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지금의 류수정이 가장 욕심내는 것
20대 중반에 접어들어 느낀 새로운 감정 담아내
타이틀곡은 자기만의 욕망과 욕심 노래한 '그래비 걸'
전 곡 작사·작곡 참여…변치 않았던 1번 트랙은?
앨범 발매 기념해 첫 단독 콘서트 5월 13~14일 이틀 동안 열어
공연장 크기 넓혀가는 가수 되었으면
류수정은 정말 글자 그대로 '으하하' 하고 웃었다. 평소 워낙 계획적인 성격이라 누굴 만나는 약속이 취소되기만 해도 상당히 신경 썼다는 '인프제'(INFJ) 류수정은, 다행히 이번 앨범 작업은 상당 부분 본인의 '계획대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2014년에 데뷔해 올해 햇수로는 10년 차인데도, 여전히 20대인 류수정은 20대 중반의 류수정이 느낀 여러 가지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았다.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류수정의 첫 정규앨범 '아카이브 오브 이모션스'(Archive of Emotions)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2023년 4월, 지금의 류수정의 온 신경은 이 앨범을 향해 있다는 것을 몇 번이고 확인할 수 있는 인터뷰였다.
데뷔 9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솔로 정규앨범인 만큼, "질감 하나하나부터 색깔 하나하나까지" 관여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기존에 발표한 '고백'과 '핑크 문'(PINK MOON), 선공개곡 '러브 오어 헤이트'(Love or Hate)를 포함해 총 11곡이 수록됐다. 전 곡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다. '좋은 순간'만이 아니라 '고민하고 괴로웠던 순간'도 담아내고자 했다.
기존에 썼던 곡 없이 모두 최근에 쓴 곡이 들어갔다. 죠(Jaw)라는 좋은 동료를 만난 영향이 앨범에도 반영됐다. 회사 추천으로 만난 사이였던 두 사람은 또래였고, 자연스럽게 친해지면서 곡 작업을 해나갔다. 처음에는 미니앨범을 준비했으나, 죠의 작업 속도가 무척 빠른 편이라 정규앨범이 됐다는 게 류수정의 설명이다. 곡을 다 쓰는 데 한 달, 녹음과 앨범 제작에 두 달 정도 걸렸다고.
곡을 만드는 방식도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류수정은 "원래는 비트를 받고 고민하고 고쳐가면서 썼는데 이번에는 죠라는 친구 작업실에서 멜로디 짜고 그걸 정리해서 하루 만에, 몇 시간 만에 끝낼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작업하는 게 안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의외의 결과물이 나오더라"라고 설명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을 음악으로 기록했다는 류수정. 마냥 밝고 기쁨이 넘치지만은 않았다. 우선 첫 트랙부터가 '논-판타지'(Non-Fantasy)다. 묘한 우울감이 깔린 가사가 인상적인 이 곡은 류수정이 쓰면서 가장 고생했던 곡이다. 그는 "욕심내서 그런지 가사가 제일 어려웠다. 끝까지 수정했던 곡"이라고 소개했다.
류수정은 "되게 크게 꿨던 꿈이나 소망이, 옛날에는 '무조건 이루어질 거야' '다 이루어진다' 하면서 희망찼는데 점점 지나면서 이렇게 꿈꾼다고, 노력한다고 모든 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실망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라며, 현실을 마주하면서 느낀 '실망감'을 '논-판타지'에 녹였다고 전했다.
"1번(트랙)은 변화가 없었다. 처음부터 '이건 무조건 첫 곡이야!' 했다"라고 강조해, 이유를 물었다. 류수정은 "최근에 느꼈던 감정 중 가장 현실적이어서 (앨범을) 대표하고 시작할 만한 곡이어서 1번으로 한 것도 맞다. 이 비트를 들었을 때 너무너무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라며 "제가 너무 좋아하는 노래여서 실었다는 가벼운 이유도 있다"라며 웃었다.
알앤비 장르인 2번 트랙 '그래비 걸'(Grabby Girl)이 타이틀곡이다. 류수정은 "(제) 욕심이나 욕망을 한 번도 이렇게 팬분들이나 누구에게 들려드릴 생각을 못 했다. 좀 솔직하게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쓰게 됐다. 보통은 일에 대한 욕심, 사랑에 대한 욕심이 저한텐 제일 크다. 그렇게 항상 느꼈던 욕심에 대해 썼다"라고 말했다.
