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건설노조, 이석기 석방 시위 최소 2000명 동원
민노총 건설노조 일부 지역본부는 건설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할 때 진보당원 가입 신청서를 함께 받고, 진보당에 지속적으로 당비와 후원금을 내도록 만들고 있다. 이후 건설노조 노동자들은 노동 현안과는 무관한 진보당의 시위·집회에 수시로 동원됐다. 건설노조가 사실상 진보당과 한 몸인 것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민노총 건설노조는 2020년 7월 25일 서울 시내 6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이석기 석방 시위’에 노조원 최소 2000명과 차량 500대를 동원했다. 코로나 사태로 집회가 금지된 상황이었다. 시위 참여 차량들은 ‘종북 몰이 피해자 이석기 의원 석방하라’ ‘내란 음모 무죄인데 9년형이 웬 말이냐’ 등의 구호가 적힌 파란 깃발을 달고 서울 시내 곳곳을 줄지어 저속 주행하며 교통 흐름을 방해했다.
이 전 의원은 전쟁 발발 시 북한에 동조해 통신·유류·철도·가스 등 국가 기간 시설을 타격하는 방안을 논의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으로 통진당이 사라졌고, 2017년 진보당(당시엔 민중연합당)이 만들어졌다.
이 차량 시위는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사건 피해자 구명위원회’가 주최했다. 그러나 시위의 주력부대는 건설노조원들이었다. 노조 집행부는 소속 지부장-지대장-팀장-일반 조합원의 순서로 텔레그램을 통해 시위에 참가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4인 1조로 개인 승용차를 운전해 약속 장소로 나오라’는 지시였다.
건설노조는 반미(反美) 집회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다. 2021년 벌어진 ‘미군 철수! 한미 동맹 해체! 민족 자주 실현! 5·18 정신 계승 자주 통일 대행진’ ‘5·18 광주 민중 항쟁 41주년 정신 계승 대회’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 평화의 1만보’ 등에 건설 노조원들이 등장했다. 진보당의 주요 활동·주장과 대부분 겹치는 것들이다.
노조원 A씨는 “누가 휴일에 그런 짓을 하고 싶겠나. 싫었는데 할 수밖에 없었다. 안 가면 일자리를 잃게 되니까, 사실상 강제 차출이었다”고 말했다.
‘노조에서 제명된다’는 것은 건설노조원 입장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또는 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구조는 이렇다. 건설 현장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건축주와 건설사다. 하지만 건축주·건설사가 아니라 건설노조가 그 일자리의 주인 상당수를 결정한다. 예컨대 2021년 준공된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의 경우, 공사에 투입된 10팀 가운데 7팀이 민노총·한노총 건설노조원으로 채워졌다. 건설노조는 대형 공사가 시작되면 현장을 찾아가 일자리를 요구하고, 관철될 때까지 갖가지 방법으로 공사 진행을 막는다.
이렇게 따낸 일자리를 노조는 조합원들에게만 나눠준다. 건설 일자리는 보통 10~20명 팀 단위로 주어지는데, 건설노조가 조합원 팀장을 현장에 배치하고, 팀장은 팀원을 고르는 식이다. 이후 건설노조는 현장에 배치한 노조원에게 조합비와 정치 후원금 등을 받는다.
건설노조원 B씨는 “이 바닥에서 노조 지시를 거부한다는 건 ‘매일 아침 치열한 일감 경쟁을 벌이고, 더 빡세게 일하고, 그러고도 돈은 덜 받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실제로 노조원이냐 아니냐에 따라 일당이 다르다. 잡부(양성공)의 경우 건설노조원은 일급 17만원을 받지만 비노조원은 15만원에 인력 사무소 수수료 10%를 제한 13만5000원을 받는다. 25일을 일했다고 하면 건설노조원은 425만원, 비노조원은 337만원을 받는 것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건설노조는 이석기 전 의원이 속해 있던 ‘경기동부연합’이 장악하고 있다. 건설노조의 1·2위 규모 지부인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와 ‘경기도건설지부’의 지부장들은 모두 경기동부 출신이다. 경기동부는 1980~90년대 주사파 운동권 핵심 세력으로서 건설노조에 스며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통진당과 후신 격인 진보당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