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따분한 실적시즌, '이익 급감' 테슬라가 균열 내나
'가격 인하' 테슬라 순익 24% 급감
반응 없던 증시, 테슬라에 반응할까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또 혼조를 보였다. 3대 지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공포가 여전한 가운데 주요 기업들의 실적을 소화하며 방향성 찾기에 분주했다. 장중 보합권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움직였다. 다만 장 마감 후 나온 테슬라의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 여파가 주목된다.
연준 긴축 우려 속 어닝시즌 소화
19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23% 하락한 3만3897.01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01% 떨어진 4154.52를 기록했다. 반면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03% 상승한 1만2157.23에 거래를 마쳤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0.22% 오른 1799.44를 기록했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투자 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곳은 넷플릭스와 모건스탠리였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는 실적이 예상을 밑돌면서 주가는 3.17% 떨어졌다. 넷플릭스는 전날 장 마감 직후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가입자 수가 175만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예상치(230만명)를 크게 밑돈 수치다. 1분기 매출액 역시 81억60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81억8000만달러)를 하회했다.
넷플릭스는 또 야심차게 꺼내 든 ‘계정 공유 차단’ 확대를 2분기로 연기했다. 한 집에 살지 않는 회원들 간 계정 공유를 차단하면서 신규 가입자를 늘리겠다는 취지였는데, 캐나다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한 결과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주주 서한에서 “일부 시장에서 계정 공유 차단에 나선 이후 ‘취소 반응’이 나타났다”며 “이는 가입자 증가에 단기적인 타격을 입혔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공개했다. 1분기 주당순이익(EPS)은 1.70달러로 전망을 상회했다.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4대 대형은행과 마찬가지로 은행권 혼란 속에서 호실적을 거둔 것이다. 다만 인수합병(M&A) 수수료를 포함한 투자은행(IB) 부문 수익은 1년보다 24% 감소했다. 골드만삭스처럼 금융시장 위축에 따른 투자금융 실적 악화가 현실화한 셈이다.
이에 이날 모건스탠리 주가는 장 초반 하락했다가, 장중 소폭 오르며 0.67% 상승 마감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M&A, 기업공개(IPO) 등이 여전히 매우 침체돼 있다”고 했다.
3대 지수는 쏟아지는 기업 실적에도 별다른 반응 없이 보합권을 맴돌았다. 자산운용사 아스피리언트의 샌디 브라가 최고고객책임자(CCO)는 “지금까지 이번 어닝 시즌은 정말로 따분했다”며 “기업 이익이 줄어드는 게 확실히 나타나기는 했지만 시장은 별로 반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즈의 에마뉘엘 카우 분석가는 “월가는 이번 실적에서 수익성 악화 가능성에 대한 신호를 찾으려 하고 있다”면서도 “1분기 실적은 상황을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연준 긴축 우려는 더 높아지며 3대 지수 약세 압력을 키웠다. 무엇보다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 밖 폭등한 게 투심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10.1% 상승했다. 올해 2월(10.4%)보다 상승률은 소폭 둔화했지만, 시장 예상치(9.8%)는 큰 폭 웃돌았다. 전월 대비 상승률 역시 0.8%로 예상치(0.5%)를 상회했다.
영국 국가통계국(ONS)의 그랜트 피츠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자동차 연료 가격의 하락으로 전월보다 상승률은 소폭 둔화했지만 여전히 식료품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빵과 곡물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뉴욕채권시장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채권금리 상승).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286%까지 뛰었다. 전거래일과 비교해 9bp(1bp=0.01%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수치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639%까지 올랐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시장은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올릴 확률을 83.4%로 보고 있다.
‘가격 인하’ 테슬라 순이익 급감
장중 나온 연준 ‘베이지북’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은 이날 베이지북으로 불리는 경기동향보고서를 통해 “소비자와 기업 모두 대출 규모와 수요가 대체로 감소했다”며 “유동성에 대한 불확실성과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다수 지역에서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특히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있는 샌프란시스코 연은 관할 구역에서 대출이 최근 몇 주간 두드러지게 감소했다고 연준은 전했다.
연준은 “전체적인 경제 활동은 최근 몇 주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면서도 “고용은 다소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수 지역에서는 지난 베이지북 때보다 일자리 증가 속도가 느려졌다고 언급했다. 연준은 소비 지출에 대해서는 “(지난 베이지북 때와 비교해) 대체로 같거나 다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장 이목이 집중됐던 테슬라의 실적은 눈높이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는 이날 장 마감 직후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주당순이익(EPS)이 85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85센트)와 같았다. 매출액은 233억3000만달러를 올렸다. 이는 월가 전망치(232억1000만달러)를 약간 웃돈 수치다. 매출액은 1년 전보다 24% 이상 늘었다.
그런데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테슬라는 1분기 25억100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4% 급감한 수준이다. 이는 잇단 가격 인하 여파로 읽힌다. 테슬라는 실적 발표 전날인 지난 18일 중저가 전기차인 모델Y와 모델3의 미국 내 판매 가격(최저가 기준)을 각각 3000달러, 2000달러 인하하기로 했다. 올해 들어서만 6번째 인하다.
테슬라는 이로 인해 1분기 차량 인도량(전기트럭 제외)은 1년 전보다 36% 급증한 42만 2875대를 찍으며 창사 이래 최대 규모를 올렸지만, 정작 수익성은 더 나빠지게 됐다.
테슬라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하락하고 있다. 오후 5시3분 현재 시간외거래에서 테슬라 주가는 3.65% 내리고 있다. 이번 테슬라의 실적은 다소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실적 시즌에 따른 시장 흐름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혼조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0.08% 상승했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21% 뛰었다. 반면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0.13% 내렸다.
국제유가는 또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10% 하락한 배럴당 79.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1일 이후 최저치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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