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금리, 금융 소비자 혼란 커졌다

노명현 2023. 4. 20.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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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동결했지만 코픽스는 재상승
글로벌 긴축 완화 기대 속단 일러

은행 금융상품 금리가 종잡을 수 없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은행 대출금리 지표가 되는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는 오름세로 전환한 까닭이다.

특히 고물가 속에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와 경기 위축이 맞물리면서 통화정책 방향도, 시중 금리 향방도 갈수록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4개월 만에 오른 코픽스…이유는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규취급액기준 지난 3월 코픽스 금리는 3.56%로 전달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잔액기준은 3.71%, 신잔액기준은 3.08%로 각각 0.04%포인트, 0.01%포인트 올랐다.

코픽스 및 기준금리 추이/그래픽=비즈워치

가파르게 오르던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지난해 12월 하향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해 올 2월까지 하락세를 이어왔다. 이번 코픽스 금리의 전월 대비 상승은 작년 11월 이후 4개월 만이다.

국내 대출 차주들의 경우 6개월 코픽스 금리를 지표로 삼는 변동형 대출 상품 이용 비중이 높다. 상승 폭은 크지 않지만 신규 취급액 코픽스의 방향성 전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당초 은행권에선 3월 신규취급액 코픽스 금리 역시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요동쳤지만 미국 정부의 예금자보호 등 대책과 금융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통화긴축 완화 기대감이 커졌던 까닭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 5년물(무보증 AAA) 금리는 지난달 2일 4.561%를 기록한 이후 29일에는 3.885%까지 떨어졌다. 코픽스에 반영되는 정기예금 금리 인상도 없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코픽스 금리 발표 전까지는 전달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며 "정확한 인상 요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역시 8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IBK기업·한국씨티은행)의 제출 자료를 가중평균힌 결과다 보니 정확한 상승 요인은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엇갈린 금리 향방…예측출가

이렇듯 올 들어 은행 대출 금리와 기준금리는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통위는 올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했지만 그 시기에도 코픽스 금리와 함께 대출금리는 하락했다. 

작년 말 일시적으로 중단됐던 은행들의 금융채 발행이 재개됐고, 자금조달을 위해 발생했던 은행 간 수신금리 경쟁도 사라지면서 비용 부담이 줄어든 영향이다. 여기에 은행들을 향한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대출금리 인하 폭은 더욱 커졌다. ▷관련기사: [갈팡질팡 금리]치솟던 은행 금리, 떨어지는 이유(2월1일)

3월 금리 상황은 정반대다. 금통위는 2월에 이어 3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반면 코픽스 금리는 하락세를 넉달 만에 멈췄다.

특히 SVB 파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올해 4분기 첫 금리 인하할 가능성이 높고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금통위의 2연속 금리 동결을 통화긴축 완화 신호로 해석하고 있는 상황이다. 3월 코픽스 금리 상승 전환이 향후에도 지속될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금융권 역시 금리를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너무 많다고 하소연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금통위 직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못박으며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3월 금통위에서도 5명의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은행들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는 오는 6월부터 예대금리차 공시를 잔액기준과 전세대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금리 경쟁 강도를 이전보다 높여 금리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화당국의 정책 방향에 맞춰 상반기까지는 대출 금리도 올라야 했던 상황이지만 금융당국 압박에 최근 금리 인하가 나타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향후 경기 전망과 통화정책 등을 감안해도 금융 소비자들이 금리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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