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사기 피해 주택 경매·공매 유예 협조 요청 [한강로 경제브리핑]

이도형 2023. 4. 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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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세사기 피해가 가장 큰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내 관련 부동산에 대한 은행·상호금융권의 경매를 20일부터 유예하기로 했다. 전국의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금융권의 자율적 경매 유예조치 협조도 이뤄진다. 이 조치는 금융 관련 법규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해석해 법적 불확실성도 제거해 주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세계일보는 20일자 지면에서 이같은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대책을 다루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질적 대책마련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지난 1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아파트 공동현관문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19일 오후 4시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범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개최한 뒤 이런 내용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회의에는 기재부 외에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법무부, 행정안전부, 은행연합회, 신협중앙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우선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로 확인된 2479세대 중 은행권 및 상호금융권 등에서 보유 중인 대출분을 20일부터 즉시 유예하도록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해당 조치는 금융 관련 법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의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미추홀구뿐 아니라 전국의 전세사기 피해자 거주 주택에 대해 6개월 이상 자율적 경매 및 매각 유예조치를 하도록 금융권에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국토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 주택 주소를 입수해 주택담보대출 취급 금융기관에 송부하기로 했다. 담보로 취급한 금융기관은 대출 기한의이익 상실 여부, 경매 여부 및 진행 상황 등을 파악해 피해자가 희망할 경우 경매절차 개시를 유예하거나 경매 진행 시에는 매각을 연기한다. 금감원 감독 대상이 아닌 새마을금고도 전세사기 대상 주택에 대한 경매 및 공매를 유예한다고 이날 밝혔다.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법률·심리 상담을 확대하고,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여당인 국민의힘도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고, 20일 당·정 협의회를 열어 관련 상황 보고 및 후속대책 논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전세사기에 따른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피해 부동산 경매나 매각을 보류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금융권의 자율적 경매‧매각 유예 조치를 요청하면서 담보권 실행을 연기하더라도 금융 관련 법규 위반이 아님을 증명하는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하겠다고 한 것도 이때문이다. 시중은행도 은행연합회 중심으로 대책 논의에 착수했다. MG새마을금고는 이날부터 전세사기 대상 주택에 대한 경·공매 유예와 함께 전세사기 피해자가 새마을금고에 전세 대출이 있을 경우 이자율 조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자신이 사는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에는 정부 정책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대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역에서 열린 전세사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대한변호사협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지원센터 등과 함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HUG와 전세피해지원센터에 “1인 가구, 저소득층 등 절박한 위기에 처한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가는 상담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서민금융진흥원 예산을 투입해 전세사기 피해 회복을 위한 소송도 돕기로 했다. 원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 유예와 관련해 은행을 비롯해 제2·제3 금융권, 채권추심기관까지 전부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공공이 매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선순위 채권자에게만 좋은 일이 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미추홀구 피해 주택의 경우 선순위 담보 설정이 최대한도로 돼 있어 공공이 매입해도 피해자에게 갈 돈이 한 푼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세사기 피해가 크게 일어난 인천광역시도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보증금 대출 이자를 2년간 전액 지원하고 피해 확인서를 발급받고 소득 기준을 충족할 시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금리인 1.2∼2.1% 이자를 전부 시가 내주기로 했다. 또 긴급 주거지원을 신청해 공공주택에 입주하는 세대에는 가구당 150만원의 이사비를 주기로 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많이 양산되고 있으니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은 하지만, 경매 보류는 결국 다시 경매를 개시해야 하는 것이다 보니 근본적인 대책은 아닌 것 같다”며 “경매가 많이 지연될 경우 건전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하는 등 다각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권 대출도 있지만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 빌라가 많다 보니 2금융권 대출도 많은 것 같다”며 “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주택에 설정된 근저당권이 민간채권관리회사(NPL)로 넘어간 것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일부는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정부는 “NPL 등에 매각된 건에도 최대한 유예 협조를 구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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