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SMR, 800조 시장 정조준…캐나다 수출길 '청신호'

김인한 기자 2023. 4. 2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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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앨버타주, 원자력연 SMART 원전 도입 추진
탄소중립, 원유 채굴에 원전 활용…건설 타당성 검토
2030년대 원전 시장 800조, 한국 수출 신화 잇는다
소형모듈원자로(SMR) 일종인 SMART 모식도. SMR은 경제성·안전성이 향상된 전기출력 300㎿(메가와트)급 원자로다. 대형 원전과 달리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기기가 일체화됐다. 이에 따라 모듈 조립이 가능해 도심이나 외지에 설치할 수 있다. / 사진=머니투데이DB


캐나다 앨버타주(州) 정부가 한국형 SMR(소형모듈원자로) 도입을 검토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SMR인 스마트(SMART)가 그 대상이다. 원자력연은 10년 내 캐나다에 10조원 규모 SMART 수출을 목표로 해왔는데 청신호가 켜졌다.

원자력연구원은 19일 주한규 원자력연구원장이 캐나다 앨버타주 정부 브라이언 진 일자리·경제·북부개발 장관, 라잔 소니 무역·이민·다문화주의 장관과 SMART 원전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SMR는 기존 대형원전 대비 10분의 1 크기로, 용기 하나에 원자로·증기발생기·가압기 등이 포함된 일체형 원자로다. SMART는 1997년부터 원자력연이 개발해온 전기출력 110㎿(메가와트)급 SMR이다. SMART는 2012년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SMART(스마트) 원전 정보. /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이는 원자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를 시뮬레이션해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미국보다 인허가가 앞섰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이 개발 중인 SMR 80여개 중 실증 배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다.

이번 협약은 캐나다 앨버타주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캐나다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05년 대비 40% 수준 감축을 목표한다. 이를 위해 앨버타, 온타리오, 뉴브런즈위크, 서스캐쳐원 등 4개주는 SMR 도입과 실증 배치를 추진해왔다.

주한규 원장은 지난 2월 앨버타주 장관을 한국으로 초청해 SMART 우수성을 알렸다. 양측은 두 달간 소통해오다가 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향후 캐나다 내 SMART 건설 타당성 검토, 인허가 획득에 필요한 정보 등을 사전 공유하기로 했다.

현재 앨버타주는 화력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CO₂(이산화탄소)를 SMR로 대체하고, 오일샌드 채굴에 필요한 증기를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오일샌드는 원유가 포함된 지형인데, SMR은 핵분열을 통해 내부에 증기를 만들고 이를 원유 채굴에 쓸 수 있다.

최대 경쟁자는 미국이다. 캐나다는 현재 한국과 미국 SMR 사이에서 저울질 하고 있다. 미국은 지리적 특성과 기술로 앨버타주에 구애하고 있다. 한국은 오는 6월 관련 기업들과 캐나다 현지를 방문해 SMART 건설 경쟁력을 피력할 예정이다.

이미 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앨버타 오일샌드 채굴에 스마트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해왔다. 이번 상호협약은 이같은 민간 기업들의 활동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한규 원장은 "스마트 해외 수출을 위해 캐나다 앨버타주와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하고, 실제 건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라잔 소니 캐나다 앨버타주 장관은 "원자력연이 보유한 SMR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캐나다 앨버타주가 상호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 2월 캐나다 앨버타주 정부 브라이언 진 일자리·경제·북부개발 장관과 라잔 소니 무역·이민·다문화주의 장관은 원자력연 대전 본원을 방문해 주한규 원장과 스마트 도입 방안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이번 협약은 지난 모임 후속 조치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최대 800조 SMR 시장 잡아라…대형 원전 수출 신화 잇는다
사진은 한국형 원전 APR 1400이 적용된 바라카 원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해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현장에서 열린 3호기 가동식에 참석했다. / 사진=뉴시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미국을 포함한 원전 선도국은 2030년대 초·중반 원전 시장을 500~800조원 규모로 추산한다. 미국 원자력 경쟁력 회복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대 세계 원전 시장은 5000~7400억 달러(570~840조원)에 달한다. 영국은 2035년쯤 SMR 글로벌 시장 규모를 630조원으로 본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도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원전 수출을 공언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글로벌 복합위기를 수출로 돌파해야 한다"며 "원전, 방산 분야를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원전은 도입국으로부터 기술을 수십 년간 의존해야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일례로 한국은 2009년 12월 UAE(아랍에미리트)에 한국형원전 'APR 1400' 4기를 186억 달러(20조원) 규모로 수출한 이후에도 여전히 UAE 요청으로 원전 성능검증 등을 지원한다. UAE는 바라카(아랍어로 신의 축복) 원전 신뢰를 바탕으로 최근 한국에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현황. /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한국은 대형 원전에 이어 '연구용 원자로'(연구로)를 수출한 바 있다. 2010년 3월 요르단에 1억6100만 달러(1873억원) 규모로 연구로 시스템을 일괄 수출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방글라데시, 네덜란드 등에 연구로 구축을 도왔다. 향후 캐나다 엘버타주에 SMART를 건설하면, 대형·연구용·소형 원자로를 수출하는 최초 기록을 달성한다.

정용훈 KAIST(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SMART를 포함해 SMR은 기존 가스와 화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다"며 "특히 간헐성이 있는 신재생에너지로 못하는 증기 열 공급, 수소 생산 등이 가능해 앨버타주가 협력 파트너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한국 원전 경쟁력으로 "스마트가 이미 표준설계인가를 받았고, 산업체의 원전 시공 능력도 가장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SK, SK이노베이션, 삼성물산, GS에너지, HD한국조선해양, 현대엔지니어링 등 국내 기업도 원전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만큼 원전 설계·제작·운영 등 전주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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