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질환 치료제'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 찾아
인공 혈액-뇌 장벽 칩 활용한 새로운 압타머 선보여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의 바이오메디컬공학과 박태은, 주진명 교수 연구팀은 인공 혈액-뇌 장벽 칩을 이용해 뇌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혈액-뇌 장벽 투과 압타머(Aptamer)’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혈액-뇌 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은 중추신경계통(CNS)의 평형을 엄격하게 조절하는 생체 장벽이다. 이는 뇌 기능에 필수적인 물질만 출입을 허용해 외부물질의 침입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뇌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까지 통제하기 때문에 약물 치료에 큰 걸림돌이 돼왔다.
현재 뇌 질환 치료제가 효과적으로 뇌에 전달되기 위해 ‘트로이 목마 전략’이 주로 이용된다. 이는 뇌혈관 내피세포에 발현된 수용체나 운송 단백질을 표적하는 표적분자를 약물에 도입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혈액-뇌장벽을 통과하지 못하는 약물도 쉽게 세포에 흡수시켜 뇌로 유입될 수 있도록 만든다.
최근 이런 표적분자 중 하나로 ‘압타머’가 주목받고 있다. 압타머는 3차원 구조의 짧은 뉴클레오타이드 가닥으로 표적하는 세포 또는 생체 조직에 높은 결합력을 가진다. 이는 저렴한 비용, 작은 크기, 낮은 면역 반응성 등 여러 이점으로 기존에 표적분자로 사용됐던 항체 및 펩타이드를 대체하고 있다.
기존 혈액-뇌 장벽 투과 압타머는 생체외모델 또는 동물 모델을 통해 개발돼왔다. 하지만 기존 모델이 실제 생체의 기능을 구현하지 못하는 점과 종간 차이로 인해 효과적인 뇌 표적분자의 개발의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UNIST 연구팀은 직접 개발한 ‘인공 혈액-뇌 장벽 칩’을 활용해 혈액-뇌 장벽을 투과하는 압타머와 이를 이용한 약물 전달 기술을 개발했다.
압타머의 개발에 활용된 인공 혈액-뇌 장벽 칩은 두 개의 미세채널로 이뤄져 있다. 한 채널에는 역분화줄기세포에서 유래된 뇌혈관 내피세포를 사용해 혈관을 모사하고 나머지 채널에는 별아교세포와 혈관주위세포를 함께 배양해 뇌 환경을 모사했다. 이러한 모델은 생체와 같은 수준의 장벽을 가지며, 혈액과 같은 유체의 흐름을 모사함으로써 실제 생체 환경에서 혈액-뇌 장벽을 표적하는 압타머를 선별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제작된 혈액-뇌 장벽의 혈관에 무작위 서열의 압타머를 넣고 장벽을 투과해 뇌 내부로 전달되는 압타머 서열을 선정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수행해 높은 혈액-뇌 장벽 투과 효율을 가진 압타머를 선별했다. 이렇게 선별된 압타머(hBS01)는 다른 압타머에 비해 2~3배 높은 투과 효율을 보였다.
연구팀은 “hBS01을 무작위의 압타머와 비교했을 때, 뇌 혈관세포 모델에서만 특이적으로 높은 흡수율 및 투과 효율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뇌의 주요 구성 세포에서도 높은 투과 효율을 보였다”며 “이는 치매와 뇌종양 등 뇌관련 질환의 치료제 개발은 물론, 혈액-뇌 장벽 투과 제약으로 인해 임상 시험에서 실패한 다양한 약물 후보군의 뇌 내 전달 효율 향상을 위한 전략으로써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hBS01의 약물전달체로의 활용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hBS01을 표면에 부착한 나노입자를 만들었다. 이를 실험동물에 주사했을 때 뇌에서 높은 축적 효율을 보여주며 hBS01을 이용한 약물전달체의 개발이 임상시험에서도 효과를 보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논문 제 1저자 최정원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뇌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며 “여러 인공 장기 칩을 활용한다면 다양한 장기 표적 약물 전달체 개발에 더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바이오메디컬공학과 박태은, 주진명 교수 연구팀이 참여했고,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지원사업, 기초연구실지원사업,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 연구성과는 나노과학분야 저명학술지인 ACS NANO 저널에 4월 17일 온라인 게재됐다.
울산=장지승 기자 jj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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