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인상' 연봉 치솟더니…"올해는 반토막" 대기업맨도 우울

오진영 기자 2023. 4. 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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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치솟던 대기업의 임금 인상률이 뚝 떨어졌다.

재계 맏형으로 꼽히는 삼성전자가 올해 임금 인상률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결정한 데 이어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인상 비율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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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다나 디자인기자


매년 치솟던 대기업의 임금 인상률이 뚝 떨어졌다. 재계 맏형으로 꼽히는 삼성전자가 올해 임금 인상률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결정한 데 이어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인상 비율을 낮췄다. 업황부진에 따른 대응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감에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노사가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을 4.1%로 합의했다고 사내에 공지했다. 기본 인상률 2%, 성과 인상률 2.1%다. 지난해(9%)는 물론 2021년(7.5%)에 못 미친다. LG전자도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을 6%로 결정했다. 2021년 9%, 2022년 8.2%보다 낮다. 최근 3년간 평균 임금 인상 폭인 7.7%보다도 1.7% 떨어진 수치다.

아직 인상률을 정하지 않은 기업도 지난해보다 못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2021년(8.07%)과 지난해(5.5%)보다 더 낮은 수준의 인상률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LG이노텍(10%), LG엔솔(10%), 삼성디스플레이(9%) 등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임금을 올린 기업들 상황도 비슷하다.

인상 폭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실적 악화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6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86% 급감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분기 1조 89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이번 분기도 3조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재계는 이미 주요 기업의 임금 수준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지적한다. 기업 분석전문기관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20개 주요 대기업에서 지급한 총 인건비는 2019년 약 64조원에서 2021년 74조원, 지난해 77조원까지 지속 상승했다. 임직원 평균 보수가 1억원이 넘는 '1억원 클럽'에 가입한 기업도 같은 기간 10곳에서 36곳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주요 기업 노조는 여전히 임금 수준이 낮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노조는 노사 협의회에서 결정된 4.1%가 실질적인 임금 삭감이라며 인상률을 재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당초 노조 요구안(10%)과 사측의 제안(1%)이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현대차 노조도 올해 역대 최대 폭의 임금 인상·성과급을 요구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 노조는 올해 협상에서 진급 인상·차량유지비 신설 등을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대기업 임금 인상률은 중견·중소기업에 영향을 주는데, 일부 기업 노조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인상률은 해당 기업의 자금사정 악화는 물론 노동시장 전체에 부담을 준다"라며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유동자산 확보와 비용 절감이 절실한 만큼 노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 협상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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