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에 누구보다 강한 Z세대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2023. 4. 2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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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하의 이게 뭐Z?] 유튜브로 검색하고, SNS 사진 한 장으로 유행 만들어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 는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딱잘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Z세대는 네이버가 아니라 유튜브로 검색한다는 말이 있다.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글로 된 게시물을 읽어야 하지만, 유튜브에서는 영상 섬네일만 봐도 내용이 이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튜버들은 조회수를 위해 가장 명확하면서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섬네일을 제작한다. 만약 섬네일로 이해가 안 되더라도 글을 읽기보다 영상을 보고 듣는 게 Z세대에게는 더 익숙하다. 영상은 2배속으로 볼 수 있는 반면, 글은 속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Z세대는 문해력과 활자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미지에 대해서는 이전 세대보다 적응력이 뛰어나다. 사진 등을 이용한 유행이 늘어나는 것도 이 같은 Z세대의 특징과 관련 있다.

# '내가 바퀴벌레로 변하면'이라고 묻기

한 트위터리언이 ‘내가 바퀴벌레로 변하면’이라는 질문을 가족에게 던지고 돌아온 답변을 캡처한 이미지. [whoamyun 트위터 캡처]
인스타그램(인스타) 스토리가 처음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여러 기업이 스토리 공유 이벤트를 했다. 인스타 스토리에 올린 게시물은 피드에 기록되는 게 아니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이벤트를 하기에 훨씬 적합하다. 그래서 요즘 유행이 뭔지 알고 싶다면 그날 인스타 스토리에 어떤 게시물이 올라왔는지 보면 된다. 스토리에 3개 이상 비슷한 게시물이 보인다면 그게 바로 유행인 것이다. 4월 7일 오후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갑자기 등장한 '바퀴벌레'도 그중 하나다. 바퀴벌레가 실시간 트렌드에 오른 이유는 Z세대 사이에서 가족이나 지인에게 "만약 내가 갑자기 바퀴벌레로 변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고 그 답변을 공유하는 게 유행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따뜻한 답변도 있었지만 신박한 답변도 많았다. "너인지 모르니 죽일 수도 있겠다"거나 "더러우니 일단은 방에 두겠다"는 '웃픈' 답변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Z세대는 주변 사람들과 나눈 "내가 바퀴벌레로 변하면"이라는 별것 아닌 질문과 답변도 캡처 이미지로 공유하며 하나의 유행을 만든다.

# 항공 샷부터 사진 속 사진 속 사진까지

아이돌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거울 앞에서 찍은 셀카(왼쪽). 배우 손예진이 거울 속 자신이 보이도록 찍은 셀카. [에스파 공식 홈페이지 캡처, 손예진 미투데이 캡처]
얼짱 각도, 45도 각도처럼 사진에는 언제나 유행하는 각도가 있다. 셀카는 무조건 얼굴이 잘 나오는 게 중요하지만 어떤 각도가 유행할 때는 그것을 적당히 활용해 찍는 것도 트렌디함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다. 최근 여러 연예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살펴보면 위에서 아래로 촬영한 사진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명 항공 샷이다. 손을 대각선 위쪽으로 뻗어 머리부터 발까지 다 보이게 찍으면 이게 바로 항공 샷이다. 다른 사람을 찍어줄 때도 굳이 자리에서 일어나 위쪽에서 촬영하면 항공 샷이 완성된다.

항공 샷 이외에 또 많이 보이는 건 거울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찍는 사진이다. 그냥 거울 셀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둘은 분명 다르다. 거울 셀카는 휴대전화 뒷면 카메라를 활용하지만 이 사진은 휴대전화 앞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셀카 모드로 설정된 휴대전화 앞면 카메라를 거울 쪽으로 향하면 자신이 총 3번 담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런 사진은 최근 아이돌 SNS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더 유행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만약 자신이 이와 비슷한 사진을 이미 찍은 적이 있다면 제법 유행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하나 재밌는 건 얼마 전 누리꾼이 이 사진의 원조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2011년 배우 손예진이 본인의 '미투데이'에 업로드한 사진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손예진둥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 내 셀카 넣은 영화 '바비' 포스터

영화 ‘바비’의 캐릭터 포스터 중 하나.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바비 인형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기대보다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영화 '바비'는 며칠 전 예고편 공개만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바비' 공식 포스터에는 수많은 바비가 등장하는데 각각 인어, 대통령, 물리학자 등이다. 즉 이 영화는 바비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바비' 홍보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자신의 셀카 혹은 연예인의 사진을 활용해 포스터를 만들 수 있게 했다. 홈페이지 이름은 'Barbie Selfie Generator'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영화 주인공 바비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누구나 바비가 될 수 있고, 바비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영화 메시지를 잘 담은 마케팅이다. 또 최근 들어 영화관들이 종이 포스터 배치를 줄이고 있는데, 사실 포스터에 대한 관람객의 니즈는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직접 만든 포스터 이미지를 SNS 등에서 배포할 수 있게 했으니 마케팅 효과는 덤일 것이다. 자신이 만든 것을 SNS에 공유하기를 즐기는 Z세대 사이에서 이는 가장 빠르고 재밌게 유행을 만들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사람의 SNS에서 자신만의 바비 포스터가 보이고 있으니 '바비' 홍보사의 마케팅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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