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돼지고기·우유’에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 도입…농업도 ‘탄소중립’ 박차

세종=김민정 기자 2023. 4.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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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한우부터 도입된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
내년 상반기부터 ‘돼지고기·우유’에도 인증마크 달릴 듯
‘탄소중립직불제’ 도입 방안도 함께 검토 나선 정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한우에 이어 돼지고기와 우유에도 ‘저탄소 축산물’ 인증마크를 붙이는 것을 추진한다. 정부는 저탄소 축산물 인증 농가에 직불제를 도입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탄소중립을 위해 한우 저탄소 축산물 인증 기준을 내놓고 시범사업을 추진 중인데, 돼지 농가와 낙농업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2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우 분야 외에 낙농, 양돈 분야에 대한 저탄소 축산물 인증 기준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저탄소 축산물 인증은 축산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농가를 인증하는 제도다. 인증 농가에서 출하된 축산물에 저탄소 인증마크를 붙여준다. 농식품부는 올해 하반기까지 연구용역을 실시한 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낙농과 양돈 분야에 대한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가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를 확대하는 것은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2050년까지 농식품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2470만톤 대비 38%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전국 소·염소 사육 농가를 대상으로 상반기 구제역 백신 일제접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4월 3일 오전 경기 안성시의 한 젖소 농가에서 수의사가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 소 출하 기간 줄일수록 온실가스 ‘감축’ 효과

농식품부는 낙농 분야에서 탄소 감축량을 산정하는 방법으로는 송아지를 생산한 경험이 없는 암소의 초산 월령을 단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 소를 오래 기를수록 먹고 호흡하고 배설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많이 발생하는데, 그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양돈 분야에서는 사료 개선에 따른 탄소 감축량 등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들여다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통 소의 분뇨를 처리할 때 분뇨를 흙과 섞어 쌓아놓는데 이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하니 송풍시설 등을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돼지 농가의 경우 여름에 에어컨을 틀고 겨울에 난방하며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데 효율적인 에너지 시설을 도입한 농가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월 한우에 대한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를 먼저 도입했다. 이전까지 농산물은 저탄소 인증 농산물이 있었지만, 축산물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인증 기준이 없었다.

정부가 축산물에 대한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를 도입한 이유는 축산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 등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축산업을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에 달한다. 그중 되새김질하며 트림을 하고 방귀를 뀌는 소는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약 65%를 차지한다.

한우 저탄소 축산물 인증을 받으려면 유기축산물, 무항생제축산물, 농장 해썹(HACCP), 동물복지 축산농장, 깨끗한 축산농장 등 위생·안전, 환경 관련 인증을 1개 이상 받아야 한다. 또 탄소 감축 기술을 1개 이상 도입해 평균 배출량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해야 저탄소 축산물 인증농장으로 지정된다.

농식품부는 저탄소 축산물 인증사업을 통해 한우 출하 기간 단축 등의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우 사육 기간을 평균 30개월에서 26개월 수준으로 줄일 경우 마리당 약 8.92%의 온실가스가 줄어든다.

지난 13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뉴스1

◇ 정부, ‘저탄소’ 농가에 직불제 인센티브 부여 방안 검토

현재 저탄소 축산물 인증을 받는 농가에 주어지는 별도의 인센티브는 없다. 그러나 기후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신념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가치소비’ 트렌드에 맞춰 친환경 식품에 대한 수요는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탄소중립직불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해외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는 정책을 이미 실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한 직불제 의무를 강화했고, 일본은 2050년 농림수산업 분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영농활동에 2015년부터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농업인의 탄소 감축 활동 참여는 미흡한 편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탄소 감축 지원사업에 참여한 농가는 9107곳으로 전체 농가의 0.9% 수준이다.

롯데백화점 등 유통사에서도 저탄소 한우 제품을 선보이면서 정부는 국가 공식 ‘저탄소 축산물’ 인증 마크를 확산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소비자가 믿고 살 수 있도록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증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이라며 “농가에 분뇨 처리나 에너지 관리 등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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