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갈길 먼 한국 우주산업, ‘지역주의’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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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를 한 달 반 정도 남긴 이달 12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 방문했다.
재경 고흥향우회와 고흥군번영회는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나로우주센터를 폐쇄할 것"이라며 "향후 차세대 발사체가 고흥에서 발사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누리호 발사와 달 궤도선 다누리 같은 성과를 일궜지만, 이미 몇 십 년을 앞서 있는 우주 선진국에 비하면 이제 겨우 한 발을 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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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를 한 달 반 정도 남긴 이달 12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 방문했다. 누리호 발사 준비 과정을 직접 보고, 참여한 연구원들을 인터뷰하기 위해서다.
나로우주센터는 순천역에서 차를 타고 1시간 20분 동안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야 비로소 나온다. 나로우주센터로 향하는 길목에서 눈길을 끈 건 다름 아닌 현수막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단 조립장은 고흥군에 유치돼야 한다
누리호 기술을 이전받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민간 단 조립장 설립을 두고 고흥 내 여러 지역 단체가 내건 현수막들이다. 후보지로 거론된 경남 창원과 전남 고흥, 순천이 단 조립장 유치로 얼마나 격앙된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고흥이 선정되지 않으면 누리호 발사를 막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였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화가 단 조립장 입지로 전남 순천을 선정하자 “나로우주센터를 폐쇄하겠다”는 막말까지 나왔다. 술자리 농담이 아니라 고흥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공식 보도자료에서 한 말이다. 재경 고흥향우회와 고흥군번영회는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나로우주센터를 폐쇄할 것”이라며 “향후 차세대 발사체가 고흥에서 발사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우주항공청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애초 윤석열 대통령은 경남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대전 지역 정치권과 과기계는 우주항공청이 사천에 가서는 안 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대전을 지역구로 둔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우주항공청 대신 전략본부를 세워야 한다는 대체 입법에 나섰다.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특별법 처리가 늦어지면 올해 안에 문을 열겠다는 정부의 목표도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우주 산업이 미래 먹거리라는 생각에 여러 지역이 인프라 유치에 나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다 된 밥에 재를 뿌리거나 내가 못 먹으면 다른 사람도 못 먹게 만들겠다는 식의 접근은 안 될 일이다. 지난해 누리호 발사와 달 궤도선 다누리 같은 성과를 일궜지만, 이미 몇 십 년을 앞서 있는 우주 선진국에 비하면 이제 겨우 한 발을 뗀 수준이다. 지체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미래가 불투명한 우주 분야에 뛰어든 기업과 스타트업에겐 우주항공청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얼마 전 만난 한 우주 스타트업 대표는 기자에게 “우주항공청이 대전에 있든 사천에 있든 아무 상관없다. 마라도에 있어도 된다”고 했다. 그저 올해 안에 출범만 하면 된다는 게 유일한 바람이라고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이기주의는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제 막 첫 발을 뗀 대한민국 우주산업은 지역이기주의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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