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금 간 벽, 비좁은 교실... 4년 전 공립 전환한 특수학교의 현실

장수현 2023. 4. 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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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4년 전 공립학교로 전환된 특수학교가 있다.

교실과 복도, 보건실 등 금이 간 벽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재정이 개선되고, 특수학교 교사가 배정돼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등 공립 전환의 장점은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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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43회 장애인의 날]
서울도솔학교, 전환 후 '환경개선' 약속
좁은 진입로, 건물 노후화... 부실 여전
증·개축 불투명... "공부할 공간 원해요"
19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도솔학교 통학버스가 좁은 진입로와 주차된 차량을 피해 조심스럽게 운행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이런저런 장애인 대책이 쏟아진다. 특수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문제도 그중 하나다. 2017년 서울 강서구에서 일어난 ‘무릎 사건’을 계기로 장애 학생들의 열악한 학습권 실태가 널리 알려졌다. 4년 전 공립학교로 전환된 특수학교가 있다. 2018년 사립 서울인강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들이 발달장애 학생을 폭행한 사건이 알려지자 서울시교육청 주도로 이듬해 공립 ‘서울도솔학교’로 재탄생했다.

교육당국이 개입했으니 학부모들은 시설 보강 등 환경이 당연히 좋아질 줄 믿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학생들은 맘 놓고 공부할 공간을 찾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특수학교의 현실이다.

19일 서울 도봉구 서울도솔학교의 보건실 벽면에 금이 가고 자재도 떨어져 나가 있다. 최주연 기자

서울 도봉구 도솔학교 학생들은 등굣길에서부터 위험과 마주한다. 19일 오전 8시 40분 등교생들을 태운 45인승 셔틀버스 4대가 연달아 교문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진입로가 좁아 버스는 길가에 주차된 차량들을 거의 스치듯 천천히 움직였다. 학부모 유수희(46)씨는 “애초에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사고가 날까 봐 항상 전전긍긍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수많은 위험요소에도 주정차나 과속 단속은 실시하지 않는다. 진입로가 도로법 적용을 받지 않는 비법정 현황도로인 탓이다. 또 도로가 지나는 땅을 경기 의정부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국방부 등 여러 주체가 쪼개 소유하고 있어 책임 소재를 따지기도 애매하다. 진입로에 어린이보호구역 지정만 겨우 해 놓은 상태다.

학교 안 사정은 더 심각하다. 전신 인강학교는 1971년 개교했다.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초·중·고 교육과 대학전공 과정에 준하는 특수교육을 가르쳐왔고 현재 115명 재학 중이다. 하지만 1990년대 3차례 증·개축을 한 뒤로는 시설을 제때 확충하지 않아 학생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생긴 싱크홀을 메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달 주차장 일부가 또 가라앉았다. 교실과 복도, 보건실 등 금이 간 벽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아예 벽 일부가 떨어져 나간 곳도 있다.

4월 초 서울 도봉구 서울도솔학교 주차장에 발생한 싱크홀. 현재는 복구 공사를 마쳤다. 도솔학교 제공

재정이 개선되고, 특수학교 교사가 배정돼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등 공립 전환의 장점은 분명 있다. 다만 학생·학부모의 1차적 요구는 안정적인 배움의 공간부터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1990년대 증·개축도 시교육청의 관리·감독 없이 자체 진행해 적절한 학습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도솔학교 교실은 특수교육법에서 지정한 교실 면적(6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약 32.7㎡). 성인 몸집의 학생 7명이 한 반인 고등부의 경우 앉아서 수업만 듣는 정도다. 거동이 불편한 학생이 태반인데, 지하 급식실로 가는 엘리베이터 역시 없다.

부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신축은 언감생심이다. 지난해 도솔학교를 관할하는 서울북부교육지원청이 개발제한구역 해제 여부를 문의했지만, 국토부는 거절했다. 유미숙 도솔학교 교감은 “증ㆍ개축이 유일한 해법이나 당장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학교는 궁여지책으로 내년 폐교가 확정된 인근 도봉고 건물을 초등부만 잠시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것도 내년 하반기 개축 공사를 앞둔 도봉초가 먼저 지원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두 학교 초등부가 건물을 같이 사용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다”면서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희망이 꺾일수록 속이 타 들어가는 건 학부모들이다. 아들이 중등부 1학년에 다니는 학부모 최영선(46)씨는 “환경 개선을 약속하고도 실행은 감감무소식”이라며 “아이들에게 배제되지 않고 같이 살아간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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