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기술, 기존 R&D 방식 안통한다…산학연관 원팀이 핵심"

김인한 기자 2023. 4.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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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반도체 칩 소형화 한계 봉착, 양자기술 해법될 수 있어"
"기업과 연합체 구성, 기술 기획 단계부터 상용화 고민"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이 최근 머니투데이와 KISTI 대전 본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양자과학기술 육성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양자기술 인력과 예산이 한정적인 한국이 선도국을 맹추격하려면 기술 기획부터 상용화 단계까지 '산학연관 원팀' 체계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존 R&D(연구개발) 방식처럼 대학·연구기관이 초기 기술을 개발하고 기업이 이를 상용화하는 '이어달리기' 방식은 유효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양자기술이 딥테크(오랜 과학적 연구나 이전에 없던 공학 기술)인 만큼,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달리기'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재수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대전 본원에서 인터뷰를 갖고 "양자기술은 딥테크 분야로, 이어달리기식 R&D가 통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이를 위해 KISTI는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3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양자정보과학 연합체를 출범했다"며 "기업이 참여한다는 의미는 투자 가치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기술이란 더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 최소단위인 양자(Quantum) 성질을 이용하는 기술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극미소(極微小) 세계에선 일상의 거시세계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양자는 중첩·얽힘 등의 특성을 나타낸다.

예컨대 기존 컴퓨터의 정보처리 단위는 0과 1로 이뤄진 비트(Bit)다. 비트 3개를 이용해 표현할 수 있는 수는 000, 001, 010, 011, 100, 101, 110, 111로 총 8가지로 한 번에 한 가지만 가능하다. 이를 순서대로 모두 표현하려면 기존 컴퓨터는 8번의 연산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정보처리 단위는 0과 1을 동시에 처리하는 큐비트(Qubit)다. 큐비트 3개를 사용하면 8가지 경우를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 기존 컴퓨터보다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기존 RSA 암호체계 암호를 풀려면 100만년 이상이 걸리지만,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 이를 몇 초 내로 풀 수 있다.

김 원장은 최근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를 더 높은 수준으로 구현하려면, 반도체 칩의 소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반도체 칩의 소형화가 한계에 달해 이에 대한 해법으로 양자기술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한다. 김 원장은 또 ASTI(과학기술정보협의회)를 통해 양자기술 추격에 힘을 보태겠다고 공언했다. ASTI는 전체 회원사 1만2000개가 참여하고 있는 KISTI의 산학연관 협력네트워크다. 아래는 김 원장과 일문일답.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 사진=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왜 지금 양자기술이 주목을 받는가.
▶양자기술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반도체 칩의 소형화 한계 때문이다. 수십 년간 반도체 집적회로 성능이 2년마다 2배로 증가하는 '무어의 법칙'이 통용됐다. 성능을 2배 늘리려면 반도체 칩의 소형화를 통해 반도체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개수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트랜지스터를 소형화해 개수를 늘리면 전기 사용이 늘어나는데, 트랜지스터 간 거리까지 가까워져 상호 전기적 간섭현상이 발생한다. 이 한계점에 도달하면서 양자기술 개발 필요성이 제기됐다.

-양자기술 산업이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우리나라 수출 품목 중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품목이 절대적이다. 상위 10대 품목에서 ICT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47%에 달한다. 양자기술도 ICT 기술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일례로 반도체 분야에선 양자기술을 적용하면, 집적회로의 형태와 공정 프로세스 최적화 등을 통해 성능을 향상할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선 DNA(유전자정보) 구조 분석을 통한 신약 개발, 암 진단 등이 가능해질 수 있다. 범용 양자컴퓨터가 개발된다면 응용 분야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정부도 2030년대 최고 수준인 1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하는데.
▶양자컴퓨터는 협업이 절대적이다. 연구 인력이 많지 않다. 한 연구기관이나 대학에서 독자 연구하기엔 한계가 있다. 양자기술은 딥테크로, 집중적인 개발뿐만 아니라 장기간 지속적인 연구도 중요하다. 양자컴퓨터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주관하고 KISTI가 참여한다. KISTI는 양자컴퓨터 개발 과정에서 실증을 도울 수 있다. 큐비트를 개발했다고 바로 쓸 수 없다. 응용하기 위한 실증을 거쳐야 한다. KISTI는 양자 에뮬레이터(호환성 확보를 위한 가상장치)를 만들어 클라우드 형태로 서비스할 수 있는지 검증한다.


-KISTI 연구 경쟁력은 무엇인가.
▶양자키분배(QKD) 기반 양자암호통신 분야도 강점을 지닌다. 양자암호통신은 암호통신에 쓰이는 암호키를 안전하게 나눠 양자신호로 통신하기 때문에 해킹을 원천 차단한다. 데이터 기반으로 양자암호통신을 개발하고 자체 인프라에서 실증할 수 있다.

-한국의 양자기술 개발 전략 방향은.
▶양자기술은 이어달리기식 R&D가 통하지 않는다. 기존 R&D는 연구소·대학이 기술개발하고 기업이 상용화하는 이어달리기 형식이었다. 하지만 양자기술 같은 딥테크는 처음부터 함께 달리기를 해야 한다. 기업이 양자기술을 곧바로 상용화하기 어렵다. 기업과 초기 단계부터 기술 눈높이를 맞추고 나아가야 한다.

-함께 달리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있는가.
▶KISTI는 지난해 과기정통부와 30여개 국내 기업이 포함된 양자정보과학 연합체를 만들었다. 포스코 홀딩스와 LG전자, 삼성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이 참여한다. 기업이 참여한다는 건 투자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도 늦었지만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초기부터 기업이 함께 가고 있다.

-기업 지원을 어떻게 할 계획인가.
▶양자기술이 개발되면 실제 기업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기초과학은 과학적 궁금증을 푸는 목적이 있지만, 나머지 연구는 항상 산업과 연관돼야 한다. 양자기술도 마찬가지로 산업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글로벌 경쟁은 생태계와 생태계 간 경쟁이다. 단일 기술이나 서비스 하나로 경쟁하기 어렵다. KISTI가 ASTI와 지식교류회 등을 통해 기업 지원을 할 수 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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