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행군’ 중인 삼성·SK 반도체, 언제 살아나나

2023. 4. 20.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생산 계획 조정 돌입·재고 관리 강화…전문가들 “3분기부터 반등 가능”
마이크론,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가 감산을 결정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반도체업계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는 전례 없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수조원대 적자는 확정됐고 4월 말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수준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결국 감산을 결정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곧 감산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인위적으로 감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온 삼성전자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전략을 바꾸게 됐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결정한 것은 25년 만이다. 감산 효과는 올 하반기 조금씩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SK, 1분기에만 ‘8조원대 적자’

삼성전자는 4월 7일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63조원, 영업이익은 95.75% 급감한 6000억원이다. 

반도체 사업이 악화한 영향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에서 4조6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4조3000억원, 시스템LSI에서 3000억원 등의 적자를 기록했다. 가장 많은 적자를 낸 곳은 낸드 메모리 부문으로, 3조원 이상의 적자가 났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다른 사업 부문인 디스플레이 7000억~8000억원, MX(모바일) 3조8800억~3조9000억원, VD(가전) 8000억~8500억원 등에서 흑자를 냈지만 4조원이 넘는 반도체 적자를 상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상황도 비슷하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매출은 2조7000억~3조5000억원, 영업 적자는 4조~4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 매출의 90% 이상이 메모리에서 발생하는데 메모리 수요가 급감하고 D램과 낸드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통상 반도체 업황은 고정 거래 가격’으로 판단한다. 오랜 기간 거래해 온 공급자와 구매자가 분기별로 거래 가격을 정하는데 이를 고정 거래 가격’이라고 한다. D램의 고정 거래 가격은 지난해 초까지 4달러 이상을 유지했지만 하반기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최근 들어 1달러대까지 내려앉았다. D램에 비해 가격 방어가 잘 되는 낸드는 4달러대 초반에서 3달러대 후반으로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4월 26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삼성전자도 4월 말 정확한 1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마이크론·SK 이어 삼성도 결단…메모리 감산 릴레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반도체에서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주가는 개선됐다. 

실적이 나온 4월 7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6만50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전일 대비 4.33% 올랐다. 아직 실적이 나오지 않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이날 장 마감 기준 8만9100원으로 전일 대비 6.32% 개선됐다. 

삼성전자가 잠정 실적과 함께 내놓은 ‘2023년 1분기 잠정 실적 설명 자료’에 따른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잠정 실적을 설명하기 위한 자료를 첨부했는데 이 자료에서 감산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선단 공정 및 DDR5·LPDDR5 전환 등에 따른 생산 BG(비트 단위로 환산한 반도체 생산량 증가율) 제약을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며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했다.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을 최적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엔지니어링 런(시험 생산) 비율 확대 외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단기 생산 계획은 하향 조정하지만 필수 클린 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비율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결정한 것은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약 25년 만이다. 앞서 1995년, 1996년 메모리 반도체 과잉 공급이 심화하자 월별 생산량을 소폭 줄였고 1997년과 1998년에도 여러 차례 감산을 이어 왔다. 

당시에는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기업들이 D램의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수시로 감산을 결정했다. 메모리 시장을 선도한 NEC와 히타치 등 일본 회사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전신인 현대전자와 LG반도체 등도 직원들의 휴가 사용을 권장하고 생산 라인 운영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감산을 시도해 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 감산은 삼성전자의 주된 전략에서 제외됐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우위를 점하고 다른 기업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공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한 때문이다. D램 가격이 폭락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사였던 난야·마이크론·키몬다 등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동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처음으로 과반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도 삼성전자는 이런 전략을 이어 왔다. 글로벌 반도체 3위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이 지난해 10월 회계연도 4분기(6~8월) 발표에서 “생산량과 설비 투자 모두 줄일 것”이라고 밝혔고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시기에 투자를 축소하고 감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은 절대 없다”고 재차 강조하며 꾸준히 제기돼 온 감산설을 일축했지만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회복 속도가 더디게 나타나면서 감산에 동참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선회했다. 

오는 26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 역시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연합뉴스)



재고 부담 줄인다…감산 효과는 성수기 진입하는 ‘3분기’

구체적인 감산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웨이퍼 투입량을 10~15% 또는 그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감산을 통해 재고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재고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9조원 수준이다. 통상 메모리 반도체의 적정 재고량을 기간으로 환산하면 한 달을 조금 넘은 ‘5~6주’로 평가하는데 현재 삼성전자에 쌓인 D램 재고는 21주 이상이다. PC와 스마트폰 등 전체 시장의 수요가 줄면서 고객사가 재고를 하향 조정한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 동향의 주요 지표 결과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반도체 재고율(재고지수를 출하지수로 나눈 수치)은 254.2를 기록하며 2001년 7월(247.6), 2008년 12월(204.6)의 수준을 웃돌았다. 

감산으로 인한 효과는 특정 기업이 아닌 업계 전체가 본다. 기업은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실적이 악화하지만 업황을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주요 메모리 기업들의 감산 결정 효과가 계절적 성수기로 진입하는 올 하반기에 시작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통상 하반기에는 새로운 제품 출시나 기업의 주문이 늘어나기 때문에 반도체업계에서는 상반기를 비성수기, 하반기를 성수기로 구분한다.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는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고객사의 주문이 늘어나는 하반기에 돌입하면서 출하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고를 조정한 것도 이유로 언급된다. 이들의 재고가 1분기 사상 최대치에서 2분기부터 재고가 점차 줄어들게 되면 3분기 들어서는 주문량을 늘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증권업계도 같은 의견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이후 고객들의 재고가 충분히 축소되고 4분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면 반도체 업황은 낮은 생산 증가율에 힘입어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며 “내년에도 설비 투자 지속 축소에 따라 반도체 생산 증가율이 올해에 이어 매우 낮을 가능성이 높다. 수요의 회복과 함께 내년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을 이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메모리 감산에 나서는 만큼 업황 회복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본다”며 “3분기부터 조금씩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