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善意)는 없다[오동희의 思見]
[편집자주]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7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부지침에 따라 선정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외시켰다.
한국 자동차 업계가 지속적으로 미국 정부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지만 허사가 됐다. 미국이 자국 기업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못했다. 테슬라와 포드, GM 등 보조금 지급대상 16종의 미국 전기차·하이브리드 차에는 1대당 70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미국 시장에서 미국 전기차가 판매 우위의 경쟁력을 갖게 됐다.
앞서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조건에 영업기밀에 준하는 내용을 제공하라든지, 초과이익을 공유하라는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한국의 대표수출 품목인 전차(전자와 자동차) 군단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번 전기자동차의 보조금 대상을 선정할 때나 반도체 보조금 지급 세부규칙을 정할 때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선한 의지'(선의: good will)에 큰 기대를 걸었을지도 모른다. 자유무역의 수호자로서 공정한 룰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보는 대로 모든 혜택은 미국 기업에게 돌아갔다. 한국과 독일,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나혼자만 소외된 것은 아니다'라는 위안 아닌 위안을 스스로 한다. 미국에 자동차 공장을 짓기로 한 한국기업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이처럼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선의는 없다.
마키아벨리의 말처럼 세상에 도덕적 권력은 없다.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 힘 있는 권력만 있을 뿐이다. 권력의 속성이 그렇다. 국제사회의 패권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누군가를 돕는 것은 그들이 도덕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국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자국우선주의 사회의 이데올로기는 '이익'이다. 누군가의 행위가 미국에 이익이 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친구가 될 수도, 적이 될 수도 있다. 이게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이다.
미국은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 종주국의 영광을 그리워한다. 1913년 헨리 포드가 만든 디트로이트 공장의 대량 생산시스템으로부터 자동차 대량생산 시대가 시작됐고, 1947년 뉴저지 머레이 힐의 AT&T 벨연구소에서 세계 최초 트랜지스터가 발명되면서 전자산업이 탄생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이런 제조업 경쟁력이 아시아와 유럽으로 넘어간 것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최근 자국 우선주의 정책들로 나타났다.
우리에겐 불공정하지만 미국에게 이익이 되면 그것이 '공정한 것'이 되는 세상이다. 이것이 국제사회 힘의 법칙이다. 자유로운 무역을 통한 시장경제의 창출이라는 18세기 아담 스미스의 희망은 무너졌다.
아담 스미스는 그의 책 '도덕감정론'에서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그들이 자기이익을 챙기려는 생각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박애심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익이 미국의 이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할 수밖에 없다. 이런 자국우선주의 움직임은 미국에만 그치지 않고 유럽연합(EU)과 중국까지 전세계로 펼쳐지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를 극복하고 우리 기업의 이익을 지키는 길은 '초격차'의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한 산업 경쟁력을 갖추는 것밖에 없다.
이를 위해 정치권과 정부, 기업이 삼위일체가 되는 것은 필수다. 셋이 하나가 돼 미래기술의 선점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챗GPT에 놀랄 것이 아니라 '넥스트 챗GPT'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우리가 아니면 선택의 길이 없다는 '월드베스트 온리원(World Best Only One)' 전략만이 생존의 길이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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