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 5가지 궁금증] 악수로 감염 안돼…남성 다수지만 여성도
[엠폭스]
질병관리청은 19일 국내 감염으로 보이는 엠폭스(MPOX·옛 원숭이두창) 환자가 2명 늘었다고 밝혔다. 국내 엠폭스 누적 확진자 18명 가운데 13명은 증상 발현 3주 안에 국외 방문 이력이 없는 국내 감염 사례다. 발생 지역도 서울·경기·경남·경북·대구·전남 등으로 점차 넓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환자 피부에 나타난 발진 등 피부 병변을 직접 긴 시간 접촉해야 감염이 가능한 엠폭스 특성상, 코로나처럼 일상생활에서 불특정 다수가 감염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엠폭스를 둘러싼 궁금증과 답변을 질병관리청과 감염병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정리했다.
―악수만 해도 감염되나?
“엠폭스 바이러스는 환자 피부에 나타난 발진 부위를 오랜 시간 접촉하는 등 주로 밀접한 접촉으로 전파된다. 질병청에 따르면 밀폐된 공간에서 엠폭스 환자와 3시간 이상 1m 안 거리에 있을 경우 침이나 콧물(비말) 접촉으로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대화나 재채기 등으로 쉽게 전파되는 코로나에 견줘 위험은 낮은 편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상당히 강도가 높고 꽤 시간이 지속되는 피부 접촉이 있어야 엠폭스에 감염된다’며 ‘악수나 스쳐 가는 수준으론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으며, 수영장에서 하는 염소 소독만으로도 이 바이러스는 충분히 사멸된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이 공개한 국내 환자 18명의 감염 경로를 보면, 환자 피부나 성 접촉이 1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환자를 진료하던 중 주삿바늘에 찔린 의료진도 1명 있었다.”
―남자만 걸리나?
“남성이 절대다수이나 그렇다고 남성만 감염되는 건 아니다. 18일 기준 세계보건기구(WHO) 통계를 보면, 전세계 엠폭스 환자 8만7039명 중 성별이 확인된 환자는 7만7861명으로, 이 가운데 남성은 7만5061명(96.4%)이었다. 여성은 2800명(3.6%)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엠폭스 감염 사례가 대부분 남성 간 성 접촉으로 전파되나, 이성 간 성관계나 피부 접촉을 통한 감염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성별과 상관없이 엠폭스 감염이 의심될 땐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또 다른 사람의 발진·수포 등 피부병변은 손으로 만지지 말라고 강조했다.
―어린이도 감염 위험이 있나?
“국내에선 만 18살 미만 아동의 엠폭스 감염 사례는 없다. 세계보건기구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환자 중 17살 이하는 1% 수준이다. 엠폭스 환자와 집에서 피부를 장시간 접촉한 아동도 엠폭스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엠폭스 환자와 접촉하지 않은 상황에서 피부에 발진 등이 나타난 경우 엠폭스 감염 가능성은 작다. 최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어린이들은 수족구병(손·발·입에 생기는 물집성 발진)이나 물사마귀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증상이 있다고 엠폭스를 의심하는 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1살 미만 영유아나 면역이 떨어지는 아동은 감염 때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다.”
―엠폭스에 걸리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질병청은 국내 환자 18명에게 공통적으로 전신 발진 증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주로 머리에서 발진이 발생해, 온몸으로 퍼진다. 감염 초기엔 발열·두통·근육통·오한 등 증상도 나타나는데, 이런 증상 없이 곧바로 발진이 발생한 경우도 있다.”
―방역당국이 정보를 감춘다는 비난도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만 해도 질병청과 지방자치단체는 환자 성별, 나이, 거주지 등을 자세히 공개했다. 그러나 환자 개인 신상이 드러나 공개적인 비난 대상이 되고, 특정 집단엔 감염병을 전파한다는 낙인이 찍혔다. 이에 따라 2020년 9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감염병예방법)을 개정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비공개하기로 했다. 다만, 불특정 다수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이 있는 건물명 등은 공개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에 머문 사람 중에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방역당국에 알리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실제 특정 집단에 대한 낙인과 차별은 감염병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환자가 건강이 상할 수 있음에도 사회적 손가락질이 두려워 아예 감염 사실을 숨기거나 역학조사에 소극적으로 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엠폭스는 대부분의 감염자가 특정 집단에 편중 경향을 보여 사회적 낙인이 심한 감염병”이라며 “낙인 때문에 감염자 발견이 늦어지면,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질병청은 환자 수가 지금보다 늘면, 통계·분석 목적으로 환자의 성별·나이대 등을 공개할 계획이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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