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파이팅 박연진, 멋지다 연진아"…'더 글로리' 글자로 듣다

윤정민 기자 2023. 4.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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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를 시청할 때 '음성 설명' 옵션을 설정하면 이런 화면이 뜬다.

영상 시작부터 끝까지 어떤 화면이 펼쳐질지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음성 화면 해설 서비스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는 최근 폐쇄형 자막, 화면 음성 해설 등을 적용한 콘텐츠를 늘리고 있다.

OTT는 현행법상 부가통신사업자라 방송사업자와 달리 장애인을 위한 자막, 수어, 화면 해설 제공 등을 행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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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폐쇄형 자막부터 수어까지…장애인 시청권 개선 나선 OTT
넷플릭스 이어 티빙, 웨이브도 배리어프리 콘텐츠 확대

[서울=뉴시스] 넷플릭스는 지난 1월 오리지널 영화 '정이' 배리어프리 상영회를 열었다. 사진은 넷플릭스가 배리어프리 기능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빨간색 N 심볼이 다양한 색상의 스펙트럼으로 펼쳐집니다. 자막. 넷플릭스 시리즈. 하얀 눈의 결정체와 꽃잎이 휘날리는 그래픽 위로 자막이 뜬다. 출연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를 시청할 때 '음성 설명' 옵션을 설정하면 이런 화면이 뜬다. 영상 시작부터 끝까지 어떤 화면이 펼쳐질지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음성 화면 해설 서비스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는 최근 폐쇄형 자막, 화면 음성 해설 등을 적용한 콘텐츠를 늘리고 있다. 시·청각장애인들이 더 많은 OTT 콘텐츠를 편리하게 시청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실시한 한국미디어패널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OTT 서비스 이용률은 85.4%로 국민 대다수가 OTT 콘텐츠를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OTT가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주요 창구가 됐다.

하지만 약 68만명에 달하는 시·청각장애인(지난 3월 보건복지부 통계 기준)이 OTT로 콘텐츠를 시청하기 어렵다는 시민단체, 국회의 지적이 있었다. OTT는 현행법상 부가통신사업자라 방송사업자와 달리 장애인을 위한 자막, 수어, 화면 해설 제공 등을 행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OTT 업계, 배리어프리 콘텐츠 제공량 미흡 지적에 자발적으로 개선 나서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8월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발간했는데 당시 토종 OTT가 배리어프리 서비스 제공에 미흡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배리어프리(무장애)란 장애인, 고령자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는 물리적·제도적·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운동 또는 정책을 말한다. 영상 콘텐츠의 경우 배리어프리는 시각장애인용 음성 화면 해설과 청각장애인용 한글 자막 등을 말한다. 예컨대 영상 속 등장인물의 대사, 음악, 효과음 등 모든 소리를 활자로 구현하는 '폐쇄형 자막'이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주요 OTT 중 배리어프리 콘텐츠 제공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넷플릭스"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모든 오리지널 콘텐츠에 폐쇄형 자막과 화면 음성 해설 등을 지원하고 있다. 2011년 미국 청각장애인협회(NDA)가 넷플릭스에 배리어프리 자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소송한 적이 있어 다른 OTT보다 일찍 장애인 시청권 개선에 나섰다.

예를 들어 '더 글로리'에서 박연진(임지연 분)이 자랑스러운 동문에 선정돼 수상하는 장면에서 문동은(송혜교 분)이 손뼉을 치며 "파이팅 박연진, 멋지다 연진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화면에는 '[한 사람만 연신 박수 친다]' 등의 자막이 나온다. 이어 화면 해설가가 "웃으며 박수를 치는 동은의 눈가에 어렴풋이 물기가 어려 있다"라고 말하며 해당 장면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같은 배리어프리 콘텐츠가 OTT에도 많아져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자 국회도 관련 입법에 나선 상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무소속)은 지난해 11월 OTT 콘텐츠에도 자막, 수어, 화면 해설 서비스 등을 의무로 제공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티빙, 웨이브 등 토종 OTT들도 배리어프리 서비스를 확대해 장애인 시청권 개선에 나서고 있다.

티빙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리지널 콘텐츠, 최신 드라마·영화 VOD 등에 폐쇄형 자막 등 배리어프리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다. 티빙은 지난 19일 기준 배리어프리 서비스가 적용된 콘텐츠가 약 1800개라고 밝혔다. 티빙 관계자는 "배리어프리 서비스 개시 후 적용 콘텐츠 수가 6개월 만에 약 40% 가까이 증가했다"며 "앞으로도 배리어프리 콘텐츠 제공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웨이브는 지난 17일 기준 오리지널 드라마 등 88개의 콘텐츠(총 600여회)에 폐쇄형 자막 등 배리어프리 서비스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인공지능(AI) 전문기업과 함께 개발한 자동자막기술로 배리어프리 자막 제공 작품 수를 확대할 계획이며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서비스도 현재 도입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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