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메이커·길복순·차정숙…'50대 언니들' 드라마·영화 대세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김희애(56)는 지난 1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에서 이미지 메이커 황도희 역할을 맡아 대기업 기획전략실을 쥐락펴락하고 선거판을 뒤흔든다.
김희애는 재벌가의 더러운 비리를 받아내는 변기통 '황변'으로 조롱받던 황도희가 재벌가에 맞서는 감정 변화를 노련하게 연기하며 서사에 개연성을 불어넣는다. 차갑고 냉정하게 판을 설계하다가도 재벌가의 만행으로 희생되는 이들을 보고 치를 떨며 눈물짓는 황도희의 섬세한 감정 변화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다.
엄정화(54)는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전업주부 생활 도중 죽을 고비를 넘기고 20년 전 포기한 가정의학과 레지던트의 길을 걷는 차정숙을 연기한다.
간 이식 수술을 마치고 나온 차정숙이 눈을 뜨자마자 자신에게 간을 이식해주지 않은 남편에게 일갈하는 장면이 시청자의 속을 뚫어주면서 인물의 성격을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드라마 '일타스캔들'로 '원조 로코퀸'임을 입증한 전도연(50)은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에선 살인청부업계의 '전설'로 이름난 킬러 길복순 역할을 맡았다.
전도연은 극 중 '마트에서 3만원 주고 산' 도끼는 물론 칼과 총, 마커 펜까지 휘두르며 다양한 액션 장면을 선보였다.
20일 방송가와 영화계에 따르면 50대 여성 배우들이 드라마와 영화에서 잇달아 선이 굵직한 주연을 맡아 호평받으면서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모두 50대 여배우가 주연인 것은 물론 제목에 주인공의 이름 또는 여성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리고 모두 좋은 흥행 성적표를 받았다.
'퀸메이커'는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부문 주간 시청 시간 1위에 올랐고, '닥터 차정숙'은 2회가 시청률 7.8%(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길복순'은 공개 사흘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권 영화 부문 시청 시간 정상에 올랐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배우 처음으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 양쯔충(양자경·61)이 수상 소감으로 "누구도 당신에게 전성기가 지났다고 말하지 않게 하라"고 말했던 것에 국내 50대 여배우들이 화답하는 모양새다.
50대 여배우가 전면에 나선 작품들이 잇달아 좋은 성적을 내는 가운데 공개를 앞둔 작품들의 성적도 주목된다.
올해 하반기 tvN에서 선보이는 드라마 '마에스트라'는 여성 지휘자 차세음이 오케스트라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파헤치고 진실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프랑스 드라마 '필하모니아'를 원작으로 한다. 이영애(52)가 차세음 역을 맡았다.
넷플릭스가 올해 3분기에 공개할 드라마 '마스크걸'은 고현정(52)이 주인공 김모미로 나선다.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김모미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며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두 드라마는 '길복순', '퀸메이커', '닥터 차정숙'과 마찬가지로 50대 여배우를 주연으로 발탁한 것은 물론 여성의 이야기임을 제목에 내세웠다. '마에스트라'는 거장의 반열에 오른 지휘자를 뜻하는 여성형 명사다.
전문가들은 50대 여배우가 선봉에 선 작품이 연달아 대중의 선택을 받는 이유로 글로벌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도입에 따른 콘텐츠 시장의 저변 확대를 들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의 흐름은 글로벌 OTT가 만들어낸 '기적'으로 볼 수 있다"며 "제대로 된 시장주의가 들어오면서 제대로 된 상품이 비로소 기획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OTT는 소수라도 단단한 시청층이 있으면 캐시카우(수익원)가 되고, 대박이 아니라도 중박·소박을 낼 만한 아이템 중에서 경륜 있고 연기력을 갖춘 중년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서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 역시 "예전엔 드라마나 영화나 제작되는 숫자 자체가 적어 조금이라도 더 대중의 눈에 띌 주제들을 선택하다 보니 중년 여배우가 맡을 만한 역할들이 많지 않았다"며 "작품이 늘고 다루는 인물상이 다양해지면서 40대, 50대, 60대 여성의 이야기가 들어갈 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주 시청층과 배우들의 연령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여성의 활동 영역이 넓어진 사회상이 창작물에 자연스럽게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황진미 문화평론가는 "과거와 달리 이제 50대 여성은 자기 커리어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이라며 "40대, 50대가 되면 여배우들의 주연 배역이 없어지다시피 했던 이전과 달리 중년 여배우의 위상도 많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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