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내달 정상회의 앞두고 中과 '신경전' 심화… 한중관계도 영향?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내달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일본 등 G7 국가들과 중국 당국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G7이 최근 외교장관회의 결과를 담은 성명을 통해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등을 거론하자, 중국 측이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다.
G7 외교장관들은 이달 16~18일 사흘간 일본 나가노(長野)현에서 열린 회의 뒤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안정과 더불어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및 티베트 자치구 내 소수민족들에 대한 인권 유린 문제, 그리고 △중국의 핵무기 투명성 확보 및 △홍콩 자치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왕원빈(王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즉각 "난폭한 내정간섭"이라며 "(G7이) 악의적으로 중국을 모욕하고 더럽혔다" "(G7 외교장관 성명은) 중국에 대한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번 G7 외교장관회의는 내달 19~21일 열릴 정상회의 의제를 사전 조율하는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G7은 내달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도 대만 관련 문제를 포함한 '중국 견제' 메시지를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당국은 이른바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고 합법적 정부 또한 오직 중국(중화인민공화국) 하나란 뜻) 원칙에 따라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이 대만을 거론하는 것 자체를 경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달 정상회의 뒤엔 G7과 중국 간의 대립이 한층 더 치열하게 전개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G7의 이 같은 행보는 향후 한중관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G7 의장국 일본의 초청으로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작년 5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동맹 강화·발전'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을 외교 역량을 집중해오면서 중국과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소원해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때문인지 작년 말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 선임과 올 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3기 체제의 공식 출범 이후에도 한중외교장관회담이 정상회담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 간의 이른바 '양안(兩岸) 갈등'과 그에 따른 대만해협의 긴장 상황에 대해 "결국 이런 긴장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우린 국제사회와 함께 이런 변경을 전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 간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까지 언급,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중국 견제' 노선에 사실상 동참한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대화·협력을 통해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이 지속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중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우리 정부에 숙제로 주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우리나라가 G7과 함께 구체적 행동을 취하거나 만일 선제적으로 행동하게 된다면 정말 중국으로부터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G7의) 기조엔 동의한다고 해도 먼저 나서지 않는 외교적 스탠스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중국을 의도적으로 고립시킬 게 아니라면 마지못해 끌려가는 것처럼 행동해야 향후 다른 선택의 시간이 왔을 때 운신의 폭이 커질 수 있다"며 "G7에 일방적으로 편승할 경우 이를 되돌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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