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청정국에서 7년 만에 '마약 공화국' 오명…어쩌다 이렇게 됐나
"10만~20만원 하던 마약, 이제는 2~3만원…구매도 쉬워져"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어쩌다 이렇게 됐나'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마약사건을 보면서 이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15년까지 '마약 청정국'이었다. 유엔은 마약류 사범이 10만명당 20명 미미만일 때 마약 청정국으로 지정한다.
전문가들은 유학 등으로 해외에 체류했던 젊은이들이 크게 늘었고 마약 공급 확대와 판매수법 고도화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대마 등 마약류 접근이 쉬운 해외에서 중독된 상태로 귀국한 이들이 계속해서 국내에서도 마약을 찾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학을 끝내고 귀국한 재계 2~3세나 고위층 자녀들이 마약 사범으로 처벌을 받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로 온라인에서 마약을 구하기가 쉬워졌고, 일명 '던지기' 등을 통해 배송 또한 간편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약 공급 주범은 대부분 해외에 있다보니 유통책만 검거가 이뤄지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처벌 수위가 낮다는 것 역시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약화하는 요인이다. 실제로 마약사범의 경우 대부분 집행유예가 내려지고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도 절반에 못 미친다.
◇"트위터, 유튜브에 '마약' 은어치면 판매상 줄줄…누구든 손 쉽게 구매"
2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붙잡힌 마약사범은 1만8395명으로 2021년(1만6153명) 대비 13.9%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더 과거를 기준으로 삼으면 심각성은 더 확연히 드러난다. 1985년 1190명에 그치던 마약사범 숫자는 1990년 4222명, 2000년 7066명, 2010년 9732명 등 꾸준히 늘었다. 약 15배가 증가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숨어 있는' 마약사범은 검거 인원의 20~30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마약사범이 30만~70만명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 문제는 하루가 멀다하고 마약에 빠지는 20~30대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특히 2030 세대 마약류 사범은 2018년 3196명에서 지난해 7020명으로 5년 간 2배 이상 늘어났다. 전체 연령대 중 차지하는 비율도 39.4%에서 56.7%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통계로 보이는 증가 추세보다 심각한 문제는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전문적인 마약사범끼리 만나 마약을 거래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얼굴도 보지 않고 SNS에서 마약을 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 등에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해보면 마약을 판매한다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게시글에 "'아**'(필로폰을 뜻하는 은어), '고*'(대마초) 1시간 내 수령 가능, 무통장 선입금 후 던지기 입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자신의 텔레그램 아이디를 남겼다. 이후 이들은 구매자들로부터 가상화폐 등을 받고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공급한다.
이윤호 고려대학교 사이버대학교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과거에는 10만~20만원 하던 마약이 이제는 2만~3만원 대로 저렴해진 것이 마약류가 퍼진 이유"라며 "온라인 상에서 마약을 구해 파티 등 지인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마약을 하면서 마약 투약자가 순식간에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마약 유통, 과거보다 쉬워져…"마약 못 들어오게 막아야"
쉬워진 유통법 또한 마약 유통에 한 몫했다. 마약 판매상들은 적발을 피하기 위해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판매한다. 던지기란 마약 유통책이 마약 판매상의 지시를 받아, CCTV가 없는 장소에 마약을 두고가면 마약 구매자가 이를 가져가는 수법을 말한다. 최근 필로폰 등 투약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유명 가수 김모씨도 이 방법으로 마약을 구매했다.
이는 마약 투약자가 구속되어도 판매상, 총책은 잡히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마약사범들이 마약을 판매하는 기법도 점점 고도화 되고 있다. 마약판매가 이뤄지는 SNS 대부분은 해외사이트이기 때문에 수사 공조도 어렵다.
일선 경찰서에서 마약 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마약 범죄는 '자신이 피해자이면서 자신이 가해자'인 범죄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신고하지 않으면 범죄가 드러나지도, 마약사범을 검거하기도 어렵다"며 "마약 투약자가 마약을 살 돈을 벌기 위해서 마약 판매상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해외에서 마약류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판매상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경수 마약범죄학회 학회장은 "마약 판매상들은 투약자들이 재투약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디게끔 중독을 시키고 그 과정에서 폭리를 취한다. 표적으로 삼는 대상은 연예인, 신분상 말을 못하는 유력층, 청소년, 재벌 등이다"며 "애초에 마약이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것을 지금이라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마약 원료를 재배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공급을 차단한다면 마약 공급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약 범죄 45개 유형 중 38개는 '집행유예' 선고 가능…지난해 실형 선고 비율 47.9%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 보니 경각심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제정한 마약범죄 양형기준은 지난 2011년 제정됐다. 지난 2015년과 2020년 두 차례 개정됐지만 대량범에 대한 형량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마약류 투약 및 단순 소지와 매매·알선, 수출입·제조의 형량 범위와 감경·가중 요인 등은 사실상 10년째 그대로인 셈이다.
마약범죄는 투약·단순소지, 매매 알선, 수출입 등 4가지로 유형을 나눈다. 이후 각각의 유형을 환각물질, 대마, 향정 등 마약의 종류로 분류하고 기본형과 감경형, 가중형의 범위를 다르게 적용한다. 이후 감경요소와 가중요소가 있는지를 고려해 형량을 정한다.
형량을 정하는 양형기준에는 마약 사범을 45개 유형으로 분류한다. 이 중 38개가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 또 대량범을 제외한 나머지 유형의 기본 형량은 징역 6개월부터 시작된다. 범행가담 또는 범행동기에 참작할 사유가 있거나 투약 단순소지 등을 위한 매수 또는 수수 역시 특별히 감형할 요소로 설정해 놓고 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2273명(47.9%)으로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반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은 마약사범 4747명 중 2089명(44.0%)이다.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이 나온 판결은 20명(0.4%)에 불과했고 1년 이상 3년 미만의 징역형이 1410명(29.7%)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마약 범죄의 형량을 강화해 '경각심'을 주는 한편, 마약 중독자를 치료할 수 있는 재활 치료시설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경수 학회장은 "마약 중독자에게 처벌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약을 끊고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재활센터'도 늘려야 한다"며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학교에서부터 교육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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