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건설 '벌떼입찰' 영업정지 5개월…급성장에 제동?

◇우미건설 CI

우미건설이 '벌떼입찰'을 위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했다는 의혹으로 계열사 5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문제가 된 계열사 명일건설과 심우건설의 공공택지에 대한 회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우미건설은 지난 2012년 도급순위 47위에서 지난해 29위까지 급성장한 중소건설사다. 매출은 2011년 2639억원에서 2021년 8723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명일건설과 심우건설 외에도 강한건설, 다안건설, 더블유건설, 동방건설, 동우개발, 명가산업개발, 명상건설, 명선종합건설, 산해건설 등 수십 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페이퍼컴퍼니 계열사 동원 불공정 입찰 의혹…영업정지 5개월

경기도는 최근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한 명일건설과 심우건설에 대해 각각 영업정지 5개월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명일건설과 심우건설은 오는 5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영업이 정지된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공공택지 입찰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 계열사를 동원한 정황이 있는 건설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우미건설 계열사들의 경우 국토부 요청을 받은 지자체가 건설사에 대해 실제 행정처분을 내린 첫 번째 사례다.

앞서 국토부와 도는 지난해 2~4월, 최근 3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공공택지 입찰에서 추첨으로 공급받은 건설사 중 페이퍼컴퍼니 의심 정황이 있는 건설사에 대한 합동점검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이들 건설사가 건설산업기본법 제10조에 따른 건설업등록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도에 따르면 명일건설은 공공택지 관련 업무를 소속 직원이 아닌 모기업인 우미건설이나 타 계열사 직원이 수행하거나 2개 회사가 실제로는 1개 팀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도는 이를 택지 확보를 위해 형식적으로 계열사를 설립한 구체적인 정황으로 봤다.

심우건설은 등기상 사무실 주소와 실제 주소가 일치하지 않았다. 도는 입찰받은 택지와 관련된 업무 수행기록이 없는 점과 우미건설의 소속 부서 중 하나의 업무만 수행하는 점 등으로 봤을 때 독립적인 법인이 아닌 입찰 동원용 페이퍼컴퍼니라고 판단했다.

심우건설과 명일건설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대로의 한 빌딩에 본점 소재지를 함께 두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행정처분은 지난해 상반기 도와 함께 해당 기업들에 대한 합동점검을 나선 결과"라며 "이들 모두 기술 인력, 사무실 등이 건설업 등록 기준에 미달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우미건설은 현재 벌떼입찰 혐의와 관련해서 경찰 수사도 받고 있다. 국토부는 경찰 수사가 끝나고, 검찰이 이를 기소할 경우에 모든 계약을 해지하고 택지를 환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11월 현장조사에 나서는 등 부당 거래 혐의에 무게를 두고 이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미건설이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계열사에 과도한 이익을 주는 조건의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3년간 공공택지 1순위 청약 제한 가능성…성장 멈추나

이에 따라 공공택지 입찰 등을 통해 단기간에 성장한 우미건설 입장에서는 성장 제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 이력이 있으면 3년간 공공택지 1순위 청약을 제한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들 업체의 공공택지 청약 참여까지 제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 '벌떼입찰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1사 1필지 제도, 주택건설사업자 등록증 대여에 따른 제재 대상 확대 등을 제시, 벌떼입찰 근절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원희룡 장관은 "위반 의심 업체들에 대해서는 땅끝까지 쫓아가 공공택지 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세우겠다"며 "페이퍼컴퍼니를 퇴출하고 일부 건설사들이 계열사를 동원하는 불공정 입찰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공급되는 공공택지에 대해서는 계약 전에 지자체가 당첨업체의 페이퍼컴퍼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제도개선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이들 계열사 모두 건설업 등록 기준을 충족하는 실체가 있는 회사들로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다"라며 "해당 지자체의 행정처분에 대해 행정심판 등 적절한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미건설 측은 이에 대한 공식입장은 없으며 행정심판 청구 등의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