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나가 내 옆에서 춤춘다.. 몰입형 K팝 콘서트 체험기

이덕주 기자(mrdjlee@mk.co.kr) 2023. 4. 2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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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와 어메이즈VR이 만든 VR콘서트
SXSW서 첫 공개 ‘에스파 VR콘서트 at 광야’
아티스트 내 눈 앞에서 춤추고 노래불러
K팝의 강점 극대화할 수 있는 new 콘텐츠
에스파 VR콘서트 at 광야 캡처영상. <스튜디오A>
에스파는 나야

둘이 될 수 없어

Monochrome to colors

이건 evo-evolution

SM엔터테인먼트의 대표 걸그룹 ‘에스파’의 데뷔곡 ‘Black Mamba’의 가사다. 에스파는 둘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내 눈 앞에 춤추고 있는 에스파는 뭐지?

Black Mamba 의 시그니처 안무. 격렬한 춤을 추는 중 멤버들이 바닥을 양손으로 짚으면서 오른쪽 다리를 찟는다. 강력한 베이스와 함께 에스파의 시선이 나에게 꽂힌다.

K팝 걸그룹 역사상 가장 도발적이고 강렬한 이 안무를, 에스파 멤버들이 바로 내 눈 앞에서 춤 추고 있다. 그들과 시선이 마주치자 0.5킬로그램의 메타 퀘스트 2 헤드셋을 착용한 기자의 몸은 마비된 듯 얼어붙었다.

기자는 SM엔터가 스타트업 어메이즈VR 과 함께 만든 ‘에스파 VR콘서트 at 광야’를 체험해 보았다. 이 VR 콘서트는 SM 엔터의 자회사인 스튜디오 광야와 어메이즈VR이 만든 합작회인 스튜디오 에이에서 제작한 콘텐츠다.

몰입감 높은 VR의 강점 잘 살린 콘텐츠
에스파 VR콘서트 at 광야 캡처영상. <스튜디오A>
이 VR콘서트는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2023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 출품된 것으로 당시 현장을 찾은 사람들만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올해 하반기 어메이즈VR 이 정식 앱으로 출시하기 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에 있는 어메이즈VR 의 사무실을 찾았다.

기자는 지난해 어메이즈VR 이 내놓은 ‘메간 디 스탤리언’ VR콘서트를 경험해본 적이 있다. 당시에도 내가 아는 가수가 나왔으면 더 좋았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역동적인 안무의 K팝 공연을 VR기기로 경험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당시에도 했다.

어메이즈VR 의 콘서트는 그린스크린 배경의 스튜디오에서 특수 카메라로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영상으로 찍는다. 그리고 후반 작업을 통해서 이를 메타버스 속 콘서트로 만든다. VR 기기를 착용한 사용자가 마치 아티스트의 바로 코 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몰입감이 핵심 기술이다.

이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최대한 언어로 이를 설명해보자면, 엠넷의 K팝 전문채널인 ‘스튜디오 춤’으로 ‘에스파’ 영상을 시청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 스크린의 크기가 내 시야를 뒤덮을 정도로 아주 크고, 아티스트가 스크린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눈 앞 손이 닿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 차이다. 손을 뻗어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는 것이 힘들 정도.

외부에 공개된 콘텐츠는 두 곡. ‘Black Mamba’와 ‘도깨비불’이다. Black Mamba 는 백댄서들과 함께 무대가 이뤄지고, 도깨비불은 네 명의 멤버만 등장한다.

역동적 안무와 멤버별 매력 중요한 K팝 경험극대화
어메이즈VR이 콘서트를 만든 탑스타 메간 디 스탤리언. <사진=어메이즈VR>
‘스튜디오 춤’이나 음악방송 무대 같은 유튜브 K팝 콘텐츠는 현란한 카메라 전환이 특징이다. 하지만 어메이즈VR의 콘서트는 카메라의 시점이 고정되어있다. 마치 내가 드론 카메라가 된 듯이 떠다니고 있고, 내 눈 앞에서 아티스트들이 춤을 추고 있다. 하지만 현란한 전환이 없어도 전혀 영상이 지루하지 않다. 그들이 내 눈 앞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경험이 강렬하기 떄문이다.

하지만 전체 시야가 스크린이기 때문에 내 눈 앞에서 지금 윈터가 춤을 추고 있더라도 시선을 돌리면 닝닝이 노래를 부르고, 지젤이 랩을 하는 것이 보인다. K팝 콘텐츠는 개별 멤버들의 단독 영상이 ‘직캠’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올라온다. 팬들은 각 멤버에 집중된 영상을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메이즈VR 의 영상에서는 이렇게 별개의 영상으로 나눌 필요 없다. 넓은 시야가 주는 장점이다.

이건 ‘메간 디 스탤리언’ 콘서트와 다른 K팝이니까 가질 수 있는 장점이었다. 아티스트 한 명에 집중하는 ‘메간 디 스탤리언’ 콘서트는 한 번 보면 끝이다. 하지만 K팝은 개별 멤버들에 집중해서 여러 번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메이즈VR 에 따르면 ‘메간 디 스탤리언’의 공연을 제작할 때보다 여러 멤버들 동시에 카메라에 촬영할 수 있게 됐고, 이들의 역동적인 안무를 담을 수 있었다고 한다.

가장 아쉬운 점은 스피커였다. 기자는 메타 퀘스트 2 에 장착된 기본 스피커로 감상을 했는데 압도적인 시각적인 경험과 달리 청각의 경험은 따라주지 못했다. 이는 별도 헤드폰 착용으로 개선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7분간의 짧은 시청을 마치고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였다.

‘또 보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에스파 뿐만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VR콘서트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메이즈VR 은 SM엔터의 보이밴드 엑소 출신 카이의 영상도 향후 공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K팝 팬들에겐 VR 기기 장벽 될수도
SXSW에서 VR콘서트를 체험해보는 참관객들. <사진=어메이즈VR>
어메이즈VR 의 콘서트는 우리가 기존에 경험해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콘텐츠다. K팝 아티스트를 경험하는 방식이 음원, 뮤직비디오, 무대영상, 숏폼영상, 라이브콘서트 같은 것들이 있었다면 몰입형 콘서트는 이 것들과 비슷하면서도 매우 다른 체험이다.

어메이즈VR 은 VR콘서트가 K팝 뿐만 아니라 모든 아티스트들이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의 포맷으로 자리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곡을 내고 활동을 하기 위해 뮤직비디오를 찍고, 틱톡챌린지를 하는 것처럼, VR콘서트도 기본적인 아티스트 활동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K팝 아티스트의 경우 활동기간 중 반나절 정도만 시간을 내서 이미 준비된 곡과 안무를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면 된다. VR콘서트의 경우 VR플랫폼에서 유료로 판매될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수익의 창구가 될 수 있다.

다만 VR헤드셋이라는 기술적인 장벽은 어메이즈VR 이 넘어야할 산이다. K팝 팬들의 경우 여성이 많은데 VR 기기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메이즈VR 관계자는 “K팝 팬들은 열정이 대단하기 때문에 팬들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다만 팝업 스토어 등을 통해 팬들이 VR 콘텐츠를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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