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합병 역대 기록 '눈앞'…불 붙은 장외기업 유치 경쟁
작년 공모주 시장 침체에 일찌감치 스팩 시장으로 발길 돌려
IPO와 스팩 합병 놓고 증권사와 발행사간 갈등도
주식시장에서 스팩(SPAC) 합병이 역대급 활기를 띠고 있다. 올해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하려는 기업은 벌써 19곳이다. 이미 작년(17곳) 기록을 넘어서는 수치다. 연내 추가로 스팩합병을 추진할 기업까지 감안하면 역대 최대 스팩합병 기록을 새로 쓸 가능성도 제기된다. 작년부터 기업공개(IPO) 대신 스팩을 활용해 주식시장에 우회상장하려는 기업들이 줄을 선 결과다. IPO 시장도 살아나면서 장외업체 상장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6개 기업이 스팩합병 방식으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셀바이오휴먼텍(대신밸런스제12호스팩)과 슈어소프트테크(NH스팩22호), 벨로크(IBKS제18호스팩) 등 4월 말에 상장이 예정된 곳을 포함하면 9곳이다.
이들 기업 외에 10개 스팩이 합병 기업을 찾아 한국거래소에 합병 청구서를 제출하고 합병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스팩 합병의 경우 합병 청구부터 합병 이후 신주 상장까지 통상 반년 정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모두 연내 상장이 가능하다.
합병 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올해 연간 스팩합병 건수는 이미 작년 기록을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3년간 스팩 합병 건수는 2020년 17곳, 2021년 15곳, 2022년 17곳 등이다.
IB 업계에서는 올해 스팩 합병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새로 쓸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 최다 스팩합병 건수는 2017년 21곳이다. 시장 관계자는 “비상장 법인의 결산이 4월에 대부분 마무리되는 만큼 결산실적을 기반으로 5~6월에 스팩합병을 위한 청구서를 제출할 채비를 하는 기업이 다수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스팩 합병은 시장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상장할 수 있는 통로다.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은 일반 상장과 달리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해 공모가를 산정하지 않는다. 자산과 수익 등 절대적 가치를 기반으로 합병비율과 합병가액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상장을 통해 확보하는 금액은 일반적으로 100억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헐값에 상장하거나 상장을 철회하는 등의 위험 부담을 피할 수 있다. 작년 IPO 시장이 위축되자 안정적 상장을 최우선 목표로 세운 기업들이 늘어난 셈이다.
주관을 맡은 증권사 입장에서도 최근 2년간 신규 스팩을 연이어 상장시켜둔 만큼 합병 성과를 거둬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신규 스팩 상장 건수는 45건으로 2015년(45건)에 이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권사마다 IPO 불황기에 대비해 보유한 스팩 수를 늘린 결과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다. 지난 2009년 상장 통로 확대를 이유로 국내 증시에 도입됐다. 상장 이후 3년 이내에 다른 기업을 합병하지 못하면 청산된다.
스팩은 합병 대상 기업을 찾을 수 있는 주관사의 평판이 주요 투자 기준으로 작용한다. 다수의 스팩을 상장시켰더라도 합병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이후 해당 증권사의 신규 스팩은 투자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증권사는 스팩 합병을 통한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증권사는 스팩 상장 과정에서 정해진 인수수수료의 절반만 받는다. 이후 스팩 합병이 이뤄지면 잔여 인수수수료와 합병 자문 수수료를 추가로 확보하는 구조다. 스팩 설립 당시 발기인으로 참여해 취득하는 주식과 전환사채를 통한 시세차익도 쏠쏠한 수익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스패 합병을 완료한 증권사는 건당 평균 25억원의 수익을 확보했다. 공모규모 1000억원인 기업의 IPO를 주관한 것과 맞먹는 수익 규모다.
다만 올해 초부터 중소형 IPO가 호황기를 맞이하면서 주관사와 예비상장기업 간 갈등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일부 대형 증권사는 상장 주관계약을 맺은 기업에 스팩 합병을 지속해서 권유했다. 중소형 기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상장 전략을 수립할 역량이 부족한 만큼 일반 IPO를 고집하기 어렵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한 기업의 대표는 “상장 이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조건 등을 제시해 결국 주관사의 권유를 받아들였다”며 “공모주 시장이 활황세로 바뀌면서 일반 공모를 진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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