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유예로 급한 불 껐지만…'구멍난 전세보증금' 누가 메울까

서상혁 기자 2023. 4. 20.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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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경매 유예로 세입자 한숨 돌려…향후 관건은 '전세보증금' 반환 규모
정치권 '선 보상 후 구상' 띄우지만 큰 폭 손실 불가피…원희룡 "피해자들이 수용 하겠나"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1동에 개소한 서울시 전·월세 종합지원센터. 2023.4.1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금융권이 대규모 전세 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피해 주택에 대해선 경매를 6개월 이상 유예하기로 한 데 이어, 추가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관건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을지 여부인데, 금융권에선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치권이 띄우고 있는 캠코의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전세 보증금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은행 등 금융권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기금을 설립하는 방안도 거론되나, 금융권이 모럴해저드 등의 이유로 꺼리고 있어 추진 동력이 약하다.

20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 관계부처와 금융권은 전날 기획재정부 1차관 주제로 '전세 사기 피해 범부처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 정부는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 사기 피해자로 확인된 2479세대 중 은행권과 상호금융권 등에서 보유 중인 대출분에 대해서는 이날부터 즉시 경매를 유예하도록 업계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의 주소를 공유받아 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임대인에게 주택담보대출을 내어준 은행, 상호금융 등의 금융회사에 전달할 계획이다. 금융회사는 '사기 피해자'가 희망하는 경우에 한해 경매 절차 개시를 유예할 방침이다. 유예 기간은 최소 6개월이나, 사실상 근본적인 피해 구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는 경매 개시 절차를 미룰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이 경매를 유예하기로 함에 따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미추홀구 전세 사기 주택 대다수는 상호금융 등 2금융권과 은행권이 선순위 채권자로 들어가 있는데, 금융회사로선 경매를 통해 채권 회수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경매가 이뤄지면 사기 피해자들은 거주 중인 주택에서 퇴거해야만 한다.

급한 불은 끈 만큼, 정부 관계부처와 금융권은 추가 후속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대 관건은 전세 사기 피해자가 본인의 '전세 보증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느냐다. 현재 후속 대책으로 보증금 대출 이자 지원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결국 이들의 재산인 '전세 보증금'이 반환돼야만 최종적으로 피해 구제가 완료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선 전세 보증금을 온전하게 돌려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기 피해자들이 원하는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일부 손실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야당은 캠코 등 채권매입기관이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하고, 임차인에겐 일정 수준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내용의 일명 '선 보상 후 구상' 특별법을 띄우고 있는데, 부실 채권을 매입하는 캠코 특성상 제값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엔 보증금 반환 채권가격을 임대보증금의 절반 이상으로 산정하도록 했으며, 조오섭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엔 '최소한의 가격 수준'은 담겨있지 않다. 금융회사가 자산 손실을 우려해, 아예 캠코에 채권을 넘기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주무부처 수장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선(先) 보상 후(後) 구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원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 발의된 '선반환 후구상권' 같은 경우에는 쉽게 말해 1억원짜리 전세면 1억원 반환청구권에 대해 5000만원이나 3000만원으로 캠코가 사라는 것"이라며 "50% 반환은 50%의 손실 확정을 포함하는데, 이를 피해자들이 수용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전액 반환은)사기범죄로 인한 피해금액을 국가가 다 반환해 주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국민 세금으로 전체 국민이 떠안으라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되어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린 금융권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기금' 설립 등을 통해 임차보증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 역시도 금융권이 나서길 꺼리고 있어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재원이 들어가면 모를까, 이같은 전세 사기 피해 구제를 위해 금융권이 기금을 만들어 지원했다간 모방 범죄나 모럴해저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미추홀구 주택엔 2금융권이 다수 들어가 있는데 이들이 모두 동참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피해자 구제 방안으로 우선매수권을 피해자에게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여당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거나, 선별 구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구체적인 피해 구제 대책은 이르면 다음 주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금융지원 등 추가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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