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시대에 던져진 ‘상상의 초상화가’ 조지 콘도
아트바젤 등 아트페어서 완판되는
하우저앤워스의 대표 미국 작가
피카소와 앤디 워홀의 영향 받아
해체된 인물 그린 ‘심리적 입체주의’
“추악한 가면 뒤엔 아름다운 내면”
해체되고 일그러진 추악한 얼굴, 대중문화 속 캐릭터가 혼재하는 캔버스. 피카소 인물화와 앤디 워홀 팝아트가 만난 듯한 콘도의 그림은 2023년 시장을 주도하는 ‘대장주’ 중 하나입니다.
작년 9월 프리즈 서울에서 공식적으로 최고가에 팔린 작품은 콘도의 ‘붉은 초상화 구성’으로 280만달러(37억원)에 주인을 찾았습니다. 3월 아트바젤 홍콩에서도 475만달러(62억원)에 3번째로 비싸게 팔린 회화도 ‘보라색 표현’이었습니다. 2021년 상하이 롱뮤지엄에서 200여점의 작품을 모은 작가 최대 규모 회고전이 열린 것도 최근 아시아 시장의 인기를 견인하는 이유로 보입니다.
2020년 전속 작가로 영입한 후 하우저앤워스는 LA의 두번째 지점을 산타모니카에 열면서 개관전 주인공으로 그를 택했습니다. 2~4월 열린 전시 ‘사람들은 이상하다(People Are Strange)’는 밴드 ‘더 도어스’의 히트곡에서 제목을 가져왔습니다. 콘도는 정치로 인해 분열된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작가는 “분열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상해졌습니다. 비인간화되고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의 혼란은 정치인들의 탓일까요? 나는 작품에서 부서진 사람들의 조각을 합쳤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아름다움의 가면 뒤에는 종종 추악함이 숨어있습니다. 추악한 가면 뒤에는 종종 매우 아름답고 겸손하고 영혼이 가득합니다. 작가인 내가 ‘내 인생에서 그린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거야’라고 말한다면 끔찍한 일입니다.”
“앵그르나 다비드의 드로잉처럼 작가나 모델이 죽어도 그 드로잉은 영원히 살아남습니다. 내가 객체(subject)와 상관없이 상상의 초상화만을 그리는 이유입니다. 나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나의 그림입니다.”
거대한 회화를 즉흥적으로 그린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인간의 개성을 다차원적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정교하게 건축적으로 해체된 인물화를 그리면서도, “아무런 사전 계획없이 드로잉을 시작한다”고 설명합니다. 대작을 주로 그리지만 2010년대의 대작들조차도 작은 스튜디오 혹은 차고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는 “그림의 두 걸음(2피트) 앞에서 촉각적인 측면과 작품과의 우정을 느끼는 걸 좋아한다”라고 말합니다.
그가 미술사에 족적을 남기게 된다면 1세기전 입체파와 동시대 추상화가들을 잇는 ‘연결고리’가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2000년대 들어 그는 추상작업을 더 깊이 파고 듭니다. 인물은 점점 더 해체되고, 화폭은 거대해집니다.
콘도를 슈퍼 스타로 만든 인물 중에는 베니스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지낸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뉴뮤지엄 디렉터가 있습니다. 2011년에는 뉴욕 뉴 뮤지엄에서 ‘George Condo: Mental States’의 주제로 성대한 전시를 열었고, 이 시기 그의 작품 가격은 로켓처럼 폭등 했습니다. 카니에 웨스트와 협업을 하며 앨범 커버를 제작하기도 하는 등 자신의 작업을 순수미술의 틀 안에 가두려하지 않는 것도 21세기에 큰 인기를 얻는 이유일 것입니다.
‘네오 큐비즘’으로 그를 묶는 이들에게 그는 자신의 작업방식에 대해서는 ‘심리적 입체주의’(psychological cubism)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피카소는 사물의 4개의 시각을 모두 평면에 담아 입체주의를 만들었지만 나는 거기에 심리적인 시각까지 더했다”라고 설명합니다.
기쁨과 공포, 미와 추, 분열과 화합이 모두 살아서 넘실대는 그의 캔버스에 매혹되는 건 아마도 우리가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다양한 감정의 불협화음을 화폭에 담는 화가. 콘도가 피카소의 후계자를 넘어 21세기의 대표 화가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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