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2' 배유람 "못 할 게 뭐있나요" [인터뷰]

임시령 기자 2023. 4. 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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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2 배유람 / 사진=팽현준 기자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배우 배유람 사전에 좌절은 없다. "희망을 보고 나니 못 할 게 없더라"는 마음가짐이 배유람을 달리게 한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극본 오상호·연출 이단)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시즌1 흥행에 힘입어 약 2년 만에 시즌2로 돌아와 큰 사랑을 받았다.

배유람은 시즌 1에 이어 극 중 무지개 운수 정비실 엔지니어 박진언(박주임) 역을 연기했다. 배유람은 시즌2 출연에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며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했다. 좀 더 발전된 박주임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 받았던 사랑을 보답할 수 있어 뿌듯했다"며 "부담감도 그렇게 없었다. 전작보다 더 잘 되리란 보장도 없으니 즐기면서 임했다"고 말했다.

배유람이 그려낸 박주임 캐릭터는 순수하고 코믹스러운 인물이었다. 시종일관 단정한 바가지 머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배유람은 지난 시즌에 이어 자신의 머리카락을 희생하며 박주임의 스타일링을 완성했고, 코믹함을 강조했다. 그는 "부캐에 있어서는 최대한 새롭게 도전하는 마음으로 접근했다. 또 박주임이 극 중 리액션이 좋지 않냐. 저 또한 실제 주변 사람들을 향한 리액션이 좋아 이런 것들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다채로운 부캐릭터(부캐) 플레이에서도 박주임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사이비 교주를 응징하기 위해 광신도 부캐를 소화했던 배유람은 "교주에게 뺨을 맞는 장면이 있었다. 다행히 감독님이 실제로 안 맞아도 된다고 해서 맞진 않았지만, 제일 힘들었던 건 교주와 신도들이 모여 있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 코로나19 문제도 있고, 하루 만에 끝낼 목표로 집중하고 달리듯이 촬영했다. 결국엔 하루가 늘어났지만,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샤기컷을 한 일본인 부캐도 박주임의 코믹스러움을 한층 살렸다. 배유람은 샤기컷 스타일링이 언급되자 "전 담백한 사람이라 과한 건 별로다. 그런데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너무 과하긴 하지만 우리 드라마의 결과 맞는 부분이고, 또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시니 하게 됐다. 저는 실제 진중하고 교양 있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모범택시2 배유람 / 사진=팽현준 기자


이번 시즌에서도 박주임과 최주임(장혁진)의 브로맨스가 한층 돋보였다. 배유람은 둘의 관계성에 대해 "하나의 유기체 같다. 둘 다 방화로 동생이 살해를 당했다는 아픔이 있다. 무지개 운수가 잠시 떨어졌을 때도 틈만 나면 만나며 연락하고 지냈다. 다시 무지개 운수로 돌아오고자 하는 뜻도 통해 유사 가족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둘의 관계는 작품 외적으로도 연결됐다. 배유람은 최주임 역의 배우 장혁진에 대해 "시즌1 끝나고 술도 마시고, 저희 어머니 가게로 놀러 오기도 하며 스스럼없이 지냈다. 시즌2 첫 촬영도 혁진이 형과 함께하는 베트남 촬영이었는데, 바로 어제 촬영한 것처럼 편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무지개 운수 멤버 배우 이제훈, 표예진, 김의성과의 호흡도 시즌1보다 편해졌다는 배유람이다. 그는 "시즌1에선 어색한 게 있었다. 다 같이 촬영하는 장면보다 개별 움직임이 많았다. 시즌2 촬영에선 5명이 모두 모이는 장면이 많았고, 이전보다 더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웃었다.

