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잔류, 박정아 이적’이 불러온 여자부 FA시장의 ‘나비효과’
나비효과.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선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2022~2023 V리그가 마무리되고 펼쳐진 여자부 FA 시장을 보면 나비효과라는 단어가 딱 떠오른다. ‘빅3’ 중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에 뛰는 ‘배구여제’ 김연경의 흥국생명 잔류와 ‘클러치박’ 박정아의 페퍼저축은행 이적이 FA 시장에 큰 태풍을 불러왔다.
김연경의 흥국생명 잔류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구단은 현대건설이다. 한때 김연경이 흥국생명 잔류가 아닌 현대건설 이적에 더 큰 무게를 두던 때가 있었다. 배구계에선 김연경의 현대건설 이적 공식 발표가 곧 뜬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그러나 김연경은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의 면담 후 장고의 고민 끝에 흥국생명 잔류를 선택했다. 그 과정에서 현대건설측에 정중하게 협상 중단의 뜻을 전했지만, 현대건설은 김연경을 데려오기 위해 샐러리캡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김연경과 포지션이 겹치는 내부 FA인 황민경과의 구체적인 협상 테이블을 차릴 수 없었다. 그 사이 황민경은 영입의사를 타진해 온 IBK기업은행과 2년 총액 9억원에 팀을 옮기게 됐다. IBK기업은행의 황민경 영입은 일찌감치 성사됐으나 발표는 18일 됐다. 그만큼 황민경이 협상과정에서 현대건설에 서운함을 느꼈단 얘기다.
챔프전 직후 대만 여행을 떠난 박정아에겐 이미 계약 조건을 제시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은 대만에서 돌아온 14일부터 차려됐다. 페퍼저축은행이 보수상한선인 7억7500만원까지 지른 상황에서 도로공사는 6억원대에서 시작해 7억원을 넘기는 금액까지 제시하며 박정아를 잔류시키려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갈망이 컸던 박정아가 페퍼저축은행으로의 이적을 선택하면서 도로공사의 다가올 청사진이 틀어져버렸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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