원래 타이틀로 마음에 두었던 곡은 '우롱'(WRONG)이었다. 그래서 트랙 순서로는 '우롱'이 2번이던 시절이 있었다. 류수정은 "쓰고 나니 '그래비 걸'이 더 와닿기도 하고 좀 더 듣고 싶어지기도 해서 순서가 바뀌었다"라며 "욕심과 욕망에 관한 노래인데 (실제로) 그걸 다 표현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눌러서 표현하고 싶단 생각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그늘을 꺼내는 것이 부담되지는 않았을까. 류수정은 "전에는 오히려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고 담아낼 수 있을까 했는데, 쓰면서는 고민 많이 안 했던 것 같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고 자연스러운 거다 해서 전혀 고민 안 됐다"라고 전했다.
그중에서도 본인 감정을 제일 쏟아낸 곡은 3월에 먼저 선보인 8번 트랙 '러브 오어 헤이트'다. 류수정은 "헤이터들(누군가를 싫어해 그 감정을 표출하는 이들)에게 쓰는 곡으로 오해할 수도 있고, 그렇게 받아들여도 되지만 저는 그냥 인간관계에 대해 쓴 거다"라고 운을 뗐다.
"이 사람이 나를 미워하는데 왜 나를 미워할까. 나는 이 사람에게 실수한 적도, 잘못한 적도, 싸운 적도 없는데… 왜 나를 미워할까 그 생각에 한없이 빠지더라고요. 그걸 이겨내 보고 싶어서 쓴 소재였어요. '네가 나를 너무 좋아해서 하루 종일 내 생각 하느라 힘들었을 것 같다' 하면서. 괴로운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쓴 거예요. 쓰고 나서는 그런 감정을 되게 많이 털어냈어요."
앨범을 먼저 들려준 주변인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그러자 류수정은 "되게 재미있었던 게 각자 최애(가장 좋아하는) 곡이 달랐다. 그래서 끝까지 타이틀곡 고민을 되게 많이 했다. 회사 내부에서 다수결로 정하긴 했지만. 들려드렸을 때 뭔가 다 최애곡을 다르게 뽑는 게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이번 앨범, 다 준비했어. 네가 마음에 드는 게 있을 거야'라는 느낌이어서 좋았던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일에 대한 욕심이 너무 많다 보니"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일이 성사되지 않았을 때 "너무 슬퍼서 울기도 하고 고민하기도" 했다는 류수정은 오히려 그 성격 덕분에 지금까지 일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즉흥적이었다면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면서 포기하는 게 더 많지 않았을까. (아쉬워하는) 그런 감정 덕분에 조금 더 붙잡고, 해 보고 싶어졌기에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아카이브 오브 이모션스'는 매우 계획적이고, 일 욕심도 많은 류수정도 '만족하는' 앨범이다.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았다면 정말 미룰 수도 없고 낼 수도 없고 당황스러울 것 같다"라고 웃은 그는 "가장 염두에 두고 꿈꿨던 게 '갖고 싶은 앨범'이었다. '하나 사서 쟁여놓고 싶은 앨범이 됐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그러다 보니 진짜 디테일한 것 하나하나까지 신경 썼던 것 같고, 정말 갖고 싶은 앨범이 나와서 만족도는 정말 높다"라고 말했다.
햇수로 10년 차. 10년 후 류수정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음악을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한다. 어떻게 될진 잘 모르겠지만, 10년 뒤면 30대 후반이 되어갈 텐데 그때까지는 계속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결혼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해 취재진을 폭소케 했다. 이어 "일이 너무 좋아서 그렇다. 결혼을 하면 다음 챕터가 시작되어 버려서… 결혼 너무 좋지만 다음 챕터는 아직 안 왔으면 한다"라고 웃었다.
새 앨범은 오늘(20일) 저녁 6시에 세상에 공개된다. 앨범 발매를 기념해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에서 5월 13~14일 이틀 동안 동명의 첫 단독 콘서트도 연다. 그는 "앞으로 콘서트 좌석이 점점 넓어졌으면 좋겠다. 소극장도 사실 너무 재미있는데 소극장에서만 할 수 있는 느낌이 있다면, 좀 더 넓은 무대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벌써 다음 앨범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생각한다는 류수정에게, 앨범 발매를 코앞에 두고 그간 수고한 본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와! 저 자신에게! 물론 자기 자신을 괴롭히고 채찍질하는 게 긍정적인 영향으로 나타날 때도 있지만 저를 예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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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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