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은 구만리인데 최저임금 첫 회의부터 파행…돌발 변수에 공전 가능성

이정현 기자 2023. 4.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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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여부, 업종별 차등적용에 특정 공익위원 사퇴 촉구 변수까지
노동계, 사퇴 수용까지 지속 문제 제기…최임위 회의 공전 우려도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가 파행된 가운데 근로자위원 자리에 '최저임금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라'라는 메모가 마이크에 붙어 있다. 2023.4.1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첫 회의가 불발로 끝났다. 쟁점 사안에 대한 노사 이견차가 아닌 노동계에서 특정 공익위원의 자격론을 문제 삼으면서 회의는 개의조차 못한 채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최저임금 '인상 여부', '업종별 차등적용' 등 쟁점 현안들도 산적한 상황에 돌발 변수까지 생기면서 올해 회의는 더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임위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1차 전원회의를 이른 시일 내 고용노동부 세종청사 내 최임위 대회의실에서 다시 가질 예정이다.

지난 18일 1차 전원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노동계가 특정 공익위원의 자격론을 제기하면서 회의장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회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통상 최저임금 회의는 '인상 여부'나 '인상 폭'에 대한 한 가지 쟁점사안만으로도 노사 간 입장차가 큰 탓에 순조롭게 진행된 적이 드물다.

하지만 올해는 다시 불붙은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에 '특정 공익위원의 자격론' 시비까지 불붙으면서 더욱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노동계는 권순원 공익위원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권 위원은 근로시간 개편,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 중인 정부 개혁정책 과제 수립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계 인사다. 양대노총은 친(親)정부 성향인 권 위원에게 최임위 위원에게 요구되는 독립성·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8일 1차 전원회의가 파행으로 끝난 요인 중 하나다. 노동계 배석 인사들이 회의장 내 권 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에 나섰고, 장내 혼란을 이유로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은 회의 개의를 선언하지 않았다.

노동계는 권 위원의 사퇴가 수용되기까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자칫 최저임금 논의가 공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가 파행되자 근로자 위원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3.4.1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특정 위원의 자격론 문제가 잘 해결돼도 최저임금 인상 여부, 또 인상 폭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더 산 넘어 산이다.

장기화 중인 고물가와 경기침체 속 올해는 유독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차가 크다.

최임위 전원회의가 열리기도 전 이례적으로 빠르게 요구 인상액을 발표한 노동계는 시급 1만2000원을 주장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시급 올해 9620원 보다 24.7%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경영계는 반대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사업주 등의 경영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데 인상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올해 회의에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다.

지난해 최임위 회의에서 경영계는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를 요구했지만, 부결된 바 있다. 다만 최임위는 올해 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확대해 보자는 경영계 측 요구를 일부분 수용했고, 고용부에 관련 연구용역을 맡겼다. 고용부는 연구용역 결과를 지난달 31일 최임위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최임위가 경영계의 반발에도 5% 인상하는 선에서 노동계 측의 손을 들어줬다면, 경영계에는 올해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준 중재안의 성격이었다.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비판과 함께 그 필요성을 언급,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경영계는 해마다 업종별 차등적용을 요구해왔다. 다만 실제 적용된 사례는 최저임금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뿐이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지난 2021년에도 최임위에서 표결에 부쳤지만, 역시 부결된 바 있다.

노동계에서는 여전히 '법적 근거가 없다'며, 논의할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어서 올해 최임위 회의에 최대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까지인데,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인 탓에 법정시한이 제대로 지켜진 적은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 8번에 불과하다. 통상 최저임금 고시 시한(매년 8월5일)에 가까운 7월 중순까지는 가서야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의 중재에 따라 의결이 이뤄지기 일쑤였다.

최임위 관계자는 "1차 전원회의는 빠른 시일 내 세종에서 개최할 예정”이라며 “회의에 장애가 되는 문제들에 대해 노사 양측에 양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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