박일호 교수는 "알레르기비염의 대표증상인 콧물·재채기·코막힘 증상이 지속하면서 인후통·발열·근육통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할 수 있다"며 "이들 증상이 7일 이상 지속하면 병원을 방문해 진단받기를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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