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골때녀' 방영 후 여성 축구단 얼마나 늘었나
'골때녀' PD "여성들, 축구를 '하는 스포츠'로 인식 변화"
좋은 예능 하나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과거 '느낌표'로 인해 국내 독서량이 급증했다는 분석은 익히 유명한 사례다. 이 가운데 여성 운동 예능들이 수년 전부터 급증했고 실생활에서도 여성 운동 관련 동호회, 클래스 등이 늘어나는 중이다. 특히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여파가 강렬하다.
최근 경기도 모 도시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축구 클래스가 개설됐다. 많은 남성 축구단이 존재했지만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상당히 고무적인 사회 현상으로 분석된다. 다른 도시에서 성인 여성 축구 동호회에서 활동 중인 B씨(28세)는 본지와의 대화에서 "'골 때리는 그녀들'을 보면서 나이를 막론하고 여자들이 어울려 함께 운동하고 운동을 기반으로 친목을 다지는 모습이 부러웠다.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본 그들은 나이와 직업을 막론하고 축구공 하나로 함께 달리고 있었다. 이후 동네의 여자 축구 동호회를 찾아보게 됐다"고 배경을 짚었다.
실제로 여성 축구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들려온다. 축구단 가입자들은 입을 모아 '골 때리는 그녀들'을 보고 클래스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축구단 관계자 역시 '골 때리는 그녀들' 이후 가입자 수가 급증했으며 새롭게 개설한 클래스들이 다수라고 밝혔다.
여성 축구 클래스를 운영 중인 한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7월, 1팀으로 시작해 현재 22개의 팀이 있다. 회원수는 약 300명이다. 방송의 힘이 크다. SBS '골때녀' 프로그램 인기와 함께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런 것이 영향을 많이 미쳤다. 현재 인천, 서울, 경기도 등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타 도시 개설 요청이 많이 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축구를 하는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매체 영향으로 인해 대중적인 운동으로 인식했다는 변화가 느껴졌다"고 강조했다.
참여자들의 나이대는 30대들이 가장 많다. 15세 학생부터 50대 여성들까지 다양하게 경기에 임한다. 아울러 그는 "지금 느낀 바로는 여성 생활 체육이 풋살 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성장했다. 여성들이 많은 운동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들이 모두 프로그램을 보고 축구를 결심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 중인 '골때리는 그녀들' 속 여성들이 우상화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을 응원하게 만드는 힘은 여느 팬덤 못지 않다. 이와 관련 '골 때리는 그녀들' 김화정 PD에게 여성 축구 문화 열풍 관련 소회를 들을 수 있었다. 김화정 PD는 본지에 "경기를 대하는 진지한 선수와 감독님들의 노력과 자세가 모니터 너머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면 좋겠다는 소망이 늘 있었다.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많은 이들의 몸까지 움직이게 만들었다니 정말 놀랍다. 예능 피디라면 대중 문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기 때문에 이런 근황은 저 스스로와 팀에게도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그간 요가나 필라테스, 헬스 위주였던 국내 여성 생활체육이 축구와 풋살까지 확대되면서 스포츠 브랜드들도 여자축구 마케팅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추세로 보인다. 문화 뿐 아니라 경제, 사회 등 전반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니 이제는 사명감까지 가지고 방송을 만들게 될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화정 PD는 낯선 지역으로 이동 중 '골 때리는 그녀들 in 00'이라는 지역 기반 여성 축구동호회 모집 플랜카드를 보고 반가움이 들었다는 에피소드를 언급했다. 그는 "SNS나 지역 등 '골때녀'를 모집하거나 홍보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이렇게 축구나 풋살을 즐기는 여성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때 프로그램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화정 PD 역시 밝은 전망을 꿈꿨다. 김 PD는 "생활 체육도 인기나 흐름이 있지만 여성들이 즐길 수 있는 고려 대상에 축구가 포함됐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축구에 대한 여성들의 시각 자체도 '보는 스포츠'에서 '하는 스포츠'로 편견이 깨진 것 같아 흐뭇하다. 구장 등 충분한 인프라만 확보된다면 축구를 기점으로, 팀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구기 종목들로 생활 체육 저변이 확대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현실 속 여성 축구단에는 '골때리는 그녀들'처럼 프로 감독, 심판도 없지만 선수들의 열정만큼은 못지않다. '골때리는 그녀들'이 쏘아 올린 여성 스포츠물의 열풍이다. 이는 곧 새로운 패러다임이 된 것이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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