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찰위성 고성능과는 거리 멀어” [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정충신 기자 2023. 4. 2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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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위원 “해상도 3∼5m도 못미쳐, 해상도·기술 수준 낮아, 갈 길 멀다”
미국 전문가들 “대북제재·자원 부족 한계…인재 양성에도 시간 많이 걸려”
북·러 협력관계가 변수…전문가 “러시아 위성기술 받았을 수도”
■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고 “4월 현재 제작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비상설 위성발사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준비를 다그쳐 끝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1호기 제작을 마치고 조만간 발사할 것이라며 19일 관련 영상을 공개한 가운데 현실적으로 기술 수준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국내외 군사전문가 전망이 나왔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북한이 공개한 영상 자료 분석 자료를 통해 "북한이 위성을 발사한 지 10여년 지난 실용위성급으로 상당한 준비를 할 것으로 짐작했지만 19일 보여준 위성은 고성능 정찰위성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은 발사체로 화성-17형을 전용하면 실용위성급을 발사할 수 있고, 그동안 보인 기술과 경험으로 볼 때 상당히 정밀하게 정찰위성을 태양동기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다"며 발사체 능력을 평가했다. 이어 "19일 공개한 위성은 약 300㎏ 중량으로 고해상도 카메라를 정착하고 운용하기엔 무리"라며 "우리 우주항공 전문기업 ‘쎄트렉아이’에도 비슷한 크기의 소형위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 정찰위성의 태양전지판 부착 위치와 육각원통의 위성 플랫폼, 스타트래커 등으로 볼 때 스핀(회전)이 아니라 3축 자세제어를 하는 형상인데 그 정밀도나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짐벌(gimbal) 기능에 한계가 있을 듯하다"고 평가했다.

북한 정찰위성은 카메라가 외부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경통으로 들어가는 형식으로, 이 경우 임무장비 탑재와 공간 배치에 한계가 있어 높은 해상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해상도 3∼5m 이내로 들어오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최초 위성이나 그렇다 치고 후속 모델에서 중량 500㎏,나아가 1t급 실용위성을 보게 된다면 상당히 위협적이라고 평가하겠지만 북한이 19일 보여준 정찰위성을 전반적으로 평가할 때 갈길이 멀다"고 평가절하했다.

이 연구위원은 "황금색의 다층박말 열차단필름으로 설비를 감싸고, 뾰족한 모양의 전자파 차단 실험장치도 눈에 띈다"며 "그러나 위성실험의 핵심인 열진공챔버 등이 보이지 않아 전체 설비 규모와 성능 파악이 어렵지만 고가 실험설비를 갖추지 못하면 위성 성능 개선이 어렵다"고 고성능 정찰위성에는 회의적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정찰위성이 하루에 2∼4번 한반도를 통과하므로 적어도 3∼5개는 있어야 실시간 감시가 가능하다"며 "이와함께 EO/IR(광학)뿐 아니라 SAR(영상레이더) 위성까지 갖춰야 전천후 감시가 가능한데 북한 위성은 광학에 국한되거나 저해상도 IR까지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상과의 텔레메트리에 의한 임무 부여와 고속 데이터 수신, 지상설비에 의한 데이터 처리와 해석 등은 상당한 기술과 설비, 경험이 었어야 가능하다"며 "(중국, 러시아 등) 인접국이 지원하면 비교적 빠르게 기술 습득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상당한 시간이 투입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고 “비상설 위성발사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준비를 다그쳐 끝내”라고 밝혔다. 사진에 태양전지판이 부착된 육각원통의 위성 플랫폼 몇개가 눈에 띈다.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이 연구위원은 "발사체로 화성-17을 쓸 경우 산화제인 사산화이질소(N2O4)가 섭씨 22도에서 끓는다는 것을 고려해야 하다"며 "위성이 궤도에 진입할 때 태양에너지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시간인 이른바 하늘문이 열리는 시간대를 선택해야 하고, 상공 정찰로 발사 기간에 우주쓰레기 같은 것인 지나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발사에 가장 좋은 시기는 4∼6월 봄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상업위성사진업체 ‘플래닛랩스’의 윌 마셜 최고경영자(CEO)는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 "위성 기술은 복잡하다"며 북한이 고도화한 기술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는 "현재 북한이 부품을 얻는 방법이 제한돼 있다"며 "대북제재 조치 같은 것들 때문에 그들과 협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교수는 RFA에 "북한이 공개한 이미지들을 봤는데 화질은 첫 번째 노력으로는 괜찮은 편이었지만 확실히 상업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능력만큼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에도 과학기술 개발을 위한 교육기관 등이 있지만 양질의 교육이 제한적인 데다가 제재와 자원 부족 등 한계로 자체적으로 정찰위성을 개발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하더라도 위성사진 분석 능력이 떨어져 이를 제대로 판독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얼마 전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고 거기서 찍은 지구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 사진의 해상도가 매우 떨어졌다"며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해 찍는 사진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위성사진을 분석하는 사람들은 수많은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라며 북한이 이런 인력을 양성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커스 실러 박사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더라도 그 위성이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정찰을 하려면 위성이 저궤도에 위치해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쉽지 않고 위성으로부터 자료를 전송받는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위성사진의 ‘퀄리티’ 문제는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사항이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정찰위성시험품에서 촬영했다며 공개한 서울 도심과 인천항 사진을 본 일부 전문가가 ‘조악한 수준’이라고 평가하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내고 "누가 1회성 시험에 값비싼 고분해능 촬영기를 설치하고 시험을 하겠는가"라고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한·미·일과 북·중·러로 대표되는 신냉전 구도 속에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의 위성기술 수준이 낮을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할 때 대가로 뭔가를 받았을 것이라며 그것이 성능 좋은 위성사진 기술과 이 사진들을 판독하는 역량, 그리고 북한 정찰 위성이 자료를 전송할 수 있는 러시아 지상기지나 위성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그룹에 무기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으며 최근에는 우크라이나로 병력 파견을 추진하고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나온 상황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19일 현재, 북한으로부터 위성 발사 통보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전례에 따른다면 북한은 이번 군사정찰위성 발사 때도 정상적인 위성 발사라는 주장에 정당성을 싣기 위해 국제기구에 통보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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