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대박' 한국GM의 딜레마…"전기차 못만들면 일장춘몽"
소형SUV 2종 생산이 전부…사측 "풀가동 2년 후면 전기차 생산유치 가능성"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GM한국사업장(한국GM)이 '수출 대박'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트레일블레이저는 현대자동차 아반떼·코나 등을 제치고 올해 1분기 수출 1위 모델에 등극했다. 올해 출시한 트랙스 크로스오버도 수출 역군 반열에 올라섰다. 한국GM의 수출 성과가 국내 전기차 생산라인 유치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2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3월 자동차산업 동향 자료에 따르면 한국GM의 트레일블레이저는 1~3월 5만9198대를 수출하면서 수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2위인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의 5만692대보다 1만대 가까이 많은 규모다.
트레일블레이저는 1월부터 3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유지 중이다. 3월 한달만 봐도 트레일블레이저는 2만5511대를 수출했다. 지난 2월말부터 수출을 시작한 신형 트랙스 크로스오버도 3월에 1만3828대를 해외에 판매하면서 한국GM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 트랙스의 3월 월간 수출 순위는 5위를 차지했다.
한국GM의 수출 성적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한국GM은 지난해 매출 9조102억원에 영업이익 2766억원, 당기순이익 2101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오던 적자를 9년만에 끊어냈다. 한국GM은 지난해 22만7637대를 수출해 국내 완성차 중견 3사(한국GM·KG모빌리티·르노코리아)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다만 국내 생산 차종이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크로스오버 2종 뿐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두 모델 모두 소형 SUV 차종으로 분류된다. 최근 높은 수출량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가성비 차량의 인기에 힘입었는데, 글로벌 시장 상황이 반전되면 두 차종 모두 한꺼번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국GM은 과거에 마티즈·스파크 등 경차, 다마스 같은 경상용차부터 시작해 준대형 차량, MPV(미니밴) 차량까지 다양한 차종을 생산했지만 지난해 스파크·말리부까지 단종하면서 트레일블레이저·트랙스 생산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불안한 생산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한국GM 노조는 2020년부터 GM 전기차의 국내 생산을 요구하고 있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기차 생산시설이 필수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지난 2021년에는 카허 카젬 전 한국GM 사장과 함께 GM본사를 찾아 전기차 배정을 요청하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임금 및 단체협약 조건으로 전기차 배정을 내걸기도 했다. 올해도 전기차 유치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임금 협상을 준비 중이다.
한국GM측에서는 아직 전기차 시장이 무르익지 않아 미국·중국 등 큰 시장이 아니면 생산 시설 유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배터리 비용·시설 투자 등 개발 비용이 판매 이익보다 더 크다는 지적이다. 한국GM 관계자는 "GM 본사는 미국 중심으로 투자하기에도 벅차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국내 생산 유치에 발목을 잡는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발표된 IRA 세부지침에 따라 미국 브랜드 외에는 전기차 보조금 대상 차량에서 제외됐다. GM 본사 입장에서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나 유럽 브랜드보다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굳이 해외로 시설 투자를 확장할 이유가 없다.
대신 트레일블레이저·트랙스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음 프로젝트를 이어가면 전기차 생산도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GM은 그간 "국내 전기차 생산 배정은 어렵다"던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최근에는 열린 입장으로 바뀌었다.
로베르토 렘펠 사장은 올해 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최우선 순위는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를) 연산 50만대까지 풀가동하는 것"이라며 "2년간 풀가동하면 한국에도 전기차를 배정해 생산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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