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Mr 진정성' 김동연이 투자유치에 '찐'인 이유

CBS노컷뉴스 윤철원 기자 2023. 4. 20.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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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지사 해외투자유치 동행취재기]
"투자유치 성패는 '실천력'이 좌우"
'보여주기' 아닌 CEO와 신뢰 쌓기 집중
"CEO들과 친해져…기대 이상 성과"
"친숙함 속 추가 투자 의지 확인"
김 지사 '안정감'…투자유치에 긍정적
미국·일본 순방서 4조3천억 투자 유치 성공
역대 도지사 단일 출장 가운데 최대 규모
"투자 유치가 지역경제 도움 되도록 유도해 나갈 것"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경기도 제공

"저는 정치 그렇게 안 합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하지요." 기존 정치적 문법으로 던져지는 질문들에 김동연 경기도지가가 입버릇처럼 해 온 말이다. 그는 늘 '진정성'을 강조한다.

임기내 100조 달성을 목표로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미국을 순방중이던 김 지사의 입에서 또 다시 '진정성'이란 단어가 나왔다.

"앞선 여러 도지사들도 천문학적 규모의 해외투자유치 성과를 치적으로 내세우곤 했는데, 실제로 도민들은 잘 체감하지 못 한다. 경제전문가로서 차별점은 무엇인가?"

그는 "투자유치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 역시 '진정성'"이라고 했다. 단순히 '수 백 조 투자유치 성공' 등의 정치적이고 수사적 목적의 선동에 그치는 것이 아닌, "현실에서의 실천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른 정치인들처럼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면 100조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불렀을 겁니다. 제가 실무자들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고요. 그래서 100조는 미니멈, 최소한의 목표입니다."

김 지사가 최근 발표된 삼성의 300조 투자(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자신의 목표치에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을 포함시킨다면 이미 목표는 달성하고도 남았겠죠. 그런다고 누가 알아줍니까? 정말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서 실질적으로 경기도민들께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이겠죠."

'보여주기식'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글로벌 CEO들과 친해져 좋았다…기대 이상의 성과"

김동연 지사는 지난 12일 오후(미국 현지시간) 코네티컷주 댄버리의 린데사 본사에서 산지브 람바 회장과 '수소차 충전용 수소 및 산업용 가스 생산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경기도 제공
 
순방내내 김 지사의 태도도 좀 달랐다. 투자 협약서에 사인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세리머니' 보다는 CEO들과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사적인 농담이나 상대방의 관심사를 건네며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일') 과정에도 공을 들였다.

투자유치와 관련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면 곧바로 '경제전문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경기도의 입지적 강점, 삼성과 SK의 수백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단 조성 이슈를 비롯해 경기도가 반도체과, 첨단모빌리티과를 신설하는 등 첨단산업 육성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또 투자가 진행되는 동안 어떤 행정적 지원이 가능한 지 등을 막힘없이 풀어나갔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CEO들과 '라포'(rapport‧상호간 신뢰 관계)를 형성해 나갔다.

한 CEO는 김 지사의 설명을 듣고는 "경기도가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공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지사 역시 CEO들과의 신뢰 형성과 관련해 순방중 있었던 동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 CEO들과 굉장히 친해졌습니다. 그들을 일부러 초청하기 어렵지만 한국 올 때 꼭 만나자고 했고, CEO들도 흔쾌히 (한국에) 오면 꼭 연락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추가 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기대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지사는 CEO들과의 대화 과정에서 이번에 투자협약을 체결한 미국 기업 4곳 중 2곳이 추가 투자 의사를 내비췄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지사는 이어 "CEO들과의 신뢰 형성은 협약 이후 실제로 투자가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안정감…투자 기업들도 선호

김동연 지사는 지난 13일(미국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앨런타운 에어프로덕츠 본사에서 세이피 가세미 에어프로덕츠 회장 등과 5천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 협약을 맺었다. 사진은 에어프로덕츠 본사에서 수소차량 가스 주입하는 김동연 지사. 경기도 제공
 
또 순방을 동행 취재하면서 '경제통'이라는 김 지사의 이력이 투자 유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늘 궁금했다. 순방 내내 김 지사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한 유대종 경기도국제관계대사에게 '김 지사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이에 유 대사는 "기업들도 김 지사의 이력을 다 조사하고 성향까지 다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며 "기업들이 투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 상대 리더의 성향은 핵심 고려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투자는 예측 가능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해당 지자체장이 너무 이념적이거나 반시장주의적인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김 지사는 안정감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리더"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가 해외 투자 유치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경기도의 투자 유치 전략도 수정됐다.

경기도 투자 유치 담당자는 "예전에는 실무선에서부터 협상을 풀어나가는 방식이었지만, 지난해 10월부터는 지사와 CEO 중심의 탑다운 방식으로 협상 전략을 수정했다"며 "사업 추진에 속도감도 붙고, 성과도 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유치가 지역경제 도움 되도록 유도해 나갈 것"

 
'새는 바가지(The Leaky Bucket)' 이론이 있다. 외부에서 투자 유치 등을 통해 돈이 들어와도 상당액이 지역 외부로 유출되면 새는 바가지처럼 매말라간다는 의미다.

순방기간 가졌던 '해외 투자 유치가 과연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하는 의문과 닿아 있다. 일단 김 지사의 대답은 이랬다.

"대규모 투자가 지역에 들어오게 되면 대부분 클러스터가 형성돼 여러 납품업체들이 따라 붙게 됩니다. 그러면 일자리가 생기게 되고, 교통‧교육 등 인프라도 조성돼야 하기 때문에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 할 수 있습니다."

이어 '외부 투자를 지역사회로 연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진 않나'라는 질문에는 "제도화 한다면 또 하나의 규제가 될 수 있다"며 "인허가 과정 등에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김 지사는 이번 9박11일 동안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의 해외 투자 유치 순방에서 수소·반도체 산업 등 4조 3천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역대 경기도지사가 단일 해외출장에서 기록한 투자유치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했다.

김 지사는 경제 전문가를 자처한다. 그만큼 경제와 관련해선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지사가 투자유치에 '찐'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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