모범택시2 배유람 / 사진=팽현준 기자


전작보다 자연스러워진 무지개 운수의 케미스트리와 '모범택시2'만의 자비 없는 복수 대행 스토리는 매회 화제를 모았다. 이는 시즌1 최고 시청률이었던 16.0%를 가뿐히 넘고 21.0%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배유람은 "시즌1 정도의 사랑만 받아도 성공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 넘어서 사랑을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시청률을 떠나 지금 받은 이 사랑과 관심이 시즌1에 비해 2배 이상인 것 같다"고 시청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모범택시'가 그리는 복수의 결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한 권선징악이었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뤄지진 않았지만, 속전속결형 복수 대행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기기 충분했다.

관련해 배유람은 "'모범택시'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이긴 하나 시즌1에선 스스로 합리화하는 게 힘들었다. 아무리 나쁜 놈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하는 방법이 정당하다고 믿어야 하는데 이 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초반 겪었던 딜레마를 털어놨다. 이어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객관화하고자 노력했다. 이후부터는 검경찰이 아닌 다크히어로즈가 사적 복수를 대행하고, 이로 인해 통쾌감을 안긴다에 초첨을 두며 신나게 촬영했다"고 얘기했다.

시즌3에 대한 열정도 불태웠다. 그는 "온하준은 안 죽었을 수도 있고, 개인적으론 열린 시즌2는 결말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시즌3에서도 다양한 부캐 플레이가 그려진다면, 재입대를 해 군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혹은 월북을 해서 북한 내 실상을 표현할 수도 있다. 무지개 운수가 다양한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힘들수록 사랑받는 것 같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배유람은 "만약 시즌3까지 잘 되면 앞으로 시즌 4~5까지 쭉 나아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범택시'는 저를 대중에게 알리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드라마"라고 각별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모범택시2 배유람 / 사진=팽현준 기자


'모범택시'에서 보여준 부캐 플레이 소화력은 다채로운 작품 활동을 통해 얻은 셈이다. 배유람은 약 300편에 달하는 단편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아왔고,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매 작품마다 새로워 보이는 비결에 대해 묻자 배유람은 "똑같은 캐릭터를 하는 게 아닌 조금씩 변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외적인 면에선 얼굴에 모난 게 없고, 특징이 센 편이 아니라 인물을 만들기 좀 편한 것 같다"고 전했다.

영화 '엑시트', 넷플릭스 시리즈 'D.P' 등 다수 화제작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신스틸러'란 평도 받았다. 배유람은 "겸손해서 하는 게 말이 아니라 조연은 주연을 도와주는 역할인데, 제가 보이면 좀 민망하다"며 "저라는 배우가 눈에 익다 보니 '신스틸러'라고 생각해 주시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조연으로서 장면에 더 융화되고 녹아드는 게 좋다"고 솔직히 말했다.

원톱 주연에 대한 갈증은 없냐는 질문에도 "객관화를 많이 하는 사람으로서 전 아직 그럴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멋쩍어했다. 다만 배유람은 "독립영화에서는 인간군상에 대한 질문이 많다. 소외받는 사람, 힘들게 연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다룬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온다면 주연을 하고 싶다. 스탭업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실제 준비도 많이 하고 있다"고 눈을 빛냈다.

배우 생활 약 14년 차인 배유람에겐 '다양한' 작품을 향한 열정만이 가득했다. 그는 "호감적인 역할, 악역, 소소한 울림을 주는 역할, 호러나 스릴러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그러려면 좋은 작품에 선택당해야 되고,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고.

배유람은 "정말 많은 오디션을 보고, 떨어졌지만 좌절은 안 했다. 초창기에 프로덕션에 직접 프로필을 돌리며 '이러다 하나 걸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졌었다. 주변에선 '그렇게 해서 되겠냐'고 했지만, 그렇게 2015년 영화 '끝까지 간다'에 합격했다"며 "그때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더라. 희망을 한 번 보고 나니까 못할 게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안 돼도 내 것이 아니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왔다. 앞으로의 10년도 이런 마음을 가지고 달릴 것 같다"고 자신의 신조를 드러냈다.

끝으로 배유람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내 물이 반정도로 들어있는 병을 집어 들더니 "사람에 따라 '물이 반이나 남았네. 반 밖에 없네'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보는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이는 다양한 면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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