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달인' 에드워드 호퍼와 '햇빛속의 부인' [박현주 아트클럽]
기사내용 요약
서울시립미술관서 오늘 개막...첫 대규모 한국전
드로잉 회화 등 휘트니미술관 소장품 270점 공개
티켓 10만 장 매진...'호크니' 흥행 넘나 관심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그림은 '관종의 끝판왕'이다. 관심을 먹고 산다. 부활과 영생을 꿈꾼다. 그러나 결코 스스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멋짐 폭발'한 남자는 심각하다. 깊게 들이킨 낭패의 쾌감이 진한 그림자로 얼굴에 남았다. '서서 담배를 피우는 남자'. 그를 주시하고 있는 남자의 불안감 때문일까. 뽀족한 구두를 신은 그를 마치 외줄 타기 하듯 직선에 올려놓았다.
패션 일러스트 같은 '담배 피우는 남자'는 에드워드 호퍼가 1917~1920년경에 그린 그림이다. 빠른 붓터치로 드러난 남자는 세련된 패션 감각에 묻힐 그의 착잡한 심정까지 엿본 느낌이다.
종이는 세월에 눌려 노랗게 낡아졌지만 100살이 넘은 담배 피는 남자는 텅 빈 공간에서 늙지 않고 있다. 흑백영화를 켠 듯 다시 생생하게 향수까지 재생되는 건 필력 덕분이다. 호퍼는 빛의 효과를 강조하는 인상주의 화풍에 영향을 받았다.
1906년 뉴욕에서 삽화가로 일을 시작한 그는 1907년, 당시 예술의 수도였던 파리로 넘어갔다. ‘센강과 강변-건물-하늘’에 빠져 야외 작업에 심취했다. 파리지앵의 일상을 관찰하기 시작한 시기다.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 유행하는 옷을 입은 남녀...아침부터 밤까지 내내 생동감 넘치는 파리의 풍경은 '엿보기 대장' 호퍼의 흥미를 돋웠다. “무관심으로 흘려버리는 평범한 것”을 빛과 그림자로 시공간에 담았다.
혼자 있는 사람, 둘이 있는 사람도 그가 그리면 고독한 현대인의 초상화가 됐다. 빛이 프리즘을 통과해 투사되는 것처럼 우리가 보는 세상을 전지적 관찰자 시점으로 그린 그의 작품은 이제 우리 모두의 모습과 도시의 풍경을 그의 그림처럼 보이게 한다.
혼자 몰래 그린 그림은 스산함, 쓸쓸함, 외로움, 고독감이 스며있다. 그림은 묘하다.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 대사처럼 마음을 잇는 감정의 촉매로 작동된다.
20세기 초 현대인이 마주한 일상과 정서를 섬세한 관찰과 독자적인 시각으로 화폭에 담아낸 호퍼는 미국 국민 화가로 추앙 받고 있다. 뉴욕 도시 벽돌색 건물과 풍경을 볼 때마다 그의 그림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명작은 시공을 초월한다. 21세기에 온 그의 옛 그림이 촌스럽지 않은 이유다.
'고독을 그린'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 작품이 서울에 상륙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뉴욕 휘트니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작가의 첫 한국 대규모 개인전이다.
20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개막한 전시는 드로잉, 판화, 유화, 수채화 160여 점과 산본 호퍼 아카이브(Sanborn Hopper Archive)의 자료 110여 점을 7개 섹션으로 나눠 조망한다.
쓸쓸한 그림에 가려 미처 못 봤던 드로잉과 에칭 판화를 보는 맛이 쏠쏠하다. 하나의 명작과 다양한 밑그림을 함께 선보인 전시는 수없이 그리고 그린 화가의 집념을 느껴볼 수 있다. 옆으로 넘어진 한쪽 구두조차 쓸쓸한 감정이 전해지는 이유다. 매일 매일 연습에 쏟아부은 노력이 세기의 걸작을 만들었다.
수평 수직의 방에서 벌거벗은 채 서 있는 호퍼의 유명 작품 '햇빛 속의 여인'(1961)도 왔다. 모델은 호퍼의 부인, 조세핀 호퍼다. 남편의 명성을 빛낸 그림은 부인 덕분이기도 하다. 조세핀의 코너를 따로 만들 정도로 호퍼의 그림속을 지배하고 있다.(이 전시는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것도 보여준다.)
부인 조세핀 호퍼(1883~1968)는 호퍼의 뉴욕예술학교 동창이자 작가였다. 또 호퍼의 뮤즈이자 훌륭한 조력자였다. 수채화에 두각을 보이던 조세핀의 영향으로 호퍼는 1923년 매사추세츠주 글로스터에서 함께 야외 작업을 하며 수채화를 시도했다.
티격태격 불화도 많은 부부였지만 조세핀은 호퍼의 구세주다. 그의 전시 이력, 작품 판매 등 상세한 정보가 적힌 장부 관리를 30년 이상 지속하는 매니저 역할도 수행했다. 특히 호퍼의 사망 이후 거의 2500여 점에 달하는 작품과 자료 일체를 휘트니미술관에 기증했다. 말수가 적은 편이던 호퍼가 언급하지 않았던 작품의 세부 사항들을 조세핀이 세세하게 기록한 덕분에 그의 작품과 생애가 담긴 낙서 같은 장부도 미술사료적 가치로 평가 받고 있다. 이번 전시가 메모 자료까지 풍성하게 전시된 배경이다.
올해 미술계 최고 기대 전시답게 티켓 예매가 뜨겁다. 대개 3000원이거나 무료인 시립미술관 관람료와 달리 1만 원이 넘는 티켓에도 벌써 10만 장이 매진됐다고 알려졌다. 2019년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에 관람객 30만 명이 몰려 ‘초대박’이 터진 서울시립미술관이 또 흥행 청신호를 켰다. '해외 소장품 걸작전'같은 영리한 기획전이 서울시립미술관을 살리고 있다.전시는 8월20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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