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재 공급한다며 독려…깡통전세 진앙지 된 오피스텔·빌라[전세사기 확산]

황보준엽 기자 2023. 4. 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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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대체제로 '집중 공급'…오피스텔 4년간 37만 가구
"전 정부 비아파트 활성화가 원인…방만한 운영 문제 키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인천 주안역 남부광장 분수대로에서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4.18/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한때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빌라 등 비아파트는 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다. 전세든 매매든 급등한 아파트값과 비교하면 그리 비싸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에 신축에 들어가고 싶어 하던 이들이 몰렸다. 갭투자자는 이점을 파고들어 수십, 수백채를 쓸어 담았다.

수요가 늘면서 이 시기 이러한 상품들이 우후죽순 들어섰고, 정부도 단기간 도심 내 공급을 늘리기 위해 건축 규제를 완화해주면서 공급을 독려했다. 그러나 이는 곧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전셋값과 매매가의 하락으로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1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져 있다. 2023.4.1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우후죽순 들어선 비아파트…정부는 건축 규제 완화도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과 빌라 등의 비아파트 시장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청약을 했다하면 아파트 못지않은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9월 분양한 도시형생활주택 '판교 SK뷰 테라스'는 292가구 모집에 9만2491건이 접수돼 평균 316.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해 분양한 힐스테이트 남산은 당시 282가구 모집에 1만 6785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59.52 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싼 가격에 도심 내 전세방을 구하고 싶었던 임대수요도 적지 않게 몰렸다. 당시만 해도 사회 초년생들은 전셋값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의 전세값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전국 평균 40.6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세값은 47.93% 뛰었다. 갭투자자들이 활개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이들 상품은 전세가율이 높아 자기자본이 적어도 수십, 수백채를 매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이 시기 수요가 늘면서 비아파트가 집중적으로 공급됐다. 지난 2018~2021년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37만1362가구(2018년 9만5210가구·2019년 10만8826가구·2020년 9만6194가구·2021년 7만5632가구)에 달한다. 지난해부터는 입주물량이 5만가구로 급격히 줄었다.

일정기간 이 같은 대규모 공급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손쉽게 허가를 받을 수 있고, 공사 기간이 아파트에 비해 짧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선 비아파트 공사기간을 평균 9~12개월로 추산한다.

이때는 들끓는 집값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비아파트의 공급을 독려하던 때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1년 당시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의 가구별 주거전용 면적(50→60㎡)을 넓히고 공간구성 제한(거실과 분리된 침실 1개→3개)도 완화했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바닥난방을 허용하는 전용면적 상한을 85㎡에서 120㎡로 확대한 바 있다.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대규모 전세 사기 의심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사진은 19일 오후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위치한 전세사기 피해 신고를 한 시민들이 계약을 체결한 부동산의 모습. 2023.4.1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부메랑' 돼 돌아왔다…전세사기 '오피스텔·빌라' 등 집중 결국 이는 문제를 일으켰다. 최근 발생한 전세사기 관련 문제가 이들 상품을 중심으로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동탄신도시 내 대규모 전세 사기 의심 선고가 잇따라 접수됐는데, 모두 오피스텔이 문제가 됐다.

오피스텔을 250여채 소유한 임대인 A씨 부부는 피해자들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세금체납 등의 문제로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우니 오피스텔 소유권을 이전받으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부부 외에도 오피스텔 등 43채를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모씨는 지난 2월23일 수원회생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지씨는 파산신청과 함께 면책신청도 함께 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산 및 면책은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상태에 있을 때 신청할 수 있다.

채권자 명단에는 피해자로 추정되는 43명과 함께 카드사, 캐피탈 등도 포함돼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선 이른바 '건축왕'이라고 불리는 B씨의 전세사기 행각이 발각되기도 했다. 2023년 2월 기준으로 경매에 넘어간 곳은 690가구다.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피해자 3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피해액은 500억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B씨가 소유한 아파트는 대다수가 도시형 생활주택과 빌라 등인 것으로 알려진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결국 전 정부가 비아파트를 활성화 시킨 것이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며 "공급을 독려하고, 전세대출을 방만하게 운영했던 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때 전셋값과 매매가가 급격히 오르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까지 문제가 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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