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없어선 안될 문화”...한국드라마 열풍 부는 비결은

이상덕 특파원(asiris27@mk.co.kr) 2023. 4. 2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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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한류의 미래’ 포럼 열어
인기 드라마 작가 박지은
“한국 시청자 눈높이 높아”
박지은 작가가 19일(현지시각)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APARC·소장 신기욱 교수)가 주최한 포럼인 ‘한류의 미래: 글로벌 무대의 한국 영화’에 참석해 한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우리나라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기 때문입니다.”

<별에서 온 그대> <사랑의 불시착> 등 인기 드라마 시나리오를 집필한 박지은 작가가 19일(현지시각)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APARC·소장 신기욱 교수)가 주최한 포럼인 ‘한류의 미래: 글로벌 무대의 한국영화’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후원은 국제교류재단이 맡았다.

박 작가는 K드라마의 인기 비결에 대해 “한국의 시청자는 눈높이가 매우 높다”라면서 “콘텐츠 제작자들이 시청자의 요구에 맞춰 작품을 만들다 보니 세계에 통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박 작가는 한국 드라마가 세계에 진출하는데 큰 기여했다.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에서 20억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고 <사랑의 불시착>은 넷플릭스 인기 작품 10위권 안에 들었다. 또 <넝쿨째 굴러온 당신> 45.3%, <내조의 여왕> 30.1% 등 높은 시청률을 달성한 작품 역시 상당하다.

그는 이날 자신이 인기 작가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박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 광이었다”면서 “1990년대 고등학교 때는 7시에 등교해 12시까지 심야 수업을 받았는데 공부는 안 하고 친구들과 쪽지를 주고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일 친한 친구 중 한 명의 꿈이 배우였다”면서 “그 친구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주곤 했다”고 말했다.

박 작가가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생각한 것은 대학교 때다. 그는 “대학생 시절 유명 작가를 우연히 만났다”면서 “그분께 어떻게 드라마 작가가 될 수 있냐고 물었는데 ‘아직 어리니까 할 수 있는 모든 경험과 고생을 먼저 한 뒤 30대 중반부터 작가의 길을 걸으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 후 그는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바꿨다. 한때 그는 중학생을 상대로 논술을 과외했다. 하지만 학생의 학습 태도는 불량했다. 박 작가는 “가르치면서 ‘멘탈 관리’가 필요했을 정도”라면서 “하지만 이런 아이를 어디서 만나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나중에 꼭 드라마 캐릭터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태도를 달리 한 것이다.

이후 그는 광고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를 했지만 1998년 외환위기가 발발하면서 진로를 시사 프로그램 작가로 변경했다.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는 고된 작업이었다. 박 작가는 “당시 스튜디오는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었을 정도로 허름한 곳이었는데, 오히려 너무 피곤해서 잘 잔 기억이 난다”고 설명했다. 이후 시트콤 작가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주말 없이 일했다. 당시 시트콤은 작가 다섯명이 주1회 방송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방식이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방송했다.

박 작가는 “월요일에는 모두 모여서 아이템 회의를 했고, 화요일에는 시놉시스를 쓰고 수요일에는 시놉시스 회의를 했다”면서 “목·금요일에 대본을 쓰고 주말에 수정하면 다시 월요일이 됐다”고 설명했다. 휴가도 없이 몇 년을 보내는 일정이었다.

이후 그는 드라마 작가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그는 <칼잡이 오수정><내조의 여왕><역전의 여왕> 등을 집필하면서 명성을 떨쳤다.

박 작가는 “이후 대학교때 저에게 조언해 준 유명 작가를 만났다”면서 “그 분은 나에게 해 준 조언을 기억 못했지만 그 경험이 토대가 돼서 오늘날 내가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인기 작가임에도 규칙적인 삶을 산다. 7시에 기상해 9시에 사무실에 도착하고 밥을 먹고 산책 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그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날도 있기도 하다”면서 “계속해서 버티면서 생각 날때 까지 쓰다보면 조금 쓸 수 있고, 마음에 안 들더라도 일단 작성한다”고 설명했다. 규칙적인 삶이 성공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이날 행사를 주관한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는 “40여년 전 미국에 정착했을 때만 하더라도 한국은 분단국가라는 이미지만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K팝, K드라마 등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문화를 가진 국가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2001년부터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 겸 국제학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스탠퍼드대에서 처음으로 한국학 프로그램을 설립했고, 2005년부터 스탠퍼드 대학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또 윤상수 주샌프란시스코 대한민국 총영사는 “오늘날 K드라마는 세계에 없어서는 안 될 문화로 성장했다”면서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가 설립된 이래 이러한 한류 이벤트를 주최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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