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소용돌이에 겹친 민중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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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4월 21일.
강원 정선 동원탄좌 사북영업소에서 일하던 광부와 가족 등 6000여명이 거리로 나왔다.
일명 사북항쟁.
"약간 공포에 질린 듯한 느낌들이에요 사람들이. 언론지상에 나왔던 건 폭도니 뭐니 이런 것들이잖아요 (중략) 그때 사북사태를 주도했던 사람들은 끌려가고 고문당하고 (중략) 지역에서 린치 당하고 했던 사람들이 수두룩한 거예요." 2020년 박화연 작가가 제작한 영상 '쓰이지 않은 영상 속'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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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개막 광주·전남지부 참여
내달 3일까지 문화공간 역 전시
사북항쟁·지역 소멸 등 소재
민중미술 1세대부터 MZ까지
40년 사회참여 예술 흐름 성찰
1980년 4월 21일. 강원 정선 동원탄좌 사북영업소에서 일하던 광부와 가족 등 6000여명이 거리로 나왔다. 월 15만원 남짓의 낮은 임금과 폐병을 앓거나 출근 후 돌아오지 못하는 근로환경 개선 등 생존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다. 일명 사북항쟁. 아직도 이 사건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 5월 광주민주화 항쟁이 발생한다. 두 사건 속 사람들은 모두 군부독재정권에 의해 ‘빨갱이’ 혹은 ‘폭도’라 불렸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소리친 이들은 누군가의 부모이자 친구, 혹은 지금을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제’인 동시에 ‘오늘’이다.
국내 예술계에서 민중예술이 일어난 것도 이맘때였다.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고발하고자 했던 예술가들은 시대상을 붓과 물감 등으로 남겼다. 40여년이란 세월이 흘러 2023년이 된 지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세대별 작가들이 한 데 모였다.
한국민족미술인협회 춘천지부(이하 춘천민미협)는 20일 남춘천역 갤러리 문화공간역에서 기획교류전 ‘어제와 오늘’을 개막한다. 작가 10명이 사북항쟁, 노동문제, 촛불집회, 현실 속 자기성찰, 소외지역 등을 담은 작품 39점을 선보인다. 황효창 춘천 민미협 초대 회장과 길종갑·박진화·변정대섭·서수경 작가 등 강원과 광주, 전남지부 소속 작가들이 참여한다. 협회 활동 없이 사회참여적 예술을 선보여 온 박화연·조정태·진주영·최승선·박은태 작가도 함께한다. 1940년대생부터 격동의 현대사를 겪은 민주화세대 작가, MZ세대라 불리는 1990년대생 젊은 작가들이 모인 전시라는 점이 흥미롭다. 80년대 사건들을 90년대생 작가들이 풀어낸 작품들도 돋보인다.
“그래서 그 당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헤드셋을 쓰자 한 중년 남성의 음성 위로 안전모를 쓴 관광객이 레일을 타고 굴에 들어갔다 나오는 화면이 보인다. “약간 공포에 질린 듯한 느낌들이에요 사람들이. 언론지상에 나왔던 건 폭도니 뭐니 이런 것들이잖아요 (중략) 그때 사북사태를 주도했던 사람들은 끌려가고 고문당하고 (중략) 지역에서 린치 당하고 했던 사람들이 수두룩한 거예요.” 2020년 박화연 작가가 제작한 영상 ‘쓰이지 않은 영상 속’의 일부다. 이제는 관광지가 되어버린 정선 사북면의 이야기를 90년대생 작가가 기록했다.
또다른 90년대생의 작품도 눈에 띈다. 정선 출신 진주영 작가의 ‘지하광도’는 어두운 정선 사북면 일대를 묘사한다. 멀리 민가가 보이는 가운데 불 꺼진 듯한 모습은 국내 최대 탄광지 중 한 곳이었던 고향의 현재를 담았다.
시대상을 거침없이 표현한 규모있는 작품들은 역사의 역동성도 강렬하게 드러낸다. 조정태 작가의 ‘일상적 풍경-인간세계’는 크기만 4m. 캔버스 전면에 붉은 색이 채워진 가운데 목 없는 사람 등이 뒤엉킨 형상은 살육의 현장을 묘사하는 듯 기괴하다. 그 뒤로 보이는 국회와 해태 얼굴 등도 의미심장하다. 길종갑 작가의 ‘촛불집회’ 역시 3m 이상의 캔버스에서 펼쳐진다. 서울 광화문 일대 시위현장에 원색의 노란 물감이 찍혀 생동감을 더한다.
춘천민미협의 올해 첫 교류전인 만큼 의미도 더한다. 민미협 출범 당시부터 활동한 작가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참여 예술을 선보이는 젊은 작가들과 만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초기 민중예술 정신이 현재까지 이른 변화 과정도 엿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우현애 객원작가는 “협회가 만들어질 당시부터 지금까지 사회참여를 향한 예술정신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짚을 시점이라는 생각이 모였다”며 “1세대 작가부터 젊은 작가들이 각 흐름이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 공유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내달 3일까지. 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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