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규음반 낸 류수정 "괴로워하는 순간도 보여주고 싶었죠"

욕심·실망 솔직히 드러낸 노래들…11곡 전곡 제작 참여

가수 류수정 [하우스오브드림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걸그룹 러블리즈 출신 가수 류수정이 20일 내놓은 첫 정규음반 '아카이브 오브 이모션스'(Archive of Emotions)에는 대중이 지난 9년간 보아 온 그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면면이 담겼다.

언제나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는 걸그룹 혹은 연예인의 '가면'을 벗어 던지고 20대 중반에 접어든 그가 남몰래 품고 있던 욕심, 실망감, 우울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11곡 전곡의 작사를 홀로 해내고, 이 가운데 8곡은 작곡에도 참여해 진정성을 더했다.

류수정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같은 의외의 모습을 두고 "좋은 순간 말고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순간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담백하게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이전에 들려드린 자작곡과는 다르게 비교적 최근에 앨범을 준비하기 시작한 뒤 한두 달 안에 쓴 곡으로 최근의 감정을 많이 담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감정을 두고 "(20대 중반이 되니) 세상이 새롭게 보이더라"며 "많이 실망하기도 했고, 새로운 희망도 봤고, 또 다른 형태의 감정도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4년 러블리즈의 리드 보컬로 데뷔한 그는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앞세워 많은 팬을 거느렸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느껴지는 한계와 '벽'에 우울한 감정도 커졌다고 했다. 이러한 느낌은 앨범을 여는 1번 트랙 '논-판타지'(Non-Fantasy)에 고스란히 담겼다.

류수정은 "옛날에는 '꿈이 다 이뤄질 거야'라는 식으로 희망에 차 있었는데 현실을 마주하면서 모든 꿈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실망감도 느꼈다"고 설명했다.

"20대 후반을 달려가는 친구들이 이 노래를 듣고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현실을 깨달아 가면서 느끼는 아픔을 치유해 주고 싶었죠. 꿈을 포기했다기보다는 나이가 들어가며 '현실 안에서' 꿈을 꾸게 되면서 나오는 그런 아픔들이요."

타이틀곡 '그래비 걸'(Grabby Girl)은 류수정이 이러한 아픔을 딛고 품은 욕심들을 솔직하게 풀어낸 노래다. 아이돌 활동으로 젊음을 불태운 뒤 솔로 가수로 전향한 이들이 통상 욕심을 내려놨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과는 정반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기 전에는 '아이돌 출신은 밝아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지만, 노래를 쓰면서 그런 고민을 하지 않게 됐다"며 "사람 사는 게 다 똑같기에 자연스러운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아티스트로서 바로 또 다른 앨범을 작업하고 싶다는 욕심, 앞으로도 많이 제작에 참여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며 "인간적으로는 일에 감정을 다 쏟는 와중에 조금은 편안하게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웃었다.

선공개곡 '러브 오어 헤이트'(Love or Hate)는 제목 그대로 사랑과 미움에 대한 이야기다. 평소 사람과의 관계에서 속 시원하게 말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노래로나마 풀어내 봤다고 했다.

류수정은 "옛날에는 혼자 눈치 보면서 끙끙 앓는 성격 때문에 힘들기도 했다"면서도 "이제는 그런 내 모습까지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과거 큰 사랑을 받은 아이돌 그룹의 재결합 소식이 속속 들려오는 가운데 러블리즈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지만, 그는 "큰마음을 먹고 각자 해보고 싶은 것을 하자고 결정한 만큼 마음껏 해본 뒤 기회를 봐야 할 것"이라고 신중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별명이 눈물, 울보 공주였는데 지난 9년간 단단해지는 법을 배웠다"며 "느낌으로는 3년 차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 조금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 같아서 좋은 걸음이 됐다"고 지난 활동을 되돌아봤다.

"이번 앨범에는 고민과 힘듦, 그리고 우울한 느낌이 많이 들어갔어요. 하지만 대중에게는 오히려 공감과 힐링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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