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거포 향한 과도기, '타율 꼴찌'에게 찾아온 인내의 시간
[OSEN=부산, 조형래 기자]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리틀 이대호' 한동희(24)는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홈런 1개가 있지만 타율 1할3푼3리(45타수 6안타) OPS .472에 머물고 있다. 규정타석을 채운 67명의 타자들 가운데 타율 꼴찌다.
한동희는 지난해 가을 마무리캠프부터 확실한 거포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잇다. 통산 54홈런 타자였지만 강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때리는 유형의 타자로 타구 스피드는 리그 최정상급인 반면, 땅볼 타구도 많았다. 10도 안팎의 낮은 발사각은 한동희의 아쉬운 지점이었다.
이제는 이 타고난 힘과 타구 스피드가 땅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코칭스태프와 머리를 맞댔다. 한동희는 언젠가는 롯데를 대표하고 리그를 주도하는 거포로서 성장해야 했다. 롯데가 바라던 모습도 한동희가 홈런을 더 많이 때리는 것이었다. '국민타자' 이승엽, '국민거포' 박병호를 키워냈던 박흥식 코치의 지도 아래, 한동희는 확실한 거포로 거듭나기 위해 도전과 변화를 택했다. 발사각을 높이고 땅볼보다는 뜬공을 때리기 위해 타격관 자체를 바꾸는 과정을 단행했다. 예전보다 히팅 포인트를 뒤로 두고 공을 띄우기 위한 스윙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겨우내 노력했고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발사각은 높아졌고 현재 땅볼보다는 뜬공이 더 많다. 땅볼/뜬공 비율은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뜬공이 많아졌다. 올해 0.82의 뜬공 비율. 공을 띄우기 시작했다는 것은 변화가 이뤄졌다는 신호지만 이게 장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한동희 스스로가 가장 답답하다. 이런 한동희를 그라운드 옆에서, 라커 옆자리에서 지켜보는 노진혁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게 많이 보인다. 그렇다고 노력을 안하는 선수도 아니다. 자신의 것을 찾기 위해 매일 실내 배팅장에 가서 노력하고 훈련한다"라면서 "심성이 착하고 여린 선수다. 약한 소리를 많이 하길래 그래서 강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그래서 정신차리라는 말도 한다. 한동희가 살아야 롯데 자이언츠가 산다. 그래야 우리 타선도 더 강해질 수 있다. 충분히 잘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한동희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흥식 코치도 현재 한동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다. 박 코치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의 (한)동희는 타율을 좋았겠지만 전체적으로 봐서는 타율은 2할8푼 정도를 때리면서 홈런은 30개 정도 치는 선수가 되어야 개인과 팀, 한국 야구를 위해서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나이도 창창한 선수다. 그래서 지금 변화를 줘야 겠다고 생각했다"라면서 "강하게 라인드라이브를 치던 원래의 스타일이 아니니까 아직은 헷갈리는 모습이 있다. 예전으로 돌아가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도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리틀 이대호'라는 수식어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는 게 구단 안팎의 전언. 이제는 이대호의 몫을 한동희가 이어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부담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타격 메커니즘을 바꾸는 과도기까지. 박 코치는 누누이 한동희가 갖고 있는 재능과 능력을 칭찬해 왔다. "전체적인 신체조건, 메커니즘, 파워, 유연성은 롯데 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 내에서도 수준급이다. 하지만 홈런을 위한 자기 야구관이 아직 정립이 안 되다 보니까 고생을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일단은 때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시즌을 한 달도 치르지 않았기에 확실한 표본이라고 할 만한 결과값도 나오지 않았다. '무조건 4번 타자'라고 했지만 현재의 성장통을 조금이나마 완화하기 위해 타순도 하위 타순으로 내렸다. 한 번의 계기만 오면 된다고 말한다.
박흥식 코치는 "지금은 나도 지켜보고 있다. 4번 타자에서는 부담도 많이 느끼고 있기에 차라리 하위 타선에서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돌려보라고 하고 있다"라면서 "한 번의 감을 찾으면 된다. '이거다' 싶은 때가 오면 무조건 올라간다고 보고 있다. 그 포인트를 찾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선수가 원하면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한동희도 변화의 의욕이 있다. 박흥식 코치는 "예전으로 돌아가서 편하게 칠지, 아니면 계속 지금의 변화 과정을 계속할지는 나도 고민하고 있다. 내가 계속 주장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본인도 끝까지 해보겠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2018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이후 적지 않은 세금을 내면서 한동희는 성장했다. 그리고 한동희에게 다시 인내의 시간이 찾아왔다. 한동희는 과연 새로운 방향성을 저입하는 과정 속에서 다시 길을 찾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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