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전세사기 피해자 우선매수권 검토…공공매입, 근본대책 아냐"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당정이 피해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또 조직적인 전세사기로 생긴 범죄수익은 전액 몰수보존하는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협의회'를 마친 후 결과 브리핑에서 "현 정부 들어 네 차례 (전세사기)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범정부 특별단속도 실시하고 있지만 피해자 구제나 주거안정 확보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이같은 내용의 피해자 구제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이 마련한 대책은 크게 △전세사기 피해자 거주 주택에 대한 금융권의 경매·공매 유예 △전세사기 피해주택 경매 시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 부여 검토 △피해 임차인을 위한 찾아가는 서비스 확대 등이다. 전국 각지에서 피해자들이 증가하고 있단 점에서 실질적으로 주거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박 정책위의장은 "먼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어제 정부가 발표한 전 금융권 경매·공매 유예조치를 충분히 이뤄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며 "금융기관이 제3자에게 채권을 매각한 경우에도 경매를 유예하는 방안을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피해주택 경매시 일정 기준의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피해 임차인이 거주주택을 낙찰할 경우 구입자금 마련을 위해 저리대출을 충분한 거치기간을 둬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당정은 이 과정에서 임차인 권리보호와 낙찰자 이해관계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에 대해 보다 심도있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안타까운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현재 시행 중인 지원방안을 알지 못해 도움을 못 받는 사례도 있다"며 "피해임차인들이 편리하게 지원책을 활용할 수 있게 찾아가는 서비스를 즉시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정책위의장은 구체적으로 피해임차인이 많은 지역은 찾아가는 상담버스를 오는 21일부터 운영하고 한국변호사협회, 한국심리학회 등과 협력해 전세피해지원센터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장하는 정부가 전세사기 물량에 대한 공공매입에 대해선 근본적인 피해자 구제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박 정책위의장은 "전세사기 물건들은 선순위 채권 등으로 피해자에게 돌아갈 금액이 없거나 부족해 공공손해를 감수하며 매입해도 선순위 채권자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가 근본적 피해자 구제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사인 간 발생한 채무, 특히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공적 재원으로 대신 변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 부담으로 증가된다"고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전세사기 피해 물건 모두 선순위 근저당이 최대 한도로 돼 있어서 피해자에게 갈 수 있는 금액이 사실장 제로로 조사돼 있다"며 "이 부분(공공매입)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는 자체가 소모적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당정은 이날 조직적으로 벌인 전세사기에 대해서도 엄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정책위의장은 "조직적 전세사기는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고 공범 재산을 추적해 범죄수익은 전액 몰수해 보존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며 "인천 유력 정치인의 개입 의혹이 있는 건축왕 남모씨 사건에 대해선 호화 변호인단 선임 배경을 포함해 경찰청이 특별수사하도록 요청했다"고 했다.
한편 이날 당정협의회에는 당에서 박 정책위의장과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이만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 정점식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유경준 국회 국토교통위원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원희룡 장관과 이노공 법무부 차관,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청장, 김태호 국세청 차장, 조지호 경찰청 차장, 이병훈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직무대행 등이 참석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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