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대책 '디테일' 만드는 정부…피해자 목소리 다 담길까
공공매입·선반환 등 '공공 적극 개입' 요구엔 난색…방향성 조율 과제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되면서 추가 대책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정부가 당장 20일부터 경매를 유예하도록 조치한 가운데, 우선 매수권을 비롯한 추가 대책이 구체화될 수 있도록 범정부 협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요 요구 사항인 공공매입임대나 선(先)반환 후 구상권 청구 도입에는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여당은 해당 제도 도입으로 얻을 실익이 적다고 판단하고 있고, 제도 도입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기재부 1차관 주재로 국토부, 금융위, 법무부, 행안부, 복지부, 금감원, 국세청, 은행연합회, 신협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 수협중앙회,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참여하는 범부처 TF의 첫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서는 대통령 지시사항인 전세사기 피해자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한 경·공매 유예 실행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정부는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피해자로 확인된 2479가구 중 은행권 및 상호금융권 등에서 보유중인 대출분에 대해서는 20일부터 즉시 경매를 유예하도록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민간 채권관리회사(NPL) 등에 매각된 건에 대해서는 최대한 경매절차 진행을 유예토록 협조를 요청한다.
정부는 지속적인 범부처 소통으로 대책 효과를 저해하거나 걸림돌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면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이번 주 내로 금융위와 금감원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연결 부처 회의도 개최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TF 회의 전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대책 실행이) 될 것처럼 생각돼도, (깊이) 들어가면 실무나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있을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을 관계 부처 직원들이 모여 빠르게 협의하기 위해 TF가 만들어졌고, 빠른 속도로 각 부처가 논의하며 진행이 되고 있다"고 했다.
원 장관은 "(대책에) 한계가 있으면 시행령을 고치든, 필요한 경우 긴급 입법을 통해서라도 합당한 기간 동안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내놓은 경매 유예 대책 실현을 위해선 금융기관의 경매 유예 협조가 여의치 않은 경우 범부처 회의로 추가 대책을 강구한다.
경매 유예와 함께 임차인 우선 매수권, 경락대금 대출 등 추가 대책도 세부 논의를 거쳐 발표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피해 세입자들의 우선 매수권 도입을 위해 기존 제도인 공유지분권자들의 우선 매수권이나 과거에 운영됐던 부도 임대주택에 대한 우선 매수권을 활용한을 안을 제안했다. 원 장관은 "우선 매수권 도입을 위해선 금융기관 및 법원과의 협의, 국회 입법 조치까지 필요하다"며 "재산권 침해나 권한 악용과 같은 피해가 업도록 정밀하게 협의하겠다"고 했다.
장기간 거치기간을 보장하는 경락대금대출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 맞춤형 금융지원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전셋집에 거주하는 임차인의 이자 부담 완화를 위해 도입하기로 한 저리 대출 대환 상품도 최근 부처 협의에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 추가 대책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요 요구 사항이 전향적으로 반영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여당에서 공공매입임대나 선(先)반환 후 구상권 청구 방안에 대해선 실익이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노헏라도, 피해자 요구 사항이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원 장관은 전날 간담회에서 "공공매입 임대가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검토를 못 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미추홀구 피해 주택의 경우 선순위 담보 설정이 최대한도로 돼 있어 공공이 매입해도 (후순위인) 피해자에게 갈 돈이 한 푼도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 세금으로 선순위 채권자들에게만 좋은 일을 시키는 데 대해 국민들이 동의하겠느냐"고도 선을 그었다.
선반환에 대해서도 "여러 당이 법안을 냈지만 최고 반환 수준은 50%로, 절반의 손실 확정을 피해자들이 수용하느냐는 문제가 있다"며 "사기 범죄로 인한 피해 금액을 국민의 세금으로 떠안으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돼있느냐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회에서도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요청하는 야권과 달리 여당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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