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진통 끝에 장차법 제정 그 이후…갈 길은 여전히 멀다
[스페셜리포트]염형국 국가인권위 차별시정국장
“장애인의,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을 위한 법”
시설물과 키오스크·모바일앱 등 ‘접근권 차별’ 해결해야
지난 11일엔 130명 넘는 장애인·비장애인 청중이 참여한 가운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5주년을 기념하는 토크콘서트가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장차법의 성과에 관한 평가와 함께 ‘전면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장애’, ‘장애인’의 범주를 확대해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15가지 장애유형에 속하지 않은 장애인 차별까지 금지토록 하고, ‘장애를 이유로’와 같은 차별행위 판단 조건 등을 삭제해야 한단 주장이 나왔다.
7년여 논의·투쟁으로 장차법 제정 “장애인 평등권 실현”
장차법 제정의 역사는 2000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산 소재 장애인단체인 ‘열린네트워크’가 장애인 차별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장차법 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후 서울 장애인단체들도 장차법 제정 논의를 시작했고, 2003년 4월엔 58개의 장애인단체들이 모여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장추련)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하나의 법 제정을 위해 대부분의 장애인단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모인 것은 이전엔 없었던 일이다. 장차법 초안을 놓고 그룹별·지역별 토론회 등 무수히 많은 논의를 거쳐 정리된 장차법안을 고(故) 노회찬 의원이 2005년 9월 대표 발의했다. 이는 장애인을 시혜와 복지의 대상이 아닌 인권의 주체로 세운 최초의 법이다.
그러나 당시 차별시정기구 일원화 방침을 세웠던 노무현 정부는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구제위원회를 두고 장애인차별구제를 담당토록 한 장차법안에 대한 논의를 전면 중단했다. 또한 장차법 제정으로 고용영역에서 여러 부담을 질 수 있는 경제계에서도 이 법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장추련을 필두로 한 장애인단체들은 2005년 11월 국회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했고, 2006년 3월엔 독립적인 장차법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 표명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2006년 5월. 인권위가 독립적인 장차법 제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부터 장차법에 대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정부는 장애계에 장차법 제정을 위한 민관공동기획단 구성을 제안해 2006년 6월부터 12차례 회의를 하며 이견을 좁혀나갔고 당시 여당의원이던 장향숙 의원이 장차법을 대표발의하였다. 이듬해 3월, 장차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렇듯 장차법은 철저히 장애인의,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을 위한 법으로 제정됐다.
“차별 없는 사회, 모두 함께 꿈꿔야 현실”
하지만 전면 개정 요구가 나오듯, 완전한 법은 아니다. 15가지 장애유형별, 장애영역별로 지금도 행해지는 차별의 사례는 다양하다. 최근엔 인권위에 장애인의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 접근권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들이 많아 보건복지부에 법 개정 요청을 해 최근 바뀌었지만, 면적 50㎡가 안되는 소규모 시설물엔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식당, 편의점 등 휠체어를 이용해 출입할 수 있는 경사로와 같은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시설물 기준이 1년 전부터 기존의 바닥면적 300~500㎡ 이하에서 면적 50㎡ 이상으로 확대됐지만 역시 소규모는 해당하지 않는데다 신축, 증개축 건물만 의무다. 사실상 대부분의 시설물은 적용이 안되는 셈이다.
필자는 2004년 처음 장애인권 활동을 시작한 이후 올해 20년 차가 됐다. 장애인권 보장을 위해 장애인 당사자들과 함께 했던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면 함께 이뤄낸 여러 성과들로 괜히 웃음이 나올 때도 있고, 그럼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답답한 한숨이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꿈을 꾼다. 장애여부·성별·피부색·인종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존엄하게 대우받을 날이 오는 꿈을, 장애인도 대중교통을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는 날이 오는 꿈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느 식당이나 편의점에도 장벽 없이 편하게 드나드는 날이 오는 꿈을 꾼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꿈을 함께 꾼다면 결국 그 꿈은 결국 현실이 될 것이다.
김미영 (bomna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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