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죽을지경이었다”…10대 흑인에 총쏜 美 80대 남성 ‘무죄’ 주장

‘1급 폭행’ 유죄 인정되면 종신형 전망
“인종차별서 비롯” 처벌 요구 시위 벌어지기도

18일(현지 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주민들이 흑인 10대 소년이 총에 맞은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랠프 얄(16)은 주소를 잘못 찾아 다른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가 백인 집주인에게 실탄 2발을 맞아 머리와 팔을 다쳤다. 당국은 17일 집주인 앤드루 레스터(84)를 1급 폭행 혐의와 무장 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AP·연합뉴스

미국 미주리주에서 초인종을 잘못 누른 16세 흑인 소년에게 총을 쏜 혐의로 기소된 84세 백인 남성이 법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19일(현지 시간) 미주리주 클레이 카운티 법원 기록에 따르면 1급 폭행과 무장 범죄 혐의로 기소된 백인 남성 앤드루 레스터(84)는 이날 법원에 처음으로 출석해 두 혐의 모두 죄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지난 13일 캔자스시티에 있는 자택에서 초인종을 잘못 누른 흑인 소년 랠프 얄(16)에게 32구경 리볼버 권총으로 두 발을 쏜 혐의를 받는다. 1급 폭행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그는 종신형을 받게 된다.

현지 매체 등의 보도에 따르면 레스터는 경찰 조사에서 소년을 침입자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현관 앞에 서 있는 소년을 보았을 때 "무서워 죽을 지경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소년은 사건 당일 주소가 ‘115번 테라스’인 집에서 형제를 데려오라는 부모의 심부름으로 이 동네를 찾았다가 주소를 잘못 보고 ‘115번 스트리트’에 있는 집의 초인종을 누른 것으로 파악됐다.

17일(현지시간) 미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한 경찰관이 16세 흑인 소년 랠프 얄이 총에 맞은 집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미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집을 잘못 찾아온 16세 흑인 소년 랠프 얄에게 총격을 가한 집 창문에 주민들이 던진 달걀이 묻어 있다. AP·뉴시스

다행히 레스터가 쏜 총에 맞은 소년은 머리와 팔을 다쳤지만,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지난 16일 퇴원해 회복 중이다. 총알이 유리문을 통과하면서 생명에 치명적인 부위는 피해 간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소년의 가족 측 대변인인 숀 킹은 소년이 변호사와 함께 벤치에 앉아 미소 짓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하기도 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 사건이 백인 남성의 인종 차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소년에게 전화를 걸어 빠른 쾌유를 빌었으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어떤 아이도 초인종을 잘못 눌렀다는 이유로 총에 맞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며 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곽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