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금융거래, 국세청은 어디까지 보고있나

이상원 2023. 4. 2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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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보분석원 금융거래 자료 통보 범위

"한 번에 1000만원 넘게 인출하면 국세청이 다 알게 된다."

사실일까요. 실제로 은행 등 금융기관은 일정 기준의 금융거래정보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할 의무가 있는데요. FIU는 국세청 등 수사기관과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국세청도 같은 금융거래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많은 사람들이 1000만원이 넘는 현금거래가 국세청에 자동으로 통보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하지만 정확한 기준이나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건당 1000만원인지, 하루에 1000만원인지, 또 1000만원을 보내고 100만원을 추가로 보낸 것은 통보가 안 되는지 등 헷갈리는 상황이 아주 많거든요.

국세청 등 수사기관에 통보되는 금융기관 거래정보의 구체적인 기준을 법령을 참고해서 정리해 봤습니다.

금융 /그래픽=비즈워치

1000만원 넘게 입금이나 출금해야 자동보고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6년부터는 일정금액 이상의 금융기관거래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이 FIU에 보고할 의무가 생겼습니다.

불법자금 유출이나 자금세탁 등 비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효율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죠.

도입 당시에는 보고의무 기준이 5000만원 이상이었지만, 2008년 3000만원 이상, 2010년 2000만원 이상으로 기준이 강화됐고, 2019년 7월부터는 1000만원 이상으로 보고대상이 더 확대됐습니다.

여기서 '1000만원'은 금융기관 거래일 기준으로 하루(1거래일) 동안 발생하는 거래금액을 말하는데요.

무조건 1000만원이 아니라 실질명의자 1명의 이름으로 된 1개의 은행(지점포함)에서 하루동안 발생한 현금의 입금별, 또는 출금별 합계액이 1000만원이 넘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입금과 출금액은 각각 따로 1000만원을 따지는데요. 500만원을 입금하고, 같은 계좌에서 그날 바로 500만원을 인출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보고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또한고액현금거래의 보고는 '현금'을 입금하거나 출금할 때에만 이뤄집니다. 계좌이체를 하거나 수표를 출금하는 경우에는 자동으로 보고되지 않습니다. 계좌이체는 그 자체로 기록이 남고, 수표도 사용할 때 기록이 남기 때문이죠.

고액현금거래 보고는 은행직원의 판단이 개입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기준에 해당하면 무조건적으로 전산에 따라 자동으로 보고되는 것인데요

고액현금거래라는 기준금액을 합산할 때 제외되는 금액도 있습니다.

100만원 이하의 무통장입금 등 원화송금액, 그리고 100만원 이하에 상당하는 외국통화의 매입이나 매각금액은 자동보고 기준에 합산하지 않고요. 지로공과금 납부액이나 100만원 이하의 선불카드거래액도 보고대상에서 제외됩니다.

■ 고액현금거래 보고에서 제외되는 금액
100만원 이하의 원화송금액(무통장입금 포함)
100만원 이하 상당의 외국통화 매입·매각액
법원공탁금, 정부 및 법원보관금, 송달료지출액
은행지로장표에 의해 수납한 금액
100만원 이하의 선불카드거래금액

은행 직원이 이상하다 싶어도 보고된다

자동보고기준만 보면 허점도 있어 보입니다. 금액을 쪼개고 계좌를 분산해서 보내거나 인출하는 방식을 이용하면 거래내역을 숨길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하지만, 법이 그렇게 허술하지는 않았습니다. 자동으로 보고되는 고액현금거래 기준을 벗어나더라도 FIU에 보고될 수 있거든요.

금융기관 직원이 '의심거래'로 판단한다면 '금액의 제한 없이' FIU에 보고하도록 하는 의무도 있거든요. 법령에서는 '의심거래 보고'라고 합니다.

자동으로 보고되는 것을 회피할 목적으로 금액을 분할해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경우에는 금융기관이 그 사실을 FIU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당 금융거래가 불법재산이나 자금세탁, 공중협박자금조달, 범죄수익은닉 등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의심거래로 FIU에 보고해야 하는데요.

금융기관 직원이 의심거래 보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보고를 한 경우에는 해당 직원과 금융기관이 징계를 받을 수 있도록 강제하는 규정도 있습니다.

허위보고를 한다면 해당 직원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하고, 미보고에 대해서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할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이 공모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금융기관도 영업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고요.

■ 고액현금거래의 FIU 보고내용
보고하는 금융회사의 명칭 및 소재지
현금의 지급·영수가 이뤄진 일자와 장소
현금의 지급·영수의 상대방와 내용

FIU가 알아서 주거나 국세청이 달라거나

고액현금거래 보고와 의심거래 보고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FIU에 하는 보고입니다. 국세청 등 수사기관은 FIU에 보고된 내용을 다시 공유받는 절차를 거쳐야 하죠.

그렇다면 국세청은 어떤 경로로 FIU에 보고된 내용을 확인하고 있는 걸까요.

국세청이 FIU를 통해 정보를 제공받는 방법은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FIU가 자체분석을 해서 국세청에 통보하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국세청이 직접 FIU에 요청해서 자료를 제공받는 것입니다. FIU가 알아서 주거나 달라고 해서 받는 것 두 가지죠.

금융정보분석원, FIU는 이름 그대로 금융정보를 분석하는 곳입니다. 단순히 금융기관으로부터 거래자료를 보고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받은 정보를 지속적으로 분석해서 의미가 있는 자료를 만들고 공유하죠.

FIU는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금융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금융거래를 바탕으로 법집행을 하는 기관에서 차출된 사람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국세청 조사관들이 파견돼 일을 하면서 국세청에 필요한 자료를 공급하는 구조인 거죠.

FIU는 여러 수사기관 관련업무를 하지만 그 중에서도 조세탈루혐의 확인을 위한 조사업무, 조세체납자에 대한 징수업무 등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특정금융거래정보를 국세청에 수시로 제공합니다. 

금융기관들로부터 받은 고액현금거래와 의심거래를 정리하고 분석해서 국세청이 쓸만한 자료로 만들어서 공유하는 겁니다.

FIU는 스스로 자료를 제공하는 것 외에 국세청이 요청하는 경우에도 자료를 모으고 분석해서 전달하는데요. 

법에서는 국세청이 조세탈루혐의 확인을 위한 조사업무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FIU에 요청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매출액이나 재산, 소득규모에 비춰 현금거래의 빈도가 높거나 액수가 과다해 조세탈루의 의심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정보를 요청할 수 있죠.

역외탈세의 우려가 있는 거래정보, 그밖에 조세포탈 우려가 있는 경우로서 국세청장이 제시하는 혐의가 있으면 거기에 해당하는 정보를 국세청에 제공해야 합니다.

실제로 국세청은 세무조사에서 FIU정보를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 FIU가 제공해준 정보를 활용한 세무조사는 그 해 전체 국세청 세무조사 건수의 90%가 넘는 1만4390건에 달했는데요. 이를 통해 추징한 세금도 2조329억원으로 2조원이 넘었습니다.  

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온 황범석 세무사는 "국세청은 조세탈루혐의 확인과 체납 은닉재산 추적업무에까지 광범위하게 FIU정보를 황용하고 있다"며 "금융거래시 실명노출을 꺼린다거나 특별한 사유 없이 복수계좌를 개설하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은 FIU와 국세청에 보고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상원 (ls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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