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속에 핀 '감동 캐롯', 독해서 아름다웠던 그들의 농구[초점]

김성수 기자 2023. 4.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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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고양 캐롯의 2022~2023시즌이 종료됐다. 시즌 내내 수많은 풍파를 딛고 멋진 여정을 만들어낸 캐롯의 농구는 '감동'이었다.

고양 캐롯. ⓒKBL

캐롯은 19일 오후 7시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PO(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안양 KGC와의 홈경기에서 61-89로 패했다.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좌절됐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한 데이원스포츠는 2021~2022시즌이 끝난 뒤 고양 오리온을 인수하고 캐롯손해보험을 네이밍 스폰서로 유치해 고양 캐롯 점퍼스 프로농구단을 창단했다. '농구 대통령'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이 대표이사를 맡고 KGC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한 바 있는 김승기 감독이 초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창단 과정부터 험난했다. 캐롯 구단의 운영 주체인 데이원스포츠는 지난해 6월 진행한 KBL 가입 심사에서 '자금 운영계획의 설득력 부족', '재정 투명성 신뢰도 부족' 등의 이유로 한 번의 보류를 맞이했다. 이들은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지원 보증 자료를 제출한 끝에 프로농구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새 시즌 시작 전 또다시 일이 터졌다. 데이원스포츠는 지난해 10월7일까지 KBL 가입비 격인 특별회비 15억원 중 5억원을 내기로 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러자 KBL은 지난해 10월13일 정오까지 미납금을 입금하지 않으면 캐롯 농구단의 정규리그 출전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자칫 잘못하면 9개 구단으로 2022~2023시즌이 운영될 수 있었다. 하지만 데이원스포츠가 지난해 10월12일 KBL 가입비 1차분 5억원을 납부하면서 일단 10개팀이 올 시즌 프로농구에 참여하게 됐다.

데이원스포츠 측은 당시 "캐롯 점퍼스 프로농구단을 2022~2023시즌 안정적으로 운영해 더 이상의 자금 이슈가 발생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 캐롯 가입비 미납 관련 KBL 긴급 이사회. ⓒ연합뉴스

하지만 이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데이원스포츠는 지난 1월부터 계속해서 선수단과 사무국 임금을 제때 지불하지 못하며 또 한 번 신뢰를 잃었다. 여기에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지난 2월6일 법원이 기업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내릴 정도로 경영이 악화됐다. 이와 같은 상황을 인지한 데이원스포츠는 자신들을 인수해줄 새 모기업 대상과 지난해 말부터 협상을 진행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캐롯손해보험이 데이원스포츠와 상호협의 후 지난 3월21일부로 네이밍스폰서십 계약을 종료하기도 했다.

가입비를 마저 내고 팀의 PO 진출권을 사수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정규리그 5위를 차지한 캐롯은 6강 PO 조건을 충족하고도 올 시즌 '봄 농구'에 함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지난달 30일 남은 가입비 10억원을 KBL에 다 내면서 PO에 나갈 수 있게 됐다. 만약 가입급을 완납하지 못하면 7위팀인 원주 DB가 6위 자격으로 PO에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캐롯이 마감 기한이었던 지난달 31일 전에 가입금을 모두 내면서 창단 첫 PO에 나섰다.

역경이 계속 되는 상황에서도 캐롯 선수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시즌 중 김승기 감독이 "선수들에게 '회사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할 일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잘 버티고 있으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듯이 캐롯은 6강 PO에서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상위 팀인 4위 울산 현대모비스를 3승2패로 꺾고 4강 PO 무대를 밟았다.

캐롯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단 한 번도 선두에서 내려오지 않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KGC와의 4강 PO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1차전 43-99로 PO 역대 최소 득점, 역사상 최다 점수 차 패배를 당하고도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2차전 89-75 승리로 시리즈 원점을 맞췄다. 비록 홈에서의 3, 4차전을 연달아 내주며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수많은 역경을 딛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심지어 팀의 '원투펀치'인 전성현과 이정현은 각각 달팽이관 이상으로 인한 돌발성 난청과 팔꿈치 부상을 안고 분투했다.

이날 경기 후 김승기 감독 또한 "선수들의 성장을 보면서 한 시즌 동안 행복했고 모든 순간이 기특했다. 또한 응원해주신 팬 분들 덕분에 고양에서의 1년 동안 7년만큼의 행복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네이밍스폰서십 계약 종료로 '캐롯'이라는 이름은 프로농구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캐롯이 새로운 모기업을 찾을 경우 연고지를 이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기에 이날 경기가 현재의 캐롯 선수단이 고양체육관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든 캐롯 선수단과 팬들이 어려움을 딛고 만들어낸 올 시즌의 감동 스토리는 오랜 시간 기억될 것이다.

ⓒKBL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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