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엇갈린 시선]③여전한 '사건·사고' 꼬리표
이사장 중심 금고 경영…중앙회 대책 효과 미미
'행안부' 산하 금융기관…금융당국 관리 사각지대
새마을금고가 올해 60주년을 맞이했다. 새마을금고는 상호금융만의 경쟁력과 우리나라 특유의 향토정서를 바탕으로 성장했고 이제는 주요 은행 못지않은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최근에는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시선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새마을금고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최근의 시선에 대해 조명해 본다. [편집자]
'새마을금고'라는 금융기관은 그 '시스템' 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듯 하지만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매년 비리와 부실이라는 꼬리표를 좀처럼 떼지 못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차원에서 나서 매번 내부통제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고심하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새마을금고의 숙제다.
새마을금고가 매년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이유는 각 금고가 개별 사업장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다른 금융회사 대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점 역시 새마을금고가 매년 사건과 사고의 발원지가 되는 이유로 꼽힌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사건사고
갑질, 성희롱, 불법대출, 특혜대출, 횡령, 보복성 인사, 비리 선거. 최근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금기시 되는 사건·사고다. 한 번만 발생해도 금융회사로서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사건·사고가 새마을금고에서는 잊을만 하면 발생한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사건·사고 발생은 개인의 일탈이라는 항변도 있다. 하지만 매년 사건과 사고가 터지는 것은 새마을금고 전체를 아우르는 시스템에서 야기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새마을금고는 각 금고마다 이사장을 수장으로 이사, 감사, 직원들로 구성된다. 이는 각 새마을금고가 선거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구성한다. 각 금고는 '개별 사업장'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2022년말 기준 전국 새마을금고 수는 1295개다. 1295개의 사업자가 '새마을금고'라는 간판 아래서 '각자'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금융회사가 '본부'를 중심으로 강력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전 영업점 등에 적용해 사건·사고를 예방하는 것과 달리 새마을금고는 각 금고의 이사장과 금고별 이사회의 경영방침에 따라 내부통제 강도가 다르게 책정된다.
컨트롤 타워인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는 매년 점검에 나서고 사건·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효과를 온전히 발휘하기 힘든 것은 각 사업장이 이를 자발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즉 강력한 감시기능을 갖춘 중앙통제 기관의 부재가 매년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새마을금고와 관련 된 '법' 자체도 사건·사고를 키우는 원인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새마을금고는 현재 '새마을금고 법'을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문제는 다른 금융기관이 지키는 법과 달리 새마을금고 법에는 사건·사고에 대한 징계 규정이 불분명하다. 각 금고별 이사회가 정한 '정관'에 징계를 명시하도록 할 뿐이다. 즉 징계권한 자체가 각 금고에 있다는 얘기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등이 음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이유다.
새마을금고 한 이사장은 "중앙회를 바탕으로 매년 사건·사고 발생에 대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완전히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각 금고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견제하기 위한 마땅한 장치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들어서야 이사장 등 임원에 대한 결격사유, 이사장의 연임 제한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새마을금고 법 개정등이 이뤄지기는 했다"라며 "늦은 감이 있으나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법 개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리 사각지대' 놓인 새마을금고
새마을금고에서 매년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는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마을금고는 1970년대 시작된 새마을운동 부흥기와 함께 성장했다. 아울러 당시 정부에서는 '내무부'가 새마을운동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총괄했다. 설립 시기부터 관련 부서가 '내무부'였기 때문에 현재에 들어서도 새마을금고는 내무부를 전신으로 하는 '행정안전부'가 관리·감독하도록 돼 있다.
신용공제사업에 대해서만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가 함께 감독할 뿐이다. 금융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중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에서 자유로운 것은 새마을금고가 유일하다.
즉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시의 칼날은 오직 행정안전부만 쥐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회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금융당국의 수시검사, 정기검사 등에서 새마을금고는 자유롭다. 행정안전부의 '허가' 없이는 금융당국이 새마을금고를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새마을금고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을 때 금융당국 수장들이 "들여다 보고는 있다"라고 짧게 일축하고 자세한 설명을 더하지 못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금융당국으로 이관해 다른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만 이는 복잡한 '정치적 역학관계'로 인해 쉽지 않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에서 사건·사고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금융당국 감시 아래 둬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감독 권한이 금융당국으로 이관되지 못하는 부분은 정치적 사유가 더욱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법상 새마을금고는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금고 조합원의 의견을 뭉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금고 이사장과 각 지역 국회의원들간의 긴밀한 관계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그는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부담스러워 하는 이사장들과 지역내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어 관리·감독을 금융당국으로 이관하는 법 개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