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ODA, 민주주의를 꽃피우다[키르기스스탄의 봄④]
광학판독 개표시스템…대선·총선·지선 신뢰 확보
중앙亞 최초 생체인식 주민카드…국가 신뢰도 높여
‘온라인 투표’ 면단위 이어 시단위 선거에 시범 실시
훼손된 국회 데이터 센터·본회의장 장비 지원 사업
[헤럴드경제(비슈케크)=최은지 기자·외교부 공동취재단]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코이카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게 된 계기는 선거 역량 강화 사업이 결정적이었다. 부정투표와 개표조작 등으로 역대 정권이 여러 번 부침이 있었던 키르기스스탄의 정치사에서 선거의 공정성 확보가 최대 현안이었다.
2017년 시행되는 대선을 앞두고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코이카의 지원으로 710대의 자동개표기와 광학판독 개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공정선거를 통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광학판독기로 투표 결과를 산출하고, 수개표 작업 결과와 이를 비교해 신뢰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개표 정확성 98%를 달성했다.
2014년 6월 한-키르기스스탄 무상원조 기본협정이 발효돼 2015년 4월 개설된 코이카 현지 사무소는 다른 국가의 ODA 기구보다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이 사업으로 키르기스스탄 내에 한국형 ODA를 각인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후 총선과 지방선거까지 세 번의 주요 선거를 무사히 치러 높은 평가를 받았다.
카낫 아브드라흐마노프 경제상업부 차관은 “한국이 지원해준 디지털 인프라가 앞으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지원해 준 덕분에 대선, 총선, 지선도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중앙아시아 5개국 내 사실상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이자 CIS(구소련 해체 후 성립된 신체제 국가 연합) 지역 내 민주주의를 선도하는 키르기스스탄은 이 선거 시스템을 주변국에도 경험을 전수하고 있다.
개표방식이 선진화되면서 신분확인을 위한 전자주민카드(e-NID) 도입 사업(746만달러)이 실시됐다. 지문인식 칩이 내장된 전자주민카드 발급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중앙아시아 최초의 생체인식 카드다.
주민등록카드를 발급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 구비에 드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6개월에서 단 12일로 발급 기간이 단축됐다. 위조 위험성이 줄어들면서 국가 신뢰도가 높아져 인근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국경을 넘어갈 때도 여권 없이 ID카드로 입·출국이 가능해졌다. 현재 터키와도 자유로운 입·출국을 위한 협의를 마쳤다.
전자주민카드 도입 사업을 담당하는 키르기스스탄 디지털개발부 산하 국영기업 인포콤(Infocom)의 아셸 케넨바예바 센터장(38·여)은 “전자주민카드 도입 사업은 기술적으로 힘들고 복잡하지만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였는데 이를 실현해 냈고, 부처 간 정보공유에도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짧은 기간 많은 일을 해냈고, 한국 측과 더 많은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생체인식 기술을 도입하면서 2021년 지문 인식이 탑재된 일반 여권을 발급하고 있으며, 운전면허증과 교통차량 번호 제작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비대면 서비스의 중요성이 늘어나면서 전자서명 기술도 급속도로 커졌다.
전자개표 시스템과 전자주민카드는 새로운 선거 방식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 4월 9일 실시된 바트켄주 5개면의 군의원 선거에서 온라인 선거를 시범 도입했다. 전체 7만2000명의 유권자 중 온라인 투표 희망자를 조사했는데 800명이 신청했다. 주로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이었다. 800명 중 82% 이상이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고, 나머지 유권자 중 30%가 오프라인 투표를 마쳤다. 온라인 투표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다음달 28일 실시되는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비슈케크시에서 온라인 투표를 시범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전자정보시스템의 발전 속도에 비해 여전히 기반시설은 부족하지만, 사업을 도입한 지 5년 만에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
케넨바예바 센터장은 “2017년 전자주민카드를 처음 도입할 때 욕심으로 만들었고 중앙아시아에서 제일 좋은 ID카드를 만들었다”며 “한국 정부의 협조에 우리는 아주 큰 경험을 얻었고, 앞으로의 개발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표경주 코이카 키르기스스탄사무소 부소장은 “전자주민카드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행돼 키르기스스탄 정부의 디지털 전환의 초석이 된 것 같아 한국 국민으로서 매우 뿌듯하다”며 “코이카는 앞으로 사이버 보안이나 전자정부 역량 강화 분야에 대해 협력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주의의 꽃 국회의 전산시스템에도 한국 ODA가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0월 대규모 시위로 국회의 데이터센터가 파괴돼 데이터 일부가 유실되는 등 시스템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2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시스템 복구가 되지 않아 입법 절차가 수기로 진행되면서 국회 의정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코이카는 올해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840만달러 규모의 국회 디지털화 사업에 착수한다. 국회 데이터센터 구축부터 네트워크 시스템, 본회의장 회의 장비 도입까지 인프라 구축을 통해 투명한 의정활동과 효과적인 입법 활동을 지원한다.
인디라 샤르셰노바 디지털개발부 차관은 “키르기스스탄 국민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내세우는 국민이고, 우리 국민은 예부터 정부에 대한 이견을 밝히고 평가해 왔다”며 “선거 과정을 전자화하는 데 성과를 거뒀고, 이를 통한 투명한 결과는 민주주의의 주요 원리”라고 밝혔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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