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거품, 더 비싸게 사줄 바보가 있다고 믿는 바보들이 만든다
“머리가 얼마나 나쁘면. IQ가 두 자리가 안 되니 애를 낳는 거겠죠?” 아이 낳는 사람을 ‘바보’라 하면서 애국자라고 칭찬한 서울대 최재천 교수의 말이다. 2030 세대는 자산 형성과 안정적인 주거 마련이 어려워 결혼마저 어렵다 한다. 아이 낳기 쉽지 않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출산을 선택하는 ‘바보’와 달리 정말로 피해야 할 바보상도 여럿 있다.
우선, 샤워실의 바보다. 시장의 자유를 강조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설익은 정책으로 섣불리 개입하는 중앙은행을 이렇게 비유했다. “수도꼭지를 조절 않고 온수와 냉수로 급하게 돌리면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통화정책뿐 아니다. 정유사에 대해 ‘횡재세’를 부과하자는 주장도 샤워실의 바보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다. 주로 정제 사업을 하는 국내 정유사는 산유국 석유회사처럼 원유를 생산하진 않는다.
그래서 정제 마진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팬데믹 때 마이너스 유가 탓에 손실을 입었던 정유사들이 최근 이익을 봤다고 질시하는 건 아닌지 침착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유동성을 푼 주요국 중앙은행도 샤워실의 바보에 비교된다. 그들 통화정책 당국자는 인플레이션을 잡고 경기침체를 막아야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더 큰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의 주인공들이다. 특정 자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는데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더 높은 가격에 사줄 더 큰 바보가 있다고 믿으며 행동을 한다. 자산 거품은 본질가치가 아닌 시장 참여자의 비이성적 믿음이나 기대 때문에 형성된다. 특정 바이오주나 메타버스 관련 주식은 종종 과열된 흐름을 보인다.
미래 이익 전망과 별개로 비이성적 수요가 가격을 밀어 올린 경우가 과거에도 많았다. 카지노와 다름없는 치킨게임식 투자는 후유증을 남긴다. 거품 붕괴 후 주가는 적정 수준으로 회귀하기 마련이다. 손해 본 투자자만 피눈물을 흘린다. 한때 90달러대에 도달했던 수소 전기차 니콜라의 주가는 최근 동전주 수준으로 내렸다.
셋째, 국민을 바보로 알고 표만 노리는 정치인에 희생되는 경우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2050년대에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금개혁처럼 인기는 없지만 꼭 해야 할 정책은 하지 않고 선심성 돈풀기 정책만 실시하면 잘못된 정치다. 반대 여론을 뚫고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연금 개혁안을 밀어붙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고독한 분투가 그래서 돋보인다.
위의 세 가지 사안에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 상황만 보고 미래 위험 요인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올바른 판단과 본연의 가치를 볼 수 있는 시각을 길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후손이나 막차 탄 이를 희생양으로 삼게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온수와 냉수 사이에서 적절한 온도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역할을 할 때 값어치